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냥 생기는 것 아니라 쇠 벼리듯 강화시켜야 갖춰져
윤종원 기업은행장, 신입 행원 언택트 간담회서 역설

윤종원 기업은행장이 9일 서울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에서 2020년 상반기 신입행원들과 실시간 온라인으로 대화의 시간을 갖고 있다.
윤종원 기업은행장이 9일 서울 을지로 기업은행 본점에서 2020년 상반기 신입행원들과 실시간 온라인으로 대화의 시간을 갖고 있다.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기본과 품격은 일상에 녹아 있는 것으로 생각돼 좀처럼 강조하지 않지만, 은행장이 신입 행원들에게 백번을 강조해도 무리가 아닐 만큼 소중한 덕목이다.

외려 부족해서 최근 몇 년간의 금융권을 보면 갖춰졌어야 할 기본과 그에 걸맞은 품격이 유지되지 못해 문제가 발생했고, 심지어 브랜드 가치도 침해됐다.
 
얼마 전 기업은행의 윤종원 행장은 신입 행원들과의 언택트 만남을 통해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후배들에게 당부의 말을 남겼다.

그 메시지에서 윤 행장이 가장 강조한 대목은 ‘기본과 품격, 그리고 실력’이었다. 얼마 전 물의를 일으킨 셀프 대출 사건의 영향일 것이다.

기업의 수장으로서 기업의 가치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사건이 발생하면 적절한 자리에서 관련 메시지를 내야 한다.

그것도 여러 차례 반복해서 부정적인 이미지가 최대한 희석되도록 해야 한다. 그러기에 적절한 자리 중 하나가 신입 행원들과의 랜선 만남이지 않았을까 싶다.

사회에 첫발을 내딛는 사람들에게 능력만큼 중요한 가치가 기본과 품격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우리는 기본을 잘 지키고 있는 것일까. 우선 기본이란 무엇일까. 아마도 규칙을 지킬 수 있는 덕목이지 않을까 싶다.

국가의 경우에는 법률이 있다면 기업에는 사규 등이 기본을 지켜야 할 규칙일 것이다. 심지어 친구와의 술자리에도 기본이 필요한 것이 세상의 정한 이치다.
 
그런데 인간은 본질적으로 방황하는 존재다. 괴테는 그런 인간의 모습을 “노력하는 한 방황하기 마련이다”라는 말로 《파우스트》에서 적고 있다.

수년 전에 출간된 데이비드 브룩스의 책 《인간의 품격》에선 인간의 삶이 기본적으로 성공담이 아니라 성장 스토리라면서, 자신의 결함 앞에서 도덕적 고갱이를 성장해 갈 수 있도록 자신을 강한 쇠를 다루듯 벼려야 한다고 말한다.

기본을 갖췄다고 해도 방황하는 존재여서 기본이 흐트러질 수 있고, 품격있는 삶을 추구하려 해도 방황하다 보면 품격을 잃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래서 내면에 집중해야 방황의 크기와 시간을 줄일 수 있고 성장의 스토리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이 그의 지적이다.

착한 자아와 나쁜 자아가 천사와 악마 캐릭터로 등장하는 디즈니의 애니메이션처럼 우리는 매일같이 두 캐릭터의 대결을 경험한다.

유혹 거리가 천지인 세상이다 보니 욕심의 크기가 커지면 커질수록 나쁜 자아가 승리할 가능성이 커진다.

그럴 때 자신을 지켜나갈 힘은 그런 감성을 누를 수 있는 자신의 이성이다.

감성이 이성을 거의 이기지만 가장 중요한 순간만큼은 이성이 이길 수 있도록 만드는 힘은 강화된 도덕적 고갱이다.

윤종원 행장은 언택트 만남과 함께 신입 행원들에게 독서대를 선물했다.

아마도 기본과 품격 그리고 실력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독서라고 생각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렇다면 그 독서대에는 어떤 책이 놓여야 할까.

많이들 찾아 읽는 자기계발서일 수도 있겠지만 기본과 품격, 그리고 실력을 위한 것이라면 좀 더 치열한 독서의 방식이 맞지 않을까 싶다.

예컨대 준법과 인륜을 두고 고뇌해야 하는, 그래서 소통 없는 아집이 어떤 파멸을 낳는지를 생생하게 보여주는 소포클레스의 《안티고네》일 수도 있고, 자신에게 치명상을 입힌 흰고래를 잡아 복수해야겠다는 헛된 망상이 포경선 선원을 한 명 빼고 모두 죽음으로 몰아간 에이허브의 이야기 허먼 멜빌의 《모비 딕》일 수도 있다.

또는 세상은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더 긍정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각종 팩트체크를 통해 보여주면서 긍정성을 강조하는 《팩트풀니스》가 놓일 수도 있다.

그 독서대에 어떤 책이 올라가든 우리는 기본과 품격을 위해 즉 우리의 한계를 확인하고 그 앞에서 겸손해질 수 있는 사람이 되기 위해 그 책들을 읽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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