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진’ 이어 쓰리소사이어티 ‘정원’ 등 시장 출사표
충주 스마트브루어리와 술아원 강진희 대표도 준비중

1980년대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등을 계기로 꽃을 피웠던 국산진이 90년대 이후 수입자유화 바람을 타고 사라졌다가 지난해부터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사진은 안양 오렌지보틀에서 판매하고 있는 ‘부자진’과 ‘정원’. 현재 진을 생산하고 있는 마이트로 증류소는 3곳이다.
1980년대 아시안게임과 올림픽 등을 계기로 꽃을 피웠던 국산진이 90년대 이후 수입자유화 바람을 타고 사라졌다가 지난해부터 다시 기지개를 켜고 있다. 사진은 안양 오렌지보틀에서 판매하고 있는 ‘부자진’과 ‘정원’. 현재 진을 생산하고 있는 마이트로 증류소는 3곳이다.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80년대 반짝인기를 끌다 수입 주류에 맥을 못 추고 사라졌던 ‘진(Gin)’이 지난해부터 하나둘 고개를 내밀더니, 올해 들어 40년 전 영광을 시샘하듯 ‘진’ 생산에 관심을 두는 술도가들이 늘고 있다.

물론 ‘진’ 생산을 포기했던 대형 주류기업들의 움직임은 아니다.

수입 ‘진’보다 더 나은 술을 값싸게 만들 수 없다는 것을 너무도 잘 알고 있으므로 무리한 투자를 할 까닭이 전혀 없기 때문이다.

그 덕에 90년대의 청춘들은 《상실의 시대》을 읽은 뒤, 독일어 수업을 듣지 않았으면서도 미도리가 마셨던 보드카 토닉을 마시려고 수입 진이나 보드카에 토닉을 넣은 칵테일을 마셔댔다.

물론 시간이 흘러 21세기에 이 책을 접한 청춘들은 ‘보드카토닉’이라는 분명한 정체성을 찾았지만 말이다.

해외여행이 자유로워지고, 다양한 수입 진들이 들어오면서 소비자들의 선택권은 늘어난 상황. 하지만 자본의 논리로 판단해야 하는 국내 주류기업들은 국산 진을 더는 매력적인 대상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그런데, 지난해부터 크래프트 문화가 물씬 풍기는 마이크로 디스트럴리(소규모 증류소)에서 자신들의 진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유명한 외국 진과도 어깨를 겨누며 경쟁하겠다는 자신감마저 갖춘 젊은 양조인들이 포문을 열기 시작한 것이다.

그 시작은 경기도 양평에서 아버지가 농사지은 허브를 이용해 진을 생산하기 시작한 ‘부자진’(대표 조동일)이다.

영국 유학을 마치고 런던과 싱가포르 등에서 ‘뱅커’ 생활을 한 조동일(40) 씨가 진을 준비하는 것은 지난 2016년.

아버지의 허브 농장에 증류소를 만들면서부터다. 부자진의 ‘부자’는 말뜻 그대로 ‘아버지와 아들’을 말한다.

조동일 대표가 처음 발표한 술은 노간주나무 열매와 15종의 허브가 들어간 부자진 ‘시그니처’다.

쌀소주를 베이스로 재증류를 해서 얻는 방식을 취한다. 두 번째 작품은 오미자를 넣은 슬로진 스타일의 진. 그리고 세 번째 작품은 개똥쑥 넣은 진을 만들고 있다.

올봄쯤 나올 부자진의 네 번째 작품은 ‘네이비스트랭스’ 스타일이다. 네이비스트랭스는 알코올 도수 50% 이상을 뜻하는 진을 이르는 단어다.

이 진은 구찌뽕과 칡 등 지금까지 사용되지 않았던 부재료를 사용해 한국적 풍미를 입힌다는 것이 조 대표의 생각이다.

국산 진을 만드는 두 번째 증류소는 국산 위스키 부활을 기치로 내걸고 지난해 오픈한 쓰리소사이어티스(대표 도정한).

이 증류소에선 위스키를 만들기 위해 증류한 화이트위스키를 베이스로 11가지 재료를 넣어 만드는 ‘정원’이라는 진을 출시했다.

11개의 재료는 주니퍼 베리, 카다멈, 고수 씨앗, 계피, 초피나무 열매, 솔잎, 애기삼, 깻잎, 레몬껍질, 오렌지껍질, 라벤더 등이다.

이 중 한국적 특징을 살리기 위해서 선택한 부재료는 초피열매와 솔잎, 애기삼, 깻잎 등이다. 

쓰리소사이어티스의 두 번째 작품은 레몬을 넣어 빚은 것으로, 하이볼로 쉽게 마실 수 있는 술을 기획하고 있다.

진 시장의 세 번째 참가자는 충북 청주에서 쌀소주를 만들고 있는 스마트브루어리(오세용 대표). 이곳에선 소주와 보드카 진 등 증류주만을 생산하고 있다.

‘청풍미향’이라는 이름으로 만들고 있는 진은 알코올 도수 45%이다. 

이 밖에도 경기도 여주에서 과하주를 생산하고 있는 술아원 강진희 대표가 올 중순 쌀소주 베이스의 진을 계획하고 있다.

진을 만들 레시피 등은 이미 확정돼 있으며, 별도의 법인을 만들어 진 생산에 들어갈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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