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유가 40달러 보합세에 원유펀드 설정액 급감
5월, 약 10조에 달했던 펀드 자금 4조로 반토막

<대한금융신문=최성준 기자> 원자재펀드의 인기가 줄어들며 설정액이 감소하고 있다. 원자재펀드 설정액의 대부분을 차지한 원유 투자 펀드의 수익이 저조하게 나타나고 전망도 좋지 못하자 투자 심리가 크게 줄어든 탓이다.

1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전일 기준 원자재펀드의 설정액은 4조7929억원으로 지난 3개월 간 1조1566억원 감소했다.

특히 원유에 투자하는 펀드의 설정액이 크게 줄어들며 원자재펀드 설정액 감소를 이끌었다. 설정액 감소폭이 가장 컸던 세 개의 펀드가 모두 원유에 투자하는 펀드였다.

구체적으로 상장지수펀드(ETF)인 삼성KODEXWTI원유선물ETF가 최근 3개월간 8760억원의 설정액이 감소하며 가장 많이 줄었다. 다음으로는 미래에셋TIGER원유선물ETF에서 3155억원, 삼성WTI원유특별자산투자신탁에서 399억원이 감소했다.

지난 5월만 하더라도 코로나19로 인해 국제유가가 급락하자 투자자들의 유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으로 원자재펀드의 설정액이 한 달 만에 약 5조원이 늘어났었다. 5개월 전 원자재펀드의 설정액은 약 10조원에 달했다.

그러나 최근 국제 유가 변동성이 줄어들자 유가 상승에 대한 기대감이 떨어지며 원유 상품 투자 심리가 감소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 6월 국제유가는 40달러대로 상승한 이후 평균치인 40달러대에서 등락을 반복하고 있다.

유가가 등락을 반복하면서 펀드 수익률도 저조하게 나타나고 있다. 원자재펀드의 최근 3개월 수익률은 1.22%로 국내 주식형펀드 12.43%에 비해 상당히 낮은 수준을 보였다.

설정액 감소가 컸던 삼성KODEXWTI원유선물ETF, 미래에셋TIGER원유선물ETF, 삼성WTI원유특별자산투자신탁의 수익률은 각각 –1.39%, -0.42%, -3.30%였다.

향후 국제 유가 상승이 제한적일 것이란 전망이 주로 나오면서 원자재펀드 투자심리는 더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원자재펀드는 한 달에 한번 롤오버를 진행하기에 보합세가 유지될 경우 수익을 내기 어렵기 때문이다.

원자재 선물에 투자하는 펀드는 선물 만기가 다가오면 보유한 최근월물을 팔고 차근월물을 매수하는 롤오버를 진행한다. 이때 가격차만큼 비용이 발생해 펀드 기준가격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유진투자증권 황성현 연구원은 “여전히 코로나19 재확산 우려로 항공, 산업용 수요 개선이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국제유가도 현 수준의 박스권 등락이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대신증권 김소현 연구원은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원유수요 회복 속도는 예상보다 부진하다. 특히 서유럽의 경우 전염병 방지를 위한 정책으로 도로교통량이 줄어들기 시작했다”며 “원유수요 회복이 뚜렷하지 않는 한 국제유가가 연말까지 현재와 같은 박스권에서 등락을 보일 것으로 예상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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