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18 15:45 (화)
[응답하라 우리술 190] 폐터널을 ‘놀이터’로 만든 단양양조장
[응답하라 우리술 190] 폐터널을 ‘놀이터’로 만든 단양양조장
  • 김승호 편집위원
  • 승인 2021.03.08 09: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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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대용 대표 “우리 술의 미래는 숙성에 있습니다”
소주에 눈떠, 증류에 천학하고 시간에 투자하는 곳
단양 느림보길 중 ‘수양개역사문화길’에 있는 폐터널을 구입해 자신의 술을 숙성시키고 있는 단양양조장 성대용 대표. 터널의 길이는 70m이며 올 하반기부터 본격 생산할 소주를 숙성시킬 예정이다.
단양 느림보길 중 ‘수양개역사문화길’에 있는 폐터널을 구입해 자신의 술을 숙성시키고 있는 단양양조장 성대용 대표. 터널의 길이는 70m이며 올 하반기부터 본격 생산할 소주를 숙성시킬 예정이다.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버번 오크통 30개를 들여와 ‘숙성’을 연구하고, 터널을 사들여 숙성에 관한 자기 생각을 시간을 투자해가며 확인하려는 실증주의적 양조인이 있다.

지난 1955년 문을 연 단양양조장의 2대째인 성대용(57) 대표. 조그마한 변화도 오래 생각한 뒤 하나씩 바꿔 가는 자칭 ‘게으른 농부’이자 ‘생각하는 양조인’이다.

‘게으른’을 강조하는 것은 그가 유기농을 실천한다는 뜻이며 ‘생각하는’에 방점을 찍는 것은 단양양조장의 미래에 대한 그의 오랜 숙고가 그의 술에 농축됐기 때문이다.

성대용 대표가 숙성에 시간을 투자하게 된 것은 증류주에서 가능성을 발견했기 때문이다.

10여 년 전쯤 국세청 주류지원센터가 마포에 있던 시절, 6주간의 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하면서, 삼해소주 김택상 명인이 북촌 공방에서 빚은 소주를 접하고 소주를 새롭게 바라보게 됐다는 성 대표. 이후 그의 13년의 귀촌 생활은 숙성을 위한 투자로 점철된다.

물론 귀향을 하면서 가장 먼저 한 일은 주변의 지인을 통해 안 쓰는 석회석 동굴이나 폐철도터널을 알아보는 일이었다.

와인이든 막걸리든 숙성을 시키면 더 좋은 술이 될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석회석 동굴의 가격은 너무 비싸 개인 차원에서 산다는 것은 어려운 일이라 생각했고, 결국 수자원공사가 보유하고 있던 폐터널을 10년 전쯤 사들이게 된다.

단양에 폐터널이 있게 된 까닭은 지난 1985년 완공된 충주댐 때문이다.

충주호에 물이 담기면서 단양의 지도도 크게 바뀌게 되고 물길에 갇힌 중앙선 노선은 새로 길을 찾아 옮겨진다.

그 덕에 중앙선 폐선 구간을 매입했던 수자원공사는 자산건전성을 위해 사용하지 않는 토지와 터널을 매각하게 된 것. 기회를 잘 잡은 성 대표는 70m 규모의 터널을 소유하게 된다.

터널의 위치는 강원도 산골의 춘양목 뗏목이 한강을 따라 마포포구를 향하는 길의 중간쯤에 쉬어가는 곳인 단양의 수양개 지역이다.

한강 조운이 활발할 때는 유통의 중심이었던 만큼 술도 있었고 주막도 여럿 있었을 만한 곳이다.

단양 막걸리의 70%를 공급하고 있는 단양양조장의 ‘소백산막걸리’는 사진에서 보는 입국으로 발효된다. 많은 양조장들이 입국을 구입해서 사용하지만, 이곳은 어머니때부터 지금까지 직접 띄운 입국으로 술을 만들고 있다.
단양 막걸리의 70%를 공급하고 있는 단양양조장의 ‘소백산막걸리’는 사진에서 보는 입국으로 발효된다. 많은 양조장들이 입국을 구입해서 사용하지만, 이곳은 어머니때부터 지금까지 직접 띄운 입국으로 술을 만들고 있다.

성 대표는 단양의 트레킹코스인 느림보 길 중 한 곳인 ‘수양개역사문화길’에 접해 있는 이 터널에 판매점을 겸한 공간과 숙성고를 갖춘다는 계획을 세우고 지난 10년의 세월을 꼬박 투자했다.

계획을 세우고 한 번에 일을 끝내는 것이 아니라 게으른 농부처럼, 생각하는 양조인답게 출입문의 제작, 조명장치, 그리고 술을 전시할 선반에 이르기까지 하나하나 자신의 손길을 입혀가며 만들어온 것이다.

이렇게 터널에 대한 공사가 얼추 완료된 시점에 이르자, 터널 매입 이후 단양군 지원사업으로 학보했던 상압증류기를 활용한 소주를 본격적으로 고민한다는 성 대표.

올 하반기에는 소주제조면허를 취득해서 단양의 소주를 내겠단다. 

그래서 귀향 이후 증류주 교육이 있다면 빠지지 않고 받았고, 해외의 증류주 명주를 찾는데도 시간을 아끼지 않았다.

중국의 마오타이는 물론 스코틀랜드의 스카치위스키 양조장, 그리고 일본 오키나와의 아와모리 소주까지 명주를 만들기 위한 그의 호기심은 꼬리를 물듯 이어졌다고 한다.

그리고 내린 결론은 숙성의 도구는 항아리여야 한다는 것.

자신의 막걸리(소백산막걸리)도 항아리로 발효와 숙성을 시키고 있는데, 스텐리스스틸 발효조보다 더 많은 향기를 갖고 발효되는 항아리의 장점을 최대한 살리기 위해서다.

또 마오타이와 오키나와의 견학은 그의 생각에 확신을 심어줬다.

그런데도 성 대표는 지난해 30개의 오크통을 수입했다. 오크가 정답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다양한 소주의 필요성을 인정했기 때문이다.

재미있는 것은 앞으로 증류할 소주를 자신이 팔게 될지 아직 확신할 수 없다는 성 대표의 입장이다.

아마도 숙성시켜 시장에 내놓을 제품들은 기본 십수년은 묵힐 생각을 하고 있는 듯하다. 그러니 자신보다는 3대째에서 빛을 보지 않을까 생각하고 있다.

소백산을 등산하거나, 단양의 느림보길을 걷을 때면 단양의 단양양조장을 생각해보자.

시간에 기꺼이 투자하는 성 대표의 철학이 녹아 있는 명주가 그의 터널에서 맛있게 익어가고 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서 단양 여행을 나서는 것은 또 어떠한가. 근사한 여행길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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