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 심화에 대출자산 늘려 운용
약대比 듀레이션 짧고 신용위험 커

<대한금융신문=문지현 기자> 주택담보대출 중심의 대출자산 증가로 생명보험사들의 고민이 커지고 있다.

24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생보사의 대출채권 규모는 매년 증가세다. 올해 3분기엔 147조6301억원으로 전년동기(139조9745억원) 대비 5.5% 늘어났다.

생보사들의 대출 규모는 3분기를 기준으로 지난 2017년부터 124조1987억원에서 2018년 134조4965억원으로 꾸준히 늘고 있다.

대출채권은 저금리 상황에서 채권 대비 높은 이자수익을 낼 수 있는 금리부자산 중 하나다. 국내 생보사의 전체 운용자산 중 대출채권의 평균 구성비는 15% 내외다.

그간 국내 보험사들의 대출채권 중에서는 약관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가장 높았다.

약관대출은 주택담보대출(이하 주담대) 등 일반 대출상품보다 리스크가 적고 수익률은 높은 자산이다. 보험계약자의 자산인 해지환급금을 담보로 가산금리를 붙이다보니 보험사 입장에선 무위험수익과 다름없다.

그러나 최근에는 약관대출은 줄고, 주담대 등 일반대출 중심으로 대출 규모가 커지고 있다. 전체 대출자산에서 약관대출보다 주담대 비중이 더 커졌다.

올해 3분기 주담대 규모는 48조1865억원으로 전년동기(42조4099억원)보다 13.6% 늘어났으며, 처음으로 약관대출 규모를 역전했다.

시중은행의 주담대 규제가 강화된 가운데 이들과 비슷한 금리를 제공하는 보험사에 주담대 수요가 몰렸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약관대출 감소의 경우 은행의 신용대출 금리가 내려가자 약관대출을 신용대출로 메우는 ‘대출 갈아타기’가 많이 이뤄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이는 보험사에 부정적인 요인이다. 약관대출과 비교했을 때 주담대 등 일반 대출채권은 리스크 대비 수익성이 낮은 자산이다. 신용리스크 때문이다.

주담대는 평균 듀레이션(잔존만기)도 짧다. 변동금리 주담대의 경우 RBC상에서 ‘차기 금리개정일’을 자산 만기로 본다. 대부분 3개월 미만이다. 고정금리 주담대는 조기상환수수료 부과까지를 만기로 하는 데 평균 1~2년이다.

반면 약관대출은 담보로 제공된 보험계약의 듀레이션을 그대로 인정받는다. 새 국제회계기준(IFRS17) 도입을 앞두고 장기간 보험계약에 대한 보험금 지급 책임(부채)을 자산과 매칭해야 하는 보험사에겐 약관대출이 다른 대출자산 대비 크게 유리하다.

주담대 등 일반대출은 킥스(K-ICS) 도입 시 생보사들의 금리리스크를 심화시킬 가능성도 있다. 새로운 지급여력제도인 킥스 하에선 신용리스크 측정 시 사용되는 신뢰수준이 현행 99%에서 99.5%로 상향조정된다.

보험연구원은 이로 인해 생보사가 보유한 일반대출 금리리스크가 현행 RBC와 비교해 평균 2.6배 증가할 것으로 추정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약관대출 규모는 줄고 있지만 주담대 등 일반대출이 늘고 있어 운용자산 중 대출채권 비중은 꾸준히 느는 추세”라며 “주담대는 평균 자산 만기가 1~2년이라 듀레이션을 늘리기 어렵고, 신용리스크가 있어 약관대출보다 리스크 대비 수익성이 낮은 운용 전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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