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자 ‘독립손사 선임권’ 강화됐지만
보험사에 의견제시 못해 제도 실효성↓

<대한금융신문=문지현 기자> 공정한 보험금 산정을 위한 손해사정제도 도입 취지에 맞게 손해사정사의 업무 범위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 23일 전재수 의원을 필두로 더불어민주당 의원 10명은 ‘보험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이하 개정안)’을 발의했다.

개정안은 보험업법상 손해사정사의 업무를 하나 더 늘리는 것을 골자로 한다. 보험금 지급 과정에서 보험사가 사정한 손해액 및 보험금에 대해 손해사정사가 의견제시를 할 수 있도록 하자는 내용이다.

손해사정사는 손해사실을 확인하고 손해액을 산정해 적정한 보험금이 지급되도록 하는 업무를 맡고 있다. 통상 보험사가 직접 고용(고용손사)하거나 업무를 위탁(위탁손사)하는 형태로 운영된다.

보험계약자도 손해사정사를 직접 선임(독립손사)할 수 있는데, 지난 2018년 손해사정제도 개선 이후 소비자 선임권은 더욱 강화됐다. 보험사의 손해사정이 보험금 지급을 거절하거나 삭감하는 수단으로 변질되고 있다는 지적에서다.

문제는 이 같은 제도 개선에도 한정된 업무규정으로 인해 보험계약자는 ‘손해액·보험금 사정 결과’에 대해선 손해사정사의 도움을 받을 수 없다.

현행법상 손해사정사는 보험사가 제시한 금액을 바탕으로 보험금을 협의하는 과정에서 의견을 제시할 수 있는지 명확하지 않기 때문이다.

보험업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손해사정사는 보험사가 사정한 손해액과 보험금에 대해 의견을 제시하고, 그 내용을 보험계약자에게 설명하는 업무에 대한 법적근거를 얻게 된다.

전재수 의원실 관계자는 “손해사정사의 업무에 보험사가 사정한 손해액 및 보험금에 관해 보험사와 의견을 교환하고, 그 내용을 보험계약자 등에게 설명하는 행위를 추가해 보험계약자의 권익을 보호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손해사정사업계도 해당 법안 통과 시 더 객관적인 보험금 산정 업무가 이뤄질 것으로 본다.

걸림돌은 변호사법 위반 소지다. 금융당국은 손해사정사와 보험사가 의견을 교환하는 행위가 변호사법 위반 소지가 될 수 있다며, 관련 업계와 충분한 논의를 거쳐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해당 개정안은 같은 내용으로 지난 20대 국회서 불발됐다.

한 독립손해사정법인 대표는 “손해사정제도 도입 취지상 보험사의 보험금 산정 과정에 손해사정사가 의견을 진술하는 건 당연한 업무”라며 “업무과정에서 보험사와 사정서 정정·보완이 있을 때, 문서로 오가야 하는 게 원칙이지만 구두로 이뤄지는 경우들이 종종 있다. 법에 명시만 안 됐을 뿐 이 과정에서 사실상 손사의 의견제시가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또 통상 보험사들은 위탁손사와 다르게 독립손사의 의견 제시는 좋지 않은 시선으로 보는 경우가 많다. 독립손사가 할 수 있는 업무가 법적으로 명확해지면 더 공정한 보험금 산정이 이뤄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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