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여당 개정안 발의에 골머리
“과도한 시장 개입 ‘정부몫’ 떠넘겨”

<대한금융신문=하영인 기자> 은행이 코로나19(COVID-19) 사태 등 재난 발생으로 피해를 입은 사업주의 대출원금을 감면해줘야 한다는 은행법 개정안이 여당에서 발의됐다. 업계는 이익공유제에 이어 정치권의 개입이 과도하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3일 국회 의안정보시스템에 따르면 민형배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지난 2일부터 3일까지 이틀간 이 같은 골자의 은행법 개정안 등 총 3개의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먼저 은행법 개정안에는 영업 제한 또는 영업장 폐쇄 명령을 받거나 경제상황의 급격한 변동으로 인한 경제 여건 악화로 소득이 현저히 감소한 사업자 등이 은행에 이자 상환유예, 대출원금 감면 및 상환기간 연장 등의 조치를 신청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 담겼다.

은행은 이를 신청한 차주(사업주)의 소득 감소 규모 등을 고려해 일정 기준에 부합할 경우 의무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 위반 시 2000만원 이하의 과태료가 부과될 수 있다.

민형배 의원은 “코로나19 등 재난으로 수익 창출이 제한된 사업장이 당초 수준대로 대출원리금을 납부해야 할 경우 사업주의 도산에 따른 실직자 확대, 빈부격차 심화 등 사회적 문제가 확산될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며 “사회적 안전망을 보완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민 의원은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개정안도 국회에 제출했다. 은행법을 뒷받침하는 금소법 개정안은 전체 금융소비자와 금융사를 대상으로 범위를 확대했다.

세부적으로는 금융위원회가 금융기관에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른 재난으로 소득이 현저히 감소한 금융소비자에 대해 △대출원금 감면 △상환기간 연장 △이자 상환유예 △보험료 납입유예 등 지원대책을 마련하도록 명할 수 있는 조항을 신설한다.

현행법은 금융소비자의 권익 보호와 건전한 거래질서를 위해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금융위가 금융상품판매업자 등에게 경영 및 업무개선과 관련해 시정·중지 등을 명할 수 있다.

민 의원은 “3가지 개정안을 통해 영업제한을 당한 사업장에 은행이 채무원금상환유예 등을 조치하도록 은행법을 바꾸는 한편 당국에 금융기관에 지원대책을 마련하도록 명하는 권한을 주고,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 개정안에 정부가 정당한 보상을 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마련했다”며 “국가는 물론이고 금융권도 함께 피해를 분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민 의원은 ‘재난취약계층지원 기본법’ 제정에도 나섰다. 고령자·장애인은 물론 갑자기 소득이 줄어든 자영업자나 프리랜서를 ‘재난취약계층’이라 정의하고, 국가와 지자체가 신속하고 합리적인 지원에 나설 수 있는 근거를 마련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를 두고 금융권에서는 시장 논리에 역행하는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금융권은 배당 자제, 이익공유 등 정부와 정치권의 시장 난입으로 골치를 앓고 있다. 정부의 몫까지 민간기업인 금융사에 떠넘기는 행위”라며 “이미 금융권은 코로나19와 관련해 대출이자상환유예 등 다양한 금융지원을 펼치고 있다”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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