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필요한 리더십은 셀프 아닌 조직의 미래에 맞혀야
뒤끝 염려해 누구도 악마의 대변인 자처할 수 없는 환경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선출직 공무원에게 연임은 훈장과도 같은 명예로운 일이다.

자신의 공과를 유권자들에게 평가받아 그 자리에 다시 설 수 있는 것만큼 큰 명예가 어디 있겠는가.

그래서 정치적 민주화가 이뤄진 국가일수록 보다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선거제도와 관리 시스템을 갖기 위해 노력한다.

그런 점에서 민주화의 과정은 민주적인 선거제도와 권력구조를 갖기 위한 투쟁의 역사이기도 했다.

따라서 공정성이 담보된 제도 아래서 일궈낸 연임은 선출직 공무원에겐 그 무엇과도 바꿀 수 없는 극한의 기쁨이다.

정해진 임기를 다 마친 뒤 다시 그 직위에 오를 수 없는 단임제도 대신 그 직위에 임용될 기회를 여러 번 주는 연임제도가 인류사에 등장한 까닭은 긴 설명이 필요 없을 듯싶다.

충분한 자질을 가진 사람이 그 능력을 제대로 발휘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라는 것쯤은 모두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반대로 연임을 금지하고 단임을 고집하는 국가는 미흡한 제도 때문에 독재가 등장할 수 있는 위험요소를 제거하기 위해서다.

우리나라는 권력구조와 관련 단임과 연임이 공존하는 국가다. 권위주의 정부 시절 만들어진 법률을 민주화 이후에도 여전히 고수하고 있어서 빚어진 촌극이다.

특히 제도의 변경을 정파의 이해와 맞물려 바라보고 있어서 쉽게 합의하지도 못하고 있다.

3050클럽 대한민국

우리나라는 3050클럽의 일원이다. 인구 5000만명 이상, 그리고 1인당 국민소득 3만달러 이상인 국가를 의미하는 이 클럽은 소속감만으로도 국력을 대내외에 십분 알려주는 지표다.

지난해 이 클럽에 8번째로 속한 우리나라는 촛불 혁명을 거치면서 스웨덴 민주주의 다양성연구소가 발표한 ‘민주적인 국가인가’라는 평가항목에서 3050클럽 국가 중 1위(조사대상 138개 국가 중 12위)를 기록했다.

즉 정치와 경제 모든 영역에서 남부럽지 않은 나라가 됐다는 뜻이다.

그런데 우리의 민주주의는 불완전하기만 하다. 불균형적으로 정치 사회 제도가 성장한 탓에 정치제도 이외에 기업의 민주화는 여전히 갈 길이 멀기만 한 상황이다.

우리의 민주주의는 하향식으로 이뤄졌다. 그래서 큰 틀에서의 정치적 민주화는 학습과 경험을 통해 달성될 수 있었지만, 가정과 기업 등의 미시적 영역은 학습과 경험만으로 바뀔 수 없는 관습의 영역도 포함돼 있었다.

따라서 미시적 영역의 민주화는 제대로 돌볼 수 없었다.

유럽의 많은 나라는 1960년대 말 68혁명을 경험하면서 정치적 민주화와 함께 생활 속의 작은 부분까지 권위주의를 벗어던지게 된다.

이에 반해 우리는 이 경험에서 철저히 배제된 탓에 그 후로도 오랜기간 권위주의의 울타리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었다.

이러한 국가의 경험 차이는 치열한 경쟁 속에 이뤄지고 있는 제4차 산업혁명의 공간에서도 여전히 영향을 미치고 있다.

또다시 문제화되고 있는 셀프 연임

또다시 금융지주사 회장의 셀프 연임이 문제가 되고 있다. 후보 추천 방법 등을 바꾸며 회추위 제도 자체를 개선해왔지만, 부족하기만 하다.

권력의 정점에 있는 금융지주사 회장을 포함한 상태에서 진행되는 회장 선임 과정 자체가 처음부터 공정할 수 없기 때문이다. 뒤끝을 염려해서 누구도 악마의 대변인을 자처할 수 없기 때문이다.
 
물론 충분한 자격을 갖춘 셀프 연임의 사례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비교적 안정적으로 금융지주사들이 수익을 낼 수 있는 환경에서 일군 실적을 충분한 자격으로 해석할 수 있는지는 판단이 어렵다.

반드시 바꾸는 것만이 능사는 아니겠지만, 그렇다고 셀프 연임에 나서는 모습도 품격을 찾을 수 없기는 마찬가지다.

지금 이 시절에 맞는 리더십은 셀프에 방점이 찍혀 있는 것이 아니라 조직의 미래에 있다. 누가 더 제4차 산업혁명을 잘 이끌고 나갈지 가려가며 선택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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