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코르글로벌라이프 노동현 북아시아 대표

<대한금융신문=문지현 기자> “왜 보험은 고객의 불행한 사고나 질병만 보장해야 할까요. 보험으로 고객의 질병 예방이나 건강증진 등 개인화된 서비스를 제공할 필요성이 커지고 있습니다. 이제는 기술의 발전으로 충분히 가능하게 됐고, 앞으로 틀을 깨나가고 싶습니다.”

스코르글로벌라이프 노동현 북아시아 대표<사진>의 말이다. 우리가 아는 통상적인 재보험사의 역할은 원수사(보험사)의 리스크 공동부담이다. 그런데 최근 글로벌 재보험사 스코르는 직접 건강증진 플랫폼 사업에 뛰어들기 시작했다.

재보험사가 헬스케어 플랫폼 사업에 뛰어든 배경은 무엇일까. 노 대표는 보험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원수사의 노력에 맞춰 재보험사도 이를 뒷받침하는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노 대표는 “재보험사들은 그간 보험에서 발생하는 다양한 리스크를 공동으로 부담하는 역할을 해왔다”라며 “그러나 기술 발전과 고객 가치의 변화로 인해 보험시장에 새로운 사업 모델이 요구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이러한 요구에 보험사뿐 아니라 재보험도 한 역할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러한 고민 끝에 스코르가 시작한 사업은 건강증진 플랫폼이다. 스코르는 건강증진 플랫폼을 통해 보험사가 제공하는 ‘건강보험’이 ‘건강증진형 보험’으로 전환될 수 있다고 본다.

해당 플랫폼은 스코르가 건강증진 서비스 업체와 제휴를 통해 플랫폼에 건강 관련 서비스를 탑재하고, 이를 건강증진형 보험상품을 판매하려는 개별 보험사와 연계하는 서비스다.

보험사들이 직접 헬스케어 플랫폼을 구축하지 않아도 보험상품을 판매할 때 해당 플랫폼에서 건강진단, 심리치료 등 서비스를 선택해 자사 고객에게 제공할 수 있다.

그렇다면 왜 꼭 재보험사가 제공하는 플랫폼이어야 할까. 국내 원수사들도 각 사 만의 헬스케어 플랫폼을 운영하고 있다. AIA생명의 ‘바이탈리티’나 삼성화재의 ‘애니핏’이 그 예다.

노 대표는 해외 접점이 많은 재보험 시장의 특성을 플랫폼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다는 점을 강점으로 꼽는다.

노 대표는 “재보험사는 해외 시장과 실시간으로 연계돼 시장의 새로운 사업모델을 빠르게 접목할 수 있는 기반을 갖추고 있다”며 “또 여러 보험사가 참여하다 보면 플랫폼 파트너사는 규모의 경제를 이룰 수 있다. 이러한 규모의 경제는 보험의 장기적인 특성을 고려할 때, 헬스케어 서비스의 지속성과 안정성을 높이는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지난 2017년 금융당국이 ‘건강증진형 보험상품 가이드라인’을 시행한 이후 일부 보험사를 통해 건강증진형 보험이 출시됐다. 하지만 걸음걸이 수에 따른 리워드 제공이라는 단편적 방식으로만 개발돼 대부분 큰 성과를 내지는 못했다.

노 대표는 “현재 원수사의 헬스케어 서비스는 보험의 급부가 아니라 사업비에서 제공되는 하나의 서비스이기 때문에 서비스 확장성에 매우 큰 제약이 있다”며 “또 고객의 행동 패턴을 너무 정적으로 바라본다는 점도 원인 중 하나다. 고객은 초반에 걷고 뛰는 것과 웨어러블에 몰입할 수 있지만, 언제든 지겨워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다만 “아직 하나의 패러다임을 구축하지 못했을 뿐 많은 회사가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다”고 말했다.

스코르는 보험산업에 새 패러다임인 ‘건강증진형 서비스’의 연착륙을 위해 앞장설 계획이다.

노 대표는 “보험과 플랫폼을 통해 고객들이 건강증진과 행복의 경험을 쌓을 수 있는 시도를 해보고자 한다”며 “현행 규제로는 어려운 게 사실이지만 산업 간 영역이 무너지고 있고 우리가 생각했던 보험이 꼭 영원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새로운 보험의 가치를 정립하고 이를 위해서 끊임없이 도전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노 대표는 규제 완화 중요성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노 대표는 “의료업계도 인공지능, 원격진료 등 기술의 발전과 새로운 사업 모델로의 변화에 자유로울 수 없다. 실제 의료계에서도 검진이나 예방 쪽으로 역량을 강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고객 관점에서 볼 때 (건강증진 관련) 서비스가 과연 의료계에서만 할 수 있는지 반문해봐야 한다. 보험산업도 국민 건강의 예방에 일조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돼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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