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정식 하나은행 리빙트러스트센터장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믿고(信) 맡긴다(託)’는 의미의 신탁은 고객(위탁자)이 금전, 유가증권, 부동산 등 재산을 맡기면 신탁회사(수탁자)가 고객의 이익 또는 특정의 목적을 위해 그 재산을 관리·운용·처분해 주는 제도다.

고령화 현상 심화, 저금리 기조 장기화 등으로 장기 종합자산관리 수단인 신탁의 중요성이 높아지고 있지만, 국내 신탁 시장의 수요 대부분은 기관투자자와 법인이며 개인을 대상으로 한 종합재산신탁은 활발히 운용되지 않고 있다.

하나은행 배정식 리빙트러스트센터장(사진)은 “신탁제도가 들어보면 합리적이라는 의견이 많이 나오는데, 아직 신탁제도에 대해 정확히 모르는 사람들이 더 많은 게 현실”이라며 “신탁을 쉽게 경험할 수 있는 제도의 변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의 사후에 손주에게 3000만원을 주겠다는 유언대용신탁에 가입하려면 은행 창구를 직접 방문해야 하는데, 손쉽게 인터넷이나 스마트폰을 통해 가입할 수 있도록 비대면 신규 등이 가능하다면 신탁이 좀 더 생활 속에 친근하게 자리 잡을 것 같다”는 의견도 내놓았다.

또 배 센터장은 일본의 고령화 모습을 닮아가고 있는 한국의 상황에서 신탁에 대한 니즈가 점차 늘어날 것으로 보고, 이에 대한 대비가 필요하다고 짚었다.

배 센터장은 “금융사들은 시장변화에 따라 중장기적인 호흡을 갖고 신탁을 알리려는 노력을 지속해야 한다”며 “수요를 발굴하고 솔루션을 제공할 수 있는 전문인력의 배치와 교육체계, 다량의 계약이 이뤄질 것을 대비한 시스템과 조직체계도 준비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하나은행에서는 금융연수원의 신탁상속설계 전문가 과정을 개설해 6주간 교육 후 일본 스미트러스트 현장 교육을 진행하는 등 꾸준히 전문가 육성에 집중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신탁 시장의 지속 성장을 위한 금융당국의 역할론에 대한 주문도 이어졌다.

배 센터장은 “신탁 시장 활성화를 위해선 당국의 든든한 지원군 역할이 요구된다”며 “우선 신탁법과 신탁업 기관에 걸맞은 법체계가 갖춰져야 하고, 고령화 사회에 장기적인 재산관리체계에 적합한 세제 혜택도 고려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치매 인구 증가 현상에 맞춰 그들이 보유한 재산이 안전하게 지켜지도록 일정 한도의 세제 혜택 부여한다면 재산관리가 안 된 치매 인구에 대한 정부의 지원 규모도 줄어들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배 센터장은 “기업 승계 관련 제도적 정비도 시급하다”라며 “가업 승계 목적의 주식을 신탁할 경우 상·증세법에서 정하고 있는 가업상속공제 요건 중 10년 이상 보유 요건을 위반할 수 있는 해석상의 어려움이 많다. 이러한 해석과 갈등을 조정할 방안이 절실하다”라고 말했다.

배 센터장이 총괄하는 리빙트러스트센터에선 상황에 따라 맞춤형 설계가 가능한 상품을 잇단 선보이며 앞으로 더욱 많아질 고객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신탁의 보급화를 위해 가입 한도를 1만 원대로 대폭 낮춘 상속상품부터 셀프장례를 생각한 상조상품, 해외근로자와 장애인, 미성년자를 위한 상품 등 범위가 무궁무진하다.

배 센터장은 “신탁 상담이 증가할수록 어느 가정이나 집안에 어려움이 있기 마련이고 특히 치매와 상속은 모든 사람에게 해당하는 고민임을 인식하게 됐다”며 “신탁이 다양한 재산관리 난제에 대한 답이 될 수 있도록 개인과 기업을 한꺼번에 아우르는 통합적인 플랜 설계를 이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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