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계신용대출서 중금리 비중 2년 연속 한자릿수
“사회적 책임으로 규모 늘릴 뿐… 유인책 부재”
설립취지 빛바랜 인터넷은행 행보에 관심 쏠려

4대 은행 가계 신용대출 중 중금리대출 비중. (표= 대한금융신문)

<대한금융신문=하영인 기자> 금융당국이 중금리대출 활성화를 외치고 있지만, 시중은행들의 중금리대출 비중은 2년 연속 한 자릿수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궁극적으로 중금리대출 확대 유인책이 부족하다는 게 은행들의 입장이다.

11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이 지난 1월 취급한 가계 신용대출 가운데 중금리대출 비중은 평균 6.2%로, 전년동기(7.13%)보다 0.93%포인트 감소했다.

이들 은행의 지난 2019년 평균값인 14.15%와 비교해서는 반 토막 난 모습이다. 그간 은행들은 두 자릿수를 유지해오다 작년 들어 하락 폭이 커졌다. 반면 이들 은행의 ‘연 4% 미만’ 대출 비중은 80% 이상으로, 고신용자 중심의 대출이 이뤄진 것으로 확인됐다.

통상 은행권에선 ‘연 6% 이상 10% 이내’ 금리를 중금리대출로 본다. 중금리대출은 일반적으로 정부가 보증하는 정책 서민금융상품과 각 금융사가 자체 신용평가를 통해 취급하는 중저신용자 대상의 민간중금리대출이 있다. 일반적으로 은행들의 중금리대출은 정책상품이 대부분을 차지한다.

은행권은 최근 중금리대출 비중이 감소한 데는 코로나19로 인한 금융지원 프로그램 수혜자가 늘어난 영향이 크다고 봤다. 코로나19로 인한 피해를 입은 금융지원 대상자가 중금리대출 이용 대상자라면, 상대적으로 저금리에 융통할 수 있는 정책상품을 택할 게 자명하다는 것이다.

예컨대 중금리대출 주 고객군인 자영업자가 소상공인 이차보전 대출 프로그램을 활용했을 가능성이 높다는 견해다.

이 밖에도 은행권에서는 리스크가 높은 중금리대출을 적극적으로 확대할 메리트가 없다 보니 비중이 자연스레 줄어들었다. 비중이 감소했을 뿐 취급 규모가 줄었단 의미는 아니다. 꾸준히 서민금융대출을 확대해온 시중은행들은 볼멘소리를 내뱉고 있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당국이 인상률을 정해놓고 강제하지는 않으나 구두로 매번 각 은행에 중금리대출 취급 규모를 늘리게끔 당부하고 있다”며 “사회적 책임과 금융당국의 요청으로 규모는 점차 늘리고 있지만, 중금리상품 비중까지 확대될 만큼 적극적으로 나설 유인책이 없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다른 금융권 관계자는 “시중은행들도 중금리대출을 늘리되, 인터넷전문은행이 기여하는 바가 더욱더 커져야 할 것이다. 금융당국이 1금융권의 중금리대출 명목으로 인터넷은행을 허가해준 만큼 관심이 쏠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중금리대출 관련 사안이 더 시급한 곳은 인터넷전문은행이다. 금융당국은 최근 인터넷은행으로부터 자체 중금리대출 비중 목표치를 제출하라고 요구한 상태다. 카카오뱅크, 케이뱅크 등 인터넷은행은 중금리대출 활성화를 위해 설립된 취지가 무색하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실제 윤창현 국민의힘 의원실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카카오뱅크와 케이뱅크의 자체 중금리대출 취급 비중은 각각 1.32%와 10%에 불과했다.

앞서 금융위원회 권대영 금융산업국장은 올해 업무계획과 관련해 “인터넷은행이 법과 도입 취지에 부합하게 중저신용자에 대한 대출을 혁신적으로 확대 공급하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하겠다”고 언급한 바 있다.

인터넷은행들은 저마다 자체 중금리상품 출시를 준비하고 취급 규모 확대를 공언했다. 올해 하반기부터 공격적인 영업을 펼칠 것으로 예견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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