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짜라고 깔보지 마라, 사이다만큼은 우리가 최고
미국 사이더리 기술 습득해 새로운 시장 만들어내

사이다는 청량음료가 아닌 사과를 발효시킨 알코올음료이다. 충주에 사이다를 전문으로 양조하는 댄싱사이다가 생긴지 햇수로 3년. 사진은 이 양조장에서 나오는 술들이다. 왼쪽부터 요새로제, 댄싱파파, 스윗마마, 다그린치      (사진 : 댄싱사이다)
사이다는 청량음료가 아닌 사과를 발효시킨 알코올음료이다. 충주에 사이다를 전문으로 양조하는 댄싱사이다가 생긴지 햇수로 3년. 사진은 이 양조장에서 나오는 술들이다. 왼쪽부터 요새로제, 댄싱파파, 스윗마마, 다그린치 (사진 : 댄싱사이다)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신설 양조장이 만들어 팔 술보다 먼저 회사를 설립하고 공장 터와 장비를 마련했다면, 게다가 발효의 원리도 모르는 양조의 문외한들이 잘 다니는 직장에 사표를 내고 양조장을 만들었다면 독자 여러분께서는 어떻게 생각하시겠는가.

그런데 모든 것이 사실이다. 평균 나이 30세의 양조장 창업자들은 세계 시장의 주류 트렌드를 제때 읽어내고 양조업에 뛰어들어 창립 3년 차인 올해부터 급성장하면서 우리 술 업계의 기린아로 떠올랐다.

이대로 대표(33)와 구성모 이사(29)가 충주에 설립한 댄싱사이다가 그 주인공이다. 

아직 국내에서는 사과 발효주가 낯설었던 시절. 미국 유학파인 두 사람은 유학 생활 중 음용한 사이다에 눈길을 던지게 된다.

물론 뜬금없이 도전한 것은 아니다. 이대로 대표의 미국 대학 동창들이 창립한 사이다 회사(다운이스트)가 매년 급성장하는 것을 눈으로 확인하고 의기투합하게 된 것이다.

이어 두 사람은 회사를 설립하고 바로 충주와 대구 등의 사과 주산지를 돌면서 공장 터를 물색하면서, 구글과 유튜브 등을 통해 사이다 양조와 발효 공부를 시작한다.

사이다가 일반에 낯선 술인 터라 전문 양조 서적이 없었기 때문에 영어 서적과 구글이 두 사람에게 훌륭한 양조 선생님이 돼 준 것이다.

양조장 터는 비즈니스의 기회가 서울과 수도권을 중심으로 펼쳐질 것으로 예상하고 서울 접근성을 가장 중요한 판단기준으로 삼아, 아무런 연고도 없는 충주를 선택했다고 한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하기 전인 올 1월 미국에선 사이다관련 대형 컨퍼런스가 있었다. 사진은 댄싱사이다의 이대로 대표(왼쪽)와 구성모 이사가 이 행사에 출품된 사이다를 시음하고 있는 모습			                  (사진 : 댄싱사이다)
코로나19 팬데믹이 발생하기 전인 올 1월 미국에선 사이다관련 대형 컨퍼런스가 있었다. 사진은 댄싱사이다의 이대로 대표(왼쪽)와 구성모 이사가 이 행사에 출품된 사이다를 시음하고 있는 모습 (사진 : 댄싱사이다)

이렇게 맨땅에 헤딩하듯 시작한 사업은 두 달간의 미국 양조 기행으로 이어진다. 아무런 준비도 없이 시작된 양조사업처럼 보였지만, 미국 현지에서 개방적인 사이더리(사이다 양조장) 문화를 접하면서 동부와 서부의 주요한 사이다 양조장의 양조기술을 체험할 수 있었으며, 이때 양조 기술만큼 소중한 인적 네트워크도 갖추게 된다.

댄싱사이다가 양조장으로 바로 설 수 있었던 결정적 기회는 이 대표의 학연으로 연결된 다운이스트 사이다 하우스 양조팀이 국내에 들어와 한 달간 체류를 하면서 양조기술을 전수해주면서부터다.

댄싱사이다가 본격적인 양조를 위해 설비를 도입한 시기는 지난해 초. 당시 미국 다운이스트 양조팀과 합숙을 하면서 실제적인 사이다 양조를 시작한 것이다.

이때 설계된 술이 현재 오골계와 호랑이로 라벨이 그려져 있는 ‘스윗마마’와 ‘댄싱파파’다. 두 술은 모두 충주에서 나는 부사 사과로 즙을 내 완전 발효시킨 뒤, 추가로 과즙을 넣어 단맛을 조절하는 형태로 만들어진다.
 
스윗마마는 단맛을 돋우는 형태로 설계됐으며, 댄싱파파는 미디엄드라이로 만들어져 살짝 단맛을 띤 화이트와인의 풍미를 지니고 있다. 그래서 굴과 멍게 등의 해산물과 잘 어울린다는 것이 댄싱사이다의 설명이다.
 
이어서 발표한 술은 청사과로 완전 발효시킨 뒤 홉을 침출시킨 ‘더 그린치’. 이 술을 최근 크래프트맥주 붐이 일면서 새롭게 유행하고 있는 홉사이다로, 드라이하면서 홉의 알싸한 풍미를 느낄 수 있는 술이다.

그린치는 짐 캐리 주연의 영화 〈마스크〉에 등장하는 크리스마스를 훔친 캐릭터인데, 이를 우리의 해태상에 얹어서 라벨을 기획했다고 한다.

이처럼 재미있는 캐릭터와 술 이름을 스토리텔링으로 입히면서 양조를 해온 댄싱사이다의 오늘이 있게 한 술은 사실 올해 발표한 ‘요새로제’다.

사과에다 오미자와 라즈베리까지 넣어 양조를 한 이 술은 오미자의 연붉은 색이 주는 이미지와 맛 덕분에 전통주점과 한식주점에서 주문 발주가 빠르게 늘었다고 한다.

알코올 도수 6.4%에 맛은 세미스위트. 시각과 맛을 같이 추구하는 젊은 층에 제대로 다가간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댄싱사이다의 새로운 도전은 여기서 멈출 것 같지는 않다. 이미 기획된 상품이 줄을 잇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내달 중에 복숭아를 이용한 사이다를 발표할 계획이며 가을쯤에는 충주의 또 다른 특산품인 블루베리를 이용한 사이다까지 사과의 맛과 향을 누르지 않을 만한 부재료를 활용한 다양한 변주곡을 준비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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