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치선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연구위원

윤치선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연구위원<br>
윤치선 미래에셋은퇴연구소 연구위원

<대한금융신문>최초의 ETF인 SPY(SPDR S&P 500 ETF Trust)가 금융시장에 등장한지도 27년이 넘었다. ETF 시장이 원숙한 청년의 나이에 접어든 것이다. 그동안 ETF는 많은 변화를 거쳐왔다. 단순히 정해진 지수를 추종하던 초기에서 벗어나 거의 모든 글로벌 자산에 쉽고 편리하게 투자할 수 있게 됐다. 나아가 초과수익 추구를 위해 다양한 투자 전략들을 활용하는 형태로까지 진화를 거듭하고 있다. 최근 그 진화를 이끄는 것이 테마형 ETF다.

테마형 ETF는 향후 예상되는 장기적인 사회·경제적 트렌드 변화에 투자한다. 구체적으로는 트렌드 변화로부터 수혜를 입는 기업의 주식으로 이뤄진 주가지수를 추종하는 방식으로 운용된다. 미국의 ETF 시장 분석 사이트인 ‘ETF Trends.com’에 의하면 지난 2020년 9월 말 기준으로 테마형 ETF는 미국 ETF 시장의 1.2 %를 차지해 총 590억 달러 규모이다. 아직 ETF 시장 전체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작은 편이지만 그 성장률은 가파르다. 2020년 3분기 동안 테마형 ETF의 자산 가치는 전 분기 대비 42% 성장했다. 이는 같은 기간 전체 ETF 시장의 자산 성장률 7%를 크게 웃도는 것이다.

테마형 ETF가 이렇듯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이유는 뭘까. 

가장 큰 이유는 글로벌 메가트렌드를 쉽게 추종할 수 있다는 것이다. 전기차 테마 ETF의 예를 들어보자. 과거에는 투자자가 전기차 관련 업종들에 한 번에 투자하고 싶어도 방법이 마땅치 않았다. 

전기차 회사는 글로벌 산업분류표준(GICS)에 의하면 ‘자유소비재 중 자동차 및 부품 업종’에 속한다. 전기차 배터리 업체는 ‘에너지 업종’이다. 그렇다고 이 두개 업종에 동시에 투자할 수는 없다. 자동차 및 부품 업종에는 기존 석유 엔진 자동차 회사들이 포함돼 있을 것이고, 에너지 업종에는 석유 정제 및 판매 회사들이 대거 포진돼 있을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투자자들이 전기차 관련 회사의 주식에 투자하려면 개별적으로 기업들을 조사해서 직접 투자하는 것 말고는 방법이 없었다. 그러나 이제 상황이 다르다. 그냥 전기차 테마 ETF를 매수하면 된다.

두번째 이유는 종합주가지수에 비해 장기적으로 더 높은 수익률을 기대할 수 있다는 점이다. 현재 한국에서 가장 유명한 테마 ETF는 BBIG ETF일 것이다. 이 ETF가 추종하는 것은 글로벌 성장트렌드를 추종하는 배터리(Battery), 바이오(Bio), 인터넷(Internet), 게임(Game) 등 국내 대표 산업의 대표 기업들을 모은 테마 지수이다. 이 지수가 생긴 지난 2015년 1월 1일부터 2021년 1월 27일까지 약 6년 조금 넘는 기간, 해당 지수는 총 266%의 수익률이 발생했다. 이는 같은 기간 한국종합주가지수(KOSPI)의 상승률 62%에 비해 상당히 높은 것이다.

세번째 이유는 새로운 트렌드들이 대중에게 수용되는 시간이 단축되면서, 테마 ETF의 수익률이 실현되는 시기도 상대적으로 빨라졌다는 것이다. 미국 가계가 신기술을 수용하는 기간을 살펴보면 이를 알 수 있다. 글로벌 ETF 운용사인 ‘글로벌 X’에 의하면 1900년대 초반 전화기나 전기가 발명됐을 때 이 기술들이 미국 가계에 100%에 근접하도록 수용되기까지는 각각 약 80년, 60년이 걸렸다. 1960년대 이후 컬러 TV나 에어컨은 이 기간이 약 43~50년 정도 걸렸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휴대전화나 컴퓨터, 인터넷의 경우 20~30년으로 그 기간이 줄어들었다. 지금은 누구나 사용하고 있는 스마트폰이 출시된 것도 불과 13년 전인 2007년이다. 이처럼 개인들이 신기술, 신제품, 새로운 트렌드를 수용하는 기간은 점차 빨라지고 있으며, 이것이 테마 ETF들의 수익률 달성 시기도 단축시킬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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