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대출규제‧빚투 맞물려 반년 만에 13조 폭증
당국, 적용 실태 점검해 주담대 규제준수 여부 확인

그래픽=강세이 편집기자
그래픽=강세이 편집기자

<대한금융신문=이봄 기자> 부동산 대출 규제와 빚투(빚내서 주식 투자)가 맞물리면서 시중은행의 신용대출이 폭증세를 보이고 있다. 금융당국은 신용대출 급증에 은행의 무분별한 실적경쟁도 영향을 줬다고 보고 점검에 나선다.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 8월 말 기준 5대(국민‧농협‧신한‧우리‧하나) 은행의 신용대출 잔액은 124조2747억원으로 전월대비 4조원 이상 급증했다.

신용대출 증가폭은 확대되는 추세다. 지난 4월에는 전월대비 5000억원가량 늘어났으며, 지난 5월에는 전월보다 1조원 이상 증가했다. 지난 6월과 7월에도 전월대비 각각 3조원 가까이 급증했다.

신용대출 폭증은 생계자금·사업자금 수요 증가, 주식·부동산 등 자산시장으로의 자금유입, 인터넷 은행들의 영업확대 노력 등이 복합적으로 영향을 줬다.

지난 8월 기준 5대 은행의 신용대출 평균금리는 2.332%로 지난 3월 대비 0.6%포인트 이상 감소했다. 같은 기간 주택담보대출 평균금리는 2.728%에서 2.552%로 0.22%포인트 하락하는데 그쳤다. 신용대출 금리가 주담대 금리보다 더 낮은 금리 역전현상이 나타나면서, 자금 수요가 신용대출로 몰릴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빚을 내 주식을 사들이려는 개인투자자들의 자금 수요도 은행권 신용대출로 몰린 것으로 추정된다. 실제로 SK바이오팜(6월), 카카오게임즈(8월)의 공모주 청약이 진행된 달에는 신용대출 증가세가 다른달 대비 높게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급증한 신용대출이 부동산 시장으로 흘러 들어가고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은행은 투기지역·투기과열지구에서 시가 9억원이 넘는 주택을 사려는 사람에게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40% 이하를 적용하고 있는데, 신용대출이 주택대출 규제의 우회수단이 돼 자금 마련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신용대출 급증을 두고 우려가 지속되자 금융당국은 은행권 대출 실적 점검에 나서기로 했다.

손병두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8일 진행된 금융리스크 대응반 회의에서 “신용대출 포함 가계부채 관리는 당장의 경제활동에 부정적 영향을 주지 않으면서, 동시에 잠재적 불안요인이 되지 않도록 관리해야 하는 어려운 과제”라며 “금융권의 가계대출 흐름을 종합 점검하고 관계부처와 협의해 체계적 관리방안을 강구하겠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신용대출 급증 배경에 시중은행 및 인터넷은행의 무분별한 실적경쟁이 있다고 보고, 은행들이 무리하게 대출을 취급하지는 않았는지 들여다볼 계획이다.

신용대출이 주택대출 규제의 우회수단이 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차주별 DSR 적용실태도 점검한다. 이 일환으로 금융감독원은 시중은행과 저축은행 등 금융회사에 주담대 규제 준수 여부와 관련한 서면자료를 요청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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