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위 예탁원 등 유관기관과 협의할 것”
ETN 규정개정 됐으나 법무부 반대에 난항
상법·전자증권법, 병합 대상 ‘주식’에 한정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사진 : 게티이미지뱅크

<대한금융신문=강신애 기자> 일명 ‘곱버스’의 가격 폭락에 한국거래소가 상장지수펀드(ETF)도 액면병합 할 수 있도록 하는 규정개정 초읽기에 돌입했다. 

다만 실제 액면병합으로 이어지기까지는 난항이 예상돼, 투자자들이 비용리스크에 장기간 노출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 거래소, 상장규정 개정 검토 마무리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는 최근 상장지수펀드(ETF)의 액면병합 허용을 위한 상장규정 개정을 준비 중이다. 

현재 거래소 내부 검토는 마무리 단계로, 예탁결제원, 금융위원회 등 유관기관과 세부 협의를 한다는 계획이다.

거래소가 해당 상장규정 개정 검토에 나선 것은 일명 곱버스로 불리는 ‘코스피 200선물인버스2X’ 상품들의 주가가 폭락해서다. 

지난해 3월 이후 국내 증시가 급등하며, 곱버스 가격은 일제히 곤두박질쳤다. 실제 삼성자산운용 ‘KODEX 200선물인버스 2X’,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200선물인버스2X, KB자산운용의 KBSTAR 200선물인버스2X, 키움투자자산운용의 KOSEF 200선물인버스2X의 주가는 모두 2000원 선에 머물고 있다. 

이들 곱버스의 가격 급락에 이들의 틱당 비율과 해당 곱버스가 추종하는 코스피200선물의 틱당 비율간 괴리가 커졌다. 

전날(18일) 기준 곱버스 상품이 추종하는 코스피 선물 200의 1호가 당 퍼센테이지는 0.01%인데, 같은 날 기준 곱버스 상품들의 1호가 당 평균 퍼센테이지는 0.22% 수준이다. 기초자산과 펀드 간 틱당 비율 괴리가 커지면서, 선물 호가의 미세한 변화를 곱버스가 제대로 추종하지 못하게 된 상황이다. 괴리가 커질수록 투자자에겐 비용으로 작용한다.

■ ETN 액면병합 완수가 관건

다만 실제 액면병합까지는 난항이 예상된다. 

현재 주식을 제외한 상품의 액면병합에 대해 법무부가 발목을 잡고 있어서다. 상법, 전자증권법, 자본시장법 등 법 개정 필요성도 거론된다.

지난해 거래소는 투기 광풍으로 2만원 가까이 치솟았던 원유(WTI) 레버리지 상장지수증권(ETN)이 동전주(1주당 1000원 미만의 주식)으로 전락하자 ETN도 액면병합을 할 수 있도록 규정개정을 한 바 있다. 

거래소 유가증권시장 상장규정에서 ETN이 증권의 종목명 또는 수량을 변경하거나, 해당 증권을 병합 또는 분할 할 경우 변경상장신청서를 제출해야 한다는 골자의 ETN 액면병합 근거를 마련해 놓은 것이다. 개정 이전까지는 상장규정 내 ETN의 액면병합 또는 분할과 관련한 근거 조항은 없었다. 

자료 : 한국거래소
자료 : 한국거래소

하지만 법무부의 반대로 해당 규정이 개정된 지난해 7월부터 현재까지 실제적인 ETN 액면병합은 이뤄지지 않고 있다. 

법무부는 ETN 액면병합 반대의 근거로 상법을 내세우고 있다. 현행 상법은 ‘주식’의 액면병합·분할 할 수 있다고 명시하는데, ETN을 주식으로 보긴 어렵다는 게 법무부의 입장으로 알려진다. 

거래소는 ETN의 액면병합 관련 이슈가 해소되면 ETF의 액면병합도 속도를 낼 것으로 보고 있다. 

거래소 관계자는 “ETF의 액면병합 필요성에 대해 충분히 공감한다”며 “지난해부터 업계 수요 조사 등 거래소 내부 검토를 모두 마친 상황으로 당장의 제도 시행이 필요하다고 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다만 앞서 ETN 규정개정이 완료됐음에도 시행하는데 문제가 있는 상황으로 이를 먼저 해결하고 ETF 규정을 개정할 것”이라며 “현재 ETN 액면병합과 관련해 예탁결제원 등 유관기관 시스템이나 제도적 측면에서 실질적으로 잘 이뤄지지 않는 부분에 대해 검토 및 상호협의를 진행 중”이라고 말했다. 

한편 곱버스 액면병합이 지연될수록 투자자에겐 손해다. 한 자산운용사 관계자는 “코스피200선물과 이를 추종하는 곱버스 펀드 사이에 틱당 괴리가 0.2%씩 나며 투자자는 그만큼 비싼 값에 매수하고, 싼값에 매도하는 상황이다. 액면병합이 지연될수록 곱버스 투자자는 해당 비용을 계속 떠안게 되는 셈”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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