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6-15 19:55 (화)
[응답하라, 우리술 176] 이육사의 청포도를 담은 ’264와인‘
[응답하라, 우리술 176] 이육사의 청포도를 담은 ’264와인‘
  • 김승호 편집위원
  • 승인 2020.11.23 09: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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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오픈했지만 각종 상 받으며 맛 인정받아
안동 여행길, 퇴계·육사 만나며 방문할만한 코스
이육사 시인의 ‘청포도’ 스토리텔링을 청수 품종으로 일궈내 와인을 빚고 있는 264와인의 이동수 대표가 시음잔을  채우고 있다.
이육사 시인의 ‘청포도’ 스토리텔링을 청수 품종으로 일궈내 와인을 빚고 있는 264와인의 이동수 대표가 시음잔을 채우고 있다.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크리스피하다’는 맛 표현이 있다. 음식의 크리스피는 바삭한 식감을 의미한다면, 와인은 산미가 있으면서 단맛이 적은 경우를 말한다.

드라이하면서 신맛이 있는 화이트와인의 맛을 설명할 때 주로 사용한다.

시음하는 순간 떠오른 단어다. 입은 목넘김 이후를 감상하려는데 머리를 장악한 것은 ‘크리스피’였다. ‘아, 이런 맛을 말하는 것이구나.’ 와인을 배우는 초심자에게 맛 표현에 걸맞은 포도주를 만나는 것처럼 반가운 일은 없다.

‘264와인’. 이름부터 범상치 않다. 퇴계 이황의 고향, 안동의 도산면 일대에는 진성 이씨의 집성촌이 많다.

‘264’는 퇴계의 후손 중 독립운동가이자 시인인 이원록의 수인번호다. 그리고 그 수인번호를 자신의 호로 쓰면서 우리는 그를 이육사로 기억하고 있다.

“내 고장 칠월은/청포도가 익어가는 시절//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이육사의 시 ‘청포도’의 도입부다. 이 시가 지닌 상징을 안동의 ‘청수’ 품종 농가들이 ‘264와인’으로 승화시키고 있다.

청수포도 작목반을 이끌던 이동수 대표가 경북 영천을 오가면서 와인 양조를 배우고, 그 기술을 근간으로 지난해부터 와인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여기에 이육사와 청포도를 연결한 스토리텔링에 관심이 많았던 안동시도 지원에 나서 와이너리가 지난해 오픈하게 된다.

청수는 농업진흥청이 1993년에 생과용 포도로 개발한 품종이다. 병충해와 추위에 강해 우리나라에 적합한 청포도 품종이기도 하다.

그런데 수확시기에 송이에서 포도알이 떨어지는(탈립) 비율이 높아 농가 입장에선 상품성이 떨어져 외면받아오던 품종이다.

그런데 지난 2008년부터 청수 품종으로 빚은 포도주의 상품성이 높다는 것이 확인되면서 청수로 와인을 빚는 곳이 늘고 있다. 안동의 도산면도 그런 경우 중 한 곳이다.

이동수 대표는 이육사 시인의 ‘청포도’가 지닌 스토리텔링을 유지하기 위해서 100% 청수만으로 포도주를 빚고 있다.

264와인에선 청수 품종 100퍼센트로 와인을 빚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광야(세미드라이)’ ‘절정(드라이)’ ‘꽃(스위트)’
264와인에선 청수 품종 100퍼센트로 와인을 빚고 있다. 사진은 왼쪽부터 ‘광야(세미드라이)’ ‘절정(드라이)’ ‘꽃(스위트)’

판매 중인 와인은 ‘절정’, ‘광야’, ‘꽃’ 3종류다. 모두 이육사의 시제들이다.

앞서 크리스피한 맛의 와인은 ‘절정’이다. 사과 향과 파인애플 향 등 여러 과일 향이 올라오면서 산미가 입안을 개운하게 장악한다.

그런데 단맛은 강하지 않다. 드라이한 샤도네이와도 다르다.

어쩌면 청수를 사용하는 대여섯 곳의 와이너리 포도주 중 가장 드라이한 맛을 내는 와인일런지도 모른다.

‘광야’는 이 와이너리 술 중 중간 정도의 당도를 지닌다. 미디엄드라이. 청수 품종의 특징을 잘 유지하면서 단맛을 조금 돋운 술이다.

그리고 스위트 제품인 ‘꽃’은 농염하다. 육사의 시는 “비 한 방울 내리잖는 그때에도/오히려 꽃은 빨갛게 피지 않는가”라 말할 때 264와인은 그 빨갛게 핀 꽃 향을 와인에 온전히 담은 듯하다.

단맛이 많아지다 보니 ‘프루티’하며 ‘라운드’하다. 프루티는 단어 뜻 그대로 과일 향이 가득한 것을, 그리고 라운드는 입안에서 느껴지는 와인의 질감이 부드럽다는 뜻을 지닌다.

264와인의 와인 3종 모두 청수 품종의 특징을 잘 살렸다.

그래서일까. 지난해 처음 출시하면서 제6회 한국와인 대상에서 ‘드라이화이트’가 실버상을 수상했고, 올해는 ‘아시아와인트로피’에서 ‘꽃’이 실버상을 받았다.

안동 여행길에 도산서원과 퇴계종택을 방문한다면 근처에 이육사문학관을 지나게 된다. 그리고 그곳에서 얼마 못가 ‘264와인’도 만날 수 있다.

시인의 흔적을 264와인과 함께 하는 것도 좋지 않은가. 그러기에, 충분한 맛을 가지고 있다. 심지어 청수 품종으로 빚은 와인 중 가성비까지 갖추고 있으니 그 얼마나 좋은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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