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보사들, 약관에 ‘진단확정된’ 문구 넣어 면책
금감원 “기왕력 보장여부 계약 전 설명할 필요”

<대한금융신문=문지현 기자> 유병자보험에 가입할 땐 약관에 ‘보험기간 중 진단확정된’이란 문구를 확인해볼 필요가 있겠다.

손해보험사가 판매하는 유병자 상품 대부분이 기왕력(과거 병력)을 보장하지 않아 건강한 사람보다 몇 배 비싼 보험료를 내고도 보험금을 받지 못할 수 있어서다.

2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주요 손보사(삼성·DB·KB·메리츠·한화·롯데·흥국·농협·MG)가 판매하는 유병자보험 중 ‘질병의 수술 및 입원비’와 ‘뇌혈관·심장 질환의 수술 및 입원비’ 담보에서 기왕력을 모두 보장하는 곳은 메리츠화재와 롯데손해보험뿐이다.

이들을 제외한 대부분의 손보사들은 고령자나 유병력자가 기왕력으로 입원을 하거나 수술을 받을 경우 약관상 면책 사유로 규정해놨다.

고령자나 유병력자가 주 판매 타겟층이지만, 약관에 ‘진단확정된’이란 문구로 보험금을 수령할 수 있는 확률을 낮춰 놓은 것이다.

수술 및 입원비 특약의 보험금 지급사유에 ‘보험기간 중 ‘진단확정된’ 질병의 치료를 목적으로 입원 혹은 수술받을 경우 보험금을 지급한다’고 명시돼 있다. 여기서 ‘진단확정된’이란 문구가 포함되면 가입자가 보험가입 전 진단받은 질병과 관련한 보장은 받지 못한다.

DB손보와 KB손보, 한화손보, 흥국손보, 농협손보는 뇌혈관·심장 질환의 수술 및 입원비 특약을 판매하면서 이 같은 문구로 기왕력 보장 가능성을 차단해놨다. MG손보는 뇌혈관·심장 질환의 일부 수술 및 입원비 담보만 기왕력을 보장한다.

반면 메리츠화재와 롯데손보는 질병의 수술 및 입원비를 포함해 △허혈심장질환 수술비 △급성심근경색 수술·입원비 △뇌혈관질환 수술비 △뇌혈관질환 수술비 △뇌출혈 수술·입원비 △뇌졸증 수술·입원비 담보에서 모두 기왕력을 보장한다.

보험금 지급사유에 ‘보험기간 중 진단확정된’이란 문구를 모두 없앤 것이다.

이 밖에도 같은 손보사 상품이어도 고지의무 사항이 더 적은 상품이라면 기왕력을 보장하지 않을 수 있어 가입 전 주의가 필요하다.

삼성화재가 판매하는 유병자보험 중 ‘간편한 유병장수’ 상품은 질병의 수술 및 입원비 담보에서 기왕력을 보장하지만, 고지사항을 더 줄인 ‘The간편한 유병장수’ 상품에선 보장하지 않는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작년 초까지만 해도 질병 수술 및 입원비 담보에서 기왕력을 보장하지 않는 손보사들도 약관을 수정해 보장하고 있다”라며 “기왕력 보장 여부는 회사의 자율이지만 문제는 가입자가 계약 전 해당 사실을 인지하고 있는지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금감원 관계자는 “일반체에 비해 보험료를 더 받는 간편심사보험이라고 할지라도 이미 발생한 보험사고에 대해 보장하기 어려운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보험사가 계약자에게 청약을 받으면서 기왕력 보장여부나 유병자보험의 상품판매 의도 등을 설명할 필요성은 있다”고 말했다.

한편 최근 손보사들은 유병자나 고령자를 대상으로 가입 문턱을 낮춰 유병자보험 판매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포화상태인 장기인보험 시장에서 수익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틈새시장으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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