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 기간 짧으면 안전성·수익률 두 토끼 다 놓쳐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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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은행들이 개인형퇴직연금(IRP) 운용 포트폴리오 수익률 개선을 위해 예·적금 등 원리금보장형 비중은 줄이고, 은퇴 시점에 맞춰 위험·안전자산 비중을 자동조절하는 타깃데이트펀드(TDF) 편입을 늘리고 있다.

그러나 TDF는 가입 기간에 따라 최종수익률에 변동이 커 퇴직연금 가입과 해지가 잦으면 불리할 수 있어 시장 추세를 좇기보단 가입 시 근로 계획에 맞춰 꼼꼼히 따져볼 필요가 있다는 제언이 나온다.

22일 금융권에 따르면 은행이 판매하는 TDF 편입 퇴직연금 상품이 기하급수적으로 늘고 있다. 지난달 말 기준 은행별 취급 상품은 50여 개에 이르며 KB국민은행의 경우 100개를 넘어섰다. 2년 전 5~6개에 불과했던 것과 큰 격차를 보인다.

TDF 적립액이 늘어난 건 은행들이 ‘쥐꼬리 수익률’이라는 퇴직연금 오명을 탈피하고자 IRP 상품 라인업에 TDF를 적극적으로 반영하기 시작하면서다.

은행들이 TDF 편입 퇴직연금 상품 판매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국내 TDF 적립액도 꾸준히 증가 추세다. 지난 2016년말 기준 627억원이던 TDF 적립액은 지난 2019년말 3조3000억원으로 증가했다. TDF 적립액의 절반 정도가 퇴직연금 자산이다.

가입자의 은퇴를 목표 시점으로 하는 TDF는 가입자 나이가 젊을 때는 보다 공격적으로 투자하고 연금 수령일이 다가올수록 안전자산 비중을 늘리도록 설정돼 운용된다. 공격적 투자 시기가 포함되다 보니 수익률 측면에서 원리금보장에 집중된 상품보다 월등히 앞선다.

원리금보장형 상품 투자 비중이 절대적인 은행의 DC형 퇴직연금은 지난해 2%대의 수익률에 그쳤지만, 같은 기간 국내 TDF의 수익률은 11.25%를 기록했다.

TDF의 장점을 누리기 위해선 ‘장기 투자’를 계획하고 가입해야 하는 것이 핵심이다. 위험·안전자산 배분 비율을 투자자의 생애주기에 맞추는 것을 기본으로 하는데, 투자 기간이 짧으면 안전성과 배분 전략 효과가 떨어지기 때문이다.

이에 은행 TDF 상품들은 최소 납입 기간 5년, 10년의 장기투자로 설정돼있다. 그러나 문제는 국내 퇴직연금은 이직이나 퇴직 등의 사유로 가입 기간이 비교적 짧은 편이라는 것이다.

하나금융경영연구소가 지난 10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9년 국내 IRP의 계약 해지 인원과 해지 금액은 각각 86만5000명, 11조2000억원에 이르며 지난 2018년부터 가입자보다 해지 가입자 수가 더 많은 상황이다.

연령별로 30대 이하 비중이 50% 이상으로 가장 높다. 연령층이 낮을수록 이직이 잦은 게 반영된 결과로 보인다. 가입 기간별로 보면 1~3년 비중이 45.3%로 가장 높고 5년 이상 비중은 7.9%에 불과해 가입과 해지를 반복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한 퇴직연금연구소 관계자는 “TDF는 장기투자에 최적화된 상품으로, 단기성과에만 집착해 펀드를 해지하거나 수익률이 좋은 펀드로 갈아타는 일을 반복하면 장점을 향유할 수 없다”며 “해지 시 높은 해지수수료도 발생하며 공제받았던 세금과 해지가산세도 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TDF가 활성화된 지 얼마 안 된 상황에서 단기성과만을 놓고 어느 상품이 우수하다고 하기엔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며 “가입자들은 은행의 추천만 믿지 말고, 상품의 내용을 확실하게 알고 가입해 나중에 손실을 보는 일 없도록 유의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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