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문 진단 받으면 청약철회 대상서 제외
“마음대로 연령기준 잡고 법 이용해 거절”

2020년 12월 기준.
2020년 12월 기준.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고령자가 가입하는 실손의료보험이 ‘반품 불가(청약철회 금지)’ 상품으로 전락했다.

고령자도 청약철회 권한은 있다. 문제는 최근 고령자를 대상으로 한 실손보험에 방문 진단이 필수가 되고 있다는 점이다.

보험업법상 방문 진단을 받은 계약자는 청약철회를 할 수 없다. 고령자는 실손보험 가입 시 반품 권한이 없는 거나 마찬가지란 지적이 나온다.

21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메리츠화재 등 상위 5개 손해보험사들은 각각 61세 이상이면 무조건 방문 진단을 거쳐야 실손보험에 가입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화손해보험, 롯데손해보험 등 중소형사의 경우 20세 이상이면 무조건 방문 진단을 거쳐야 한다. 흥국화재나 NH농협손해보험은 40세 이상이 방문 진단 대상일 정도로 실손보험의 방문 진단 대상 연령대는 낮아지는 분위기다.

방문 진단이란 간호사가 실손보험 가입 희망자를 찾아가 혈압, 혈액, 소변 검사 등을 진행하는 인수심사 과정 중 하나다. 

보험사들의 방문 진단 요건이 깐깐해진 건 실손보험 디마케팅 때문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실손보험은 서류에 건강상태를 기입하는 식의 간단한 고지로도 가입이 가능했다.

그러나 실손보험 손해율이 치솟자 가입문턱을 높이기 위해 고령자 등에 대한 방문 진단의 나이를 대폭 낮춘 것이다.

방문 진단이 특정 연령대 이상에게 전부 적용되면서 고령자의 청약철회 권한이 사라지고 있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보험상품의 청약철회가 가능한 기간은 보험증권을 받은 날로부터 15일 이내(청약을 한 날로부터 30일 한도)다. 하지만 보험업법(시행령 제48조의2)에서는 ‘피보험자가 건강진단을 받아야 하는 보험계약’을 청약철회가 불가능한 보험계약으로 정의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고령자에 대한 청약철회 불가 사유로 보험업법 외에도 △방문 진단이란 행위 자체가 계약체결에 대한 명확한 의지란 점 △방문 진단에 비용이 소모된다는 점 등을 든다.

청약철회는 보험계약자의 단순 변심으로도 계약을 취소하고, 납입한 보험료를 돌려받을 수 있는 제도다. 보험사가 방문 진단을 실손보험 가입을 막을 목적으로 사용하면서 환불 권한마저도 없애고 있는 셈이다. 소비자보호 측면에서 살펴볼 때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방문 진단은 보험사가 전액 부담한다. 보험료가 저렴한 단독형 실손보험에 방문 진단을 하는 자체가 보험사에겐 손해”라며 “사실상 고령자의 실손보험 가입을 막는 행위인데, 보험사 마음대로 정한 방문 진단 기준으로 청약철회 권한까지 뺏는 건 보험업법시행령의 취지와도 맞지 않다고 본다”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