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연임 앞두고 후보 사퇴, 더 박수받아야 하는 이유
권력 정점에서 스스로 내려오는 ‘공성신퇴’의 결정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모두가 원하는 일이지만, 박수받을 때 떠나는 것만큼 힘든 일은 없다.

박수받는 순간이 어쩌면 인생에서 가장 화려하고, 많은 일을 할 수 있는 순간이기에 더욱 그러할 것이다.

게다가 떠나야 하는 이가 바로 당신이라면 그런 결정은 아예 내리지도 못할 것이다.

그런데도 우리는 박수받을 때 떠나는 것을 최고의 미덕으로 숭상하듯 말한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뭔가 잘못된 선택을 한 것처럼 백안시하기까지 한다.

공적인 영역으로 가면 이러한 현상은 더 강도가 높아진다. 특히 권력에 관련된 직업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선거철이 임박하면 다선의 국회의원과 지자체장 및 지방의원을 두고 그런 생각을 하는 경우가 많다.

그 경계선은 아마도 3선이지 않을까 싶다. 3선을 넘어서는 순간 경쟁은 더욱 치열해진다.

경선룰도 신인에게 가산점을 주면서 다선의 정치인에게 불이익을 주려 한다. 인지도가 높으므로 가점을 주지 않는 한 정치신인이 승리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왜 이렇게 박수받을 때 떠나는 모습에 집착하는 것일까. 이유는 분명하다.

박수받을 때 떠나지 않아 문제가 발생한 역사적 사례가 너무도 많았기 때문이다.

명예롭게 최고의 찬사를 받으면서 물러났다면, 일을 그르치는 일도 없었을 것이다.

그리고 권력과 힘은 욕망을 부추기기 마련인지라 피하지 못하면, 좌절하고 파멸의 길을 걸게 된다.

《주역》의 괘 중의 하나인 ‘항룡유회(亢龍有悔)’. 하늘 높이 올라간 용은 내려갈 길밖에 없음을 알고 후회한다는 뜻이다.

즉 지위가 높은 자가 스스로 삼가지 않으면 결국 후회한다는 의미를 담고 있다.

마치 아버지 다이달로스의 말을 듣지 않고 하늘 높이 올라갔다가 새털을 이어붙인 아교가 녹아 추락한 이카로스를 보는 듯한 말이다.

그런데 이카로스만이 그랬을까. 동서양의 정권 교체기를 살펴보면 휴브리스의 덫에 걸려 스스로 자멸한 정권과 정치인이 얼마나 많았던가.

7남7녀의 자녀를 뒀던 그리스 테베의 왕비 니오베는 아폴론과 아르테미스의 어머니인 레토를 조롱하다 자식 모두를 죽음으로 몰아넣었고, 아테네보다 길쌈을 잘한다고 오만을 떨었던 아라크네는 거미가 되고 말았다. 

그래서 노자는 《도덕경》에서 ‘공성신퇴(攻成身退)’를 말한다. 공이 이뤄지면 물러나는 게 천지자연의 이치라는 뜻이다. 그런데 노자가 《도덕경》 9장에서만 이런 식의 말을 한 것은 아니다.

2장에서는 “공을 이뤄도 그 공에 머무르지 않는다”, 34장에서는 “공이 이뤄져도 그 명예를 소유하지 않는다”, 77장에서는 “성인은 행위하고도 공을 소유하지 않고, 공을 이뤄도 거기에 머무르지 않는다”고 수시로 겸양을 강조한다.

넘치도록 채우기보다, 적절할 때 멈추는 것이 바람직하고 금과 옥이 방에 가득하면 아무도 지켜낼 수 없다고 말하는 노자의 말은 앞서 언급한 《주역》의 ‘항룡유회’와 대구를 이룬다.

최근 4연임을 앞두고 임용택 전북은행장<사진>이 차기 행장 후보에서 사퇴했다.

실적 등으로 볼 때 하차해야 할 이유가 전혀 없었으나, “지금의 저의 결정이 앞으로 전북은행 발전에 밑거름이 된다는 강한 믿음과 기대를 동시에 한다”며 내부망에 사퇴의 글을 올렸다. 

한양대 정재찬 교수가 쓴 책 중에 《시를 잊은 그대에게》라는 책이 있다.

한껏 아름답게 피웠던 꽃이 모란꽃 지듯 한 번에 사라지지 않는다고 뭐라 하지 말라며, 피어있는 동안 아름다움을 줬다면 그것으로 꽃의 책무는 끝난 것 아니겠는가 하고 말한다. 그러면서 정 교수는 “박수칠 때 떠나라 하지 말자.

떠나는 모든 이에게 박수를 보내자. 다만 박수칠 때 떠나는 자에게 더 큰 박수를 보내자.”라고 주문한다.

임용택 전북은행장에게도 더 많은 박수를 보내자. 그게 맞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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