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금리·코로나19 상황에 고액 화폐 환수율 급감
은행 “세뱃돈 찾는 고객 민원 대응 벌써 부담돼”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은행들이 신권 수요가 많은 설 명절을 앞두고 장기간 지속되고 있는 '신권 품귀' 현상에 난감해 하고 있다.

27일 한국은행에 따르면 저금리 환경과 코로나19로 인한 경제 타격으로 5만원, 1만원권 화폐 환수율이 급격히 줄고 있다.

지난해 5만원권 발행액은 25조2154억원이었으며 이 중 환수액은 6조997억원으로 집계됐다. 환수율은 24.19%로 전년(60.10%)보다 반토막 이상으로 줄었고, 이는 지난 2009년(7.3%) 5만원권이 처음 발행된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1만원권의 경우 지난해 10조7345억원이 발행됐다. 돌아온 화폐는 7조9815억원으로, 환수율은 74.35%를 기록했다. 전년(104.89%)보다 30.54%포인트 줄어든 수치며 1만원권의 환수율이 100% 미만으로 떨어진 건 지난 2014년(99.58%) 이후 6년 만이다.

한국은행은 저금리 환경에 코로나19로 인한 경기침체로 개인·기업이 현금을 쌓아놓거나 대면 소비 위축으로 현금 유통이 많이 축소됐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고액권 환수율 급감으로 신권 발행에 제약이 생기면서 시중에는 신권 품귀 현상이 심화하고 있다. 은행들은 지점마다 신권 교환 수량에 제한을 뒀고, 다수 금융화자동화기기(ATM)에는 ‘5만원권 출금 불가능’이라는 안내가 등장하는 등 돈을 찾으려는 시민들의 불편함이 늘고 있다.

올해 설을 앞두고 은행들은 더욱 고민이다. 명절에는 자녀 용돈, 직원 떡값(특별수당)을 명목으로 신권 수요가 집중되지만, 수급 불안으로 이를 모두 수용하지 못해 발생하는 민원은 온전히 은행 몫이기 때문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간편송금이 일상화된 핀테크 시대에도 ‘명절 용돈은 빳빳한 신권으로 줘야 한다’는 인식은 좀처럼 변하지 않고 있다”며 “상황에 맞게 쓸 수 있는 봉투 이미지와 메시지 기능을 간편송금 서비스에 탑재해도, 명절이면 고객의 신권 선호도가 늘어난다”고 말했다.

이어 “신권 교환 업무는 대면으로만 가능한 데 수요 쏠림에 따른 코로나19 방역도 문제지만, 지점별 1인당 신권 교환 최대 수량 지정 방침에 따라 처리해야 하는 고객 민원도 벌써 스트레스”라고 덧붙였다.

명절 수요에 맞춰 신권 선점을 위한 은행의 물밑 경쟁도 치열한 상황이다. 통상 연휴 10영업일 전쯤 한국은행에 신권 지급 요청을 하지만 물량을 최대한 많이, 빠르게 확보하고자 일정을 서두르고 있다.

한국은행 발권국 관계자는 “고액권 환수가 줄면서 시중의 화폐 수급 불안이 지속되는 상황”이라며 “올 설에도 특정 지역이나 특정 은행에 부분적으로 신권 수급에 미스매치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이어 “시중 신권 수요에 맞춰 유연한 지급이 이뤄질 수 있도록 올해 5만원권 발주량을 전년 대비 대폭 상승, 사상 최대치까지 끌어 올렸다”며 “생산 설비, 인력에 한계가 있는 만큼 명절 등 한 시기에 맞춰 신권을 풀긴 힘들겠으나 연간 수요를 맞추는 데는 문제 없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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