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평에서 전통주·내추럴와인 만날 수 있는 곳
유럽식 가정식 오마카세 방식으로 제공할 계획

지난달 은평에 오픈한 보틀숍 ‘키오스크.이피’ 우리 술과 수제맥주, 내추럴 와인 등을 주로 취급하는 곳이다.
지난달 은평에 오픈한 보틀숍 ‘키오스크.이피’ 우리 술과 수제맥주, 내추럴 와인 등을 주로 취급하는 곳이다.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인공감미료가 들어가지 않은 잘 빚은 우리 술을 집 근처 판매점에서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 본 적이 있었다.

처음 막걸리를 배우던 시절, 동네 편의점이나 슈퍼마켓에서 구할 수 있는 한두 종의 막걸리가 세상 막걸리의 다가 아니라는 사실을 알고 난 뒤 대형마트에서 만날 수 있었던 준프리미엄 막걸리들이 그렇게 반가울 수가 없었지만, 쌀의 단맛을 내기 위해 두어 차례 덧술을 한 프리미엄 막걸리는 여전히 쉽게 구할 방도는 없었다.

물론 지역특산주와 민속주처럼 통신판매가 가능한 술들도 있었지만, 기본 택배 물량을 주문해야 하는 부담 때문에 어렵사리 구한 프리미엄 막걸리와 약주는 어린 시절  꿀단지에서 꿀을 훔쳐 먹는 것처럼 조심스럽게 술잔에 따르곤 했다.

이렇게 귀했던 술들만 모아서 파는 우리 술 전문점들이 올해 들어 빠르게 늘고 있다. 감미료가 들어가지 않은 막걸리와 약주 그리고 증류소주와 국산 농산물로 만든 와인까지 취급하고 있는 술들도 다양해져 여행지에서나 만날 수 있었던 술을 서울 등의 대도시에서도 구할 수 있게 된 것이다.

명동 막걸리학교에서 운영하는 ‘술술상점’과 힙하게 뜨고 있는 문래동에 양조장을 만들면서 우리 술을 팔고 있는 ‘현지날씨’, 비즈니스 중심지인 청계천에 최근 문을 연 ‘우리술한잔’, 그리고 주류도매회사인 백산주류와 콜라보 형태도 운영되는 ‘오렌지보틀’(안양소재) 등 구매층이 탄탄하게 형성돼 있는 서울 경기 지역을 중심으로 전문점이 늘고 있다.
 
서울 서북쪽에도 우리 술과 내추럴 와인 등을 판매하는 보틀숍(주류판매점)이 최근 문을 열었다.

유럽에서 편의점을 의미하는 단어로 옥호를 정한 ‘키오스크.이피(EP)’ 알파벳 이피는 은평의 약어다. 단어는 낯설지만 뜻풀이하자면 은평에서 우리 술을 판매하는 상점이라는 뜻이다.

막걸리를 새롭게 해석해서 젊은 애주가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던 ‘디오케이(DOK)브루어리’에서 양조와 마케팅을 담당했던 정우연(39)씨와 독일에서 10여 년 디자인을 공부하고 패션 디자인을 해온 배민영(35)씨가 이곳의 주인장이다.

보틀숍 ‘키오스크.이피’의 정점은 잘 만들어진 좋은 술과 정우연(오른쪽), 배민영 부부가 만들어내는 유럽식 가정식 음식이다.
보틀숍 ‘키오스크.이피’의 정점은 잘 만들어진 좋은 술과 정우연(오른쪽), 배민영 부부가 만들어내는 유럽식 가정식 음식이다.

부부인 두 사람은 자신들이 잘할 수 있고 원하는 일을 하기 위해 하던 일을 그만두고 보틀숍을 냈다고 한다.

‘키오스크.이피’의 핵심은 ‘잘 만든 술’과 ‘주인장 부부가 만드는 음식’이다. 먼저 잘 만든 술은 해창, 별산, 대대포 등 10여종의 막걸리와 삼해소주 및 문배주, 진맥소주 등 9종의 증류소주 라인을 갖추고 젊은 층이 많이 찾는 수제맥주(약 25종)까지 주종을 다양화해 선택의 폭을 넓힌 것이 특징이다.

시판되는 전통주의 숫자로 보면 취급하는 술의 종류가 적긴 하지만, 내추럴 와인 등 와인의 수요를 감안해 초창기에는 다양한 주종을 다루면서 서서히 전통주의 비중을 늘릴 계획이라고 한다.

매출 비중은 최근 와인 판매가 맥주를 능가했다는 보도처럼 와인이 압도적인 상황에서 막걸리와 맥주가 비슷하게 팔린다고 정 대표는 말한다.

막걸리는 죽향도가의 ‘대대포’와 양주도가의 ‘별산’이 많이 나가고 수제맥주는 크래프트브루스의 ‘라이프뉴잉’과 고릴라브루어리의 ‘뉴잉아이피에이’는 입고되면 거의 하루 이틀 만에 다 나갈 정도라고 한다.

‘키오스크.이피’의 두 번째 장점은 부부가 만들어내는 음식인데, 우리의 제철 재료를 중심에 두고 프랑스와 독일 등 유럽에서 경험한 음식을 적절하게 결합시켜 새롭게 해석했다.

오마카세 방식으로 예약 손님들에게 제공할 예정이며, 이곳에서 판매하는 술과 페어링시켜 만들 예정이라고 한다.

정 대표는 최근의 문화가 가치 소비중심으로 형성되고 있고, 스토리텔링까지 찾는 소비자가 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키오스크.이피’를 이같은 라이프 스타일을 충족시킬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 계획이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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