올 상반기 ‘빅3’ 금융자산 처분손익 217% 급증
한화·교보, 자산매각 없인 순손실…“건전성 우려”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대형 생명보험사들이 과거에 사둔 우량자산을 팔아 당장의 이익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미 삼성생명을 제외한 대형 생명보험사들은 금융자산 처분 없이는 적자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26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생명보험 빅3(삼성·한화·교보)의 올 상반기 매도가능금융자산 처분손익은 1조3650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보다 217.4%(9318억원) 급증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1조1803억원으로 지난해 상반기(1조1821억원)와 비슷한 수준을 보였다.

매도가능금융자산 처분손익은 당기순이익에 귀속된다. 이들 3사는 과거 사둔 고금리 채권 등을 매각해 1조5000억원에 달하는 이익을 만들어낸 것이다.

빅3 가운데 올 상반기 가장 많은 금융자산 처분손익을 낸 회사는 교보생명이다. 금융자산 처분손익은 교보생명 5264억원, 한화생명 4775억원, 삼성생명 3566억원 순으로 많았다.

순이익은 교보생명 3865억원, 한화생명 1758억원, 삼성생명 6180억원을 기록했다. 삼성생명을 제외하면 자산 매각 없이는 사실상 적자가 날 수 있었단 의미다.

이를 두고 업계는 생보사들이 보유자산을 매각해 순이익을 만들어내는 기조가 가속화되고 있다고 본다. 대형 생보사들마저 자산 매각 없이는 이익을 낼 수 없는 상황에 이르러서다.

매도가능금융자산은 대부분 국공채, 회사채 등의 채권이 대부분이다. 생보사들은 금리가 높을 때 사둔 채권을 금리가 낮을 때 팔아 이익을 메운 것이다. 

금융자산 처분손익은 자산운용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한다. 자산 듀레이션(잔존 만기) 확대를 위해 만기가 짧은 채권을 매도하고 상대적으로 긴 채권을 매수하거나, 리스크가 급격히 늘어난 자산을 처분하는 경우다.

다만 최근 생보사들의 금융자산 처분 기조를 살펴보면 단순 이익 실현을 위한 인위적인 자산매각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보험영업이익이 적자 기조로 돌아선 상황에서 금융자산 매각을 통한 일회성 이익 없이는 손실 방어가 불가피하다는 점에서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분기마다 목표 순이익 규모에 미치지 못한다고 판단되면 보유채권을 팔아 이익을 메우고 있다”라며 “이러한 경향은 단기간에 성과를 보여줘야 하는 상장사일수록 두드러진다”라고 말했다.

금융감독원도 이러한 경향에 우려를 표하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생보사들이 고금리 채권 매각을 통해 수익 실현을 지속하면 장기 수익성 측면에서 부정적”이라며 “단기성과 위주의 영업을 지양토록 감독과 검사역량을 집중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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