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병 신한 회장, 《룬샷》 읽고 지주사에 ‘룬샷 조직’ 신설
비금융 콘텐츠까지 모아 파격적 디지털 금융 플랫폼 추진

(사진= 게티이미지뱅크)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지난 여름의 독서가 가을에 정책이 돼 돌아왔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이 여름 휴가 때 챙겨 읽은 《룬샷》이 신한의 미래를 그리기 위한 조직으로 지주사에 체화된 것이다.

룬샷은 ‘미친 아이디어’를 뜻하는 단어다.

물리학자이자 기업가인 사피 바칼이 성공하는 조직을 분석한 이 책은 빌 게이츠가 가방에 넣고 다니며 읽고 있는 책으로 소개되면서 기업인들에게 극찬을 받은 책이기도 하다.

조 회장은 새로운 신한의 밑그림을 그리기 위해 ‘미친 아이디어’를 전담해서 모아낼 수 있는 룬샷 조직을 회장 직속에 둔 것이다.

조 회장이 이처럼 별도의 조직을 만든 것은 기존 조직의 특성상 룬샷의 생존확률이 낮기 때문이다.

성공한 아이템을 중심으로 실무가 돌아가는 프랜차이즈 조직의 입장에서 룬샷은 접근하기도, 적용하기도 어려운 아이디어일 뿐이다.

따라서 기존 조직은 결 자체가 다른 룬샷을 성공보다는 실패의 관점에서 바라보게 된다.

그래서 신한금융도 프랜차이즈 조직과 별도로 룬샷을 두고 다양하고 파격적인 아이디어를 기획하고 실행계획을 수립하는 방법을 택하게 된 것이다.

룬샷의 저자 사피 바칼도 프랜차이즈와 룬샷 간의 균형을 강조한다.

프랜차이즈 조직만으로는 급변하는 세상에 제대로 대응할 수 없고, 뜬구름만 가득한 룬샷만으로도 구체적인 성과를 일궈낼 수 없기 때문이다.

특히 조직원 모두가 경력관리를 더 중요하게 여기면 승진을 위한 사내 정치에 매몰되기 마련인데, 프랜차이즈 조직의 가장 큰 병폐가 사내 정치의 불가피성이라는 점에서 룬샷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는 것이다.

따라서 지위가 아닌 결과에 관심을 둘 수 있도록 룬샷을 보다 강조해야 한다고 말한다.

지난주에 가진 ‘2020년 하반기 이사회 워크숍’을 통해 발표된 신한금융의 룬샷 조직은 금융은 물론 비금융까지 통섭적으로 ‘미친 아이디어’를 모을 예정이다.

본부장급 추진단장과 실무자 등을 포함해 30명으로 구성되는 이 팀은 기존 금융 플랫폼의 한계를 넘어서기 위해 새로운 디지털 플랫폼을 설계하는 것은 물론 플랫폼의 활용 및 접속을 늘릴 수 있도록 비금융의 시선에서 콘텐츠도 적극적으로 발굴할 계획이다.

조 회장은 《룬샷》을 읽고 홍안의 소년 다윗이 예상치 못한 무기(자갈 5개와 무릿매)로 거인 골리앗을 단숨에 해치웠다는 대목에 주목하게 됐다고 한다.

이유는 골리앗처럼 성장한 ‘신한’이 눈에 들어왔기 때문이다.

무수히 많은 다윗이 시장에 출현하고 있는 상황에서 신한만의 룬샷을 가지지 못하면 신한도 정체할 수 있다는 절체절명의 위기감을 이 책에 제대로 맛본 것이다.

다윗이 골리앗을 이길 수 있었던 것은 적이 예상하지 못한 방식의 승부수와 정확성, 그리고 신념이었다.

이런 다윗을 시장에서 만나게 되면 신한도 다윗처럼 상대방이 예상하지 못한 방법으로 신속하게 전략을 수행해야 한다.

그래야 다윗의 전략에 휘말리지 않고 자신의 페이스를 유지할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신한의 룬샷 조직이 어떤 아이디어를 만들어낼지 아직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이제 모두가 ‘미친 아이디어’를 무시하지 않을 것이며, 서로가 그 아이디어를 만들어내려고 노력할 것이라는 점이다.

이렇게 책 한 권은 무겁게 우리 사회에 영향을 미쳤다. 가을에 적용된 룬샷이 겨울과 봄에는 어떤 결과를 도출할지 귀추가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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