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주] 신용카드 가맹점수수료율 산정 주기가 3년 만에 돌아왔다. 올해 개편한 수수료율은 2022년부터 적용될 예정이다. 전문가들은 정책 기조에 따라 카드수수료율이 추가 인하될 가능성이 높다고 전망한다. 그러나 지난 2007년부터 총 십여차례에 걸친 수수료 인하로 카드결제사업 부문이 적자로 돌아선 카드사들은 더는 인하 여력이 없다는 입장이다. 현재 우대수수료율 적용 가맹점은 전체 가맹점의 96%로, 카드사들이 연 8000억원가량 손해를 감수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비용절감과 사업다각화로 연명 중인 카드사들의 가맹점수수료 실태를 짚어본다.

불황형 흑자…수수료율 인하 명분 될까

지난해 7개 전업 카드사(신한·삼성·KB국민·현대·롯데·하나·우리카드)의 잠정 당기순이익은 1조9917억원으로, 1년 전보다 27.6% 증가했다. 

예상을 웃도는 호실적을 기록했지만, 카드업계의 표정은 다소 어둡다. 본업인 카드결제사업 부문 수익이 줄어든 탓에 인력 구조조정과 마케팅 비용 축소 등 허리띠를 졸라매 일궈낸 ‘불황형 흑자’이기 때문이다.

비용 절감에 여념 없는 카드사는 최근 2년간 임대료와 인건비, 관리비 등을 줄이고자 100여개 영업점포를 정리했다.

카드사 임직원 규모도 감소하는 추세다. 2002년 2만6000명에 달했던 임직원 수는 지난해 6월 말 기준 1만2000명 정도로 감축됐다. 카드 모집인도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카드업계에 따르면 7개 카드사의 카드 모집인은 지난 2016년 2만3000명에서 지난해 말 9217명으로 줄었다. 카드수수료 인하가 카드산업 종사자의 일자리를 앗아가는 데 기여하고 있는 셈이다.

카드사들은 제살 깎아먹기식 노력이 되려 수수료율 인하 명분으로 작용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코로나19 여파로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가중되면서 수수료율을 추가 인하해야 한다는 주장이 정치권을 중심으로 제기되고 있어서다.

이르면 내달 금융당국과 여신금융협회, 카드사들 등 관계기관 합동으로 수수료 적격비용 재산정 태스크포스(TF)를 꾸려 논의를 시작한다. 여신협회도 이에 맞춰 이달 말 회계법인을 선정할 예정이다.

적격비용은 카드결제 시 발생하는 비용으로 최근 3년간 카드사들의 △자금조달비용 △위험관리비용 △일반관리비용 △밴수수료 △마케팅비용 △조정비용 등을 토대로 검토한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단순히 저금리 기조로 자금조달비용이 낮아지고 당국의 제재와 코로나19 영향으로 마케팅비용이 축소됐다는 점을 수수료 인하 여력이 있다고 판단한다면 카드사들의 고충이 더욱더 심각해질 것”이라며 “앞으로 3년간 유지된다는 점에서 과거뿐 아니라 미래 또한 충분히 감안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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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사들의 전망은 밝지 않은 상황이다. 최근 한국신용평가는 간편결제사업자의 영향력이 보다 확대되고 카드사의 마케팅비용 축소로 카드회원에게 제공하는 혜택이 감소할 경우 현재 카드사의 견고한 결제시장 장악력까지 약화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카드사들은 지난 2019년 가맹점수수료율을 대대적으로 인하함에 따라 모집비용과 업무제휴수수료 등 카드회원에게 제공하는 혜택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카드비용을 절감해왔다.

그러나 지속적인 가맹점수수료율 인하로 인한 결제부문 이익 감소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카드회원에 대한 혜택 감소가 점차 불가피할 것이란 견해다.

카드업계 관계자는 “카드결제사업 부문의 적자가 지속되면 카드사들의 투자가 위축될 수밖에 없다”며 “마케팅비용은 줄어들고 고객 혜택 축소로 악순환이 계속돼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다. 다른 사업부문에서 이익이 났으니 수수료 이익은 포기하고 내리라는 건 시장논리에 위배되는 행위”라고 말했다.

“수수료 개선 어려워 수익성 하락세 불가피”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카드사의 수익성 하락세가 불가피하다고 봤다. 카드 이용액이 늘고 조달비용 감소로 일정 부분 방어 가능할 것이나 지속적인 수수료율 인하로 수익성의 근본적인 개선이 어렵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카드사의 결제부문 적자 본격화로, 결제 비즈니스만으로는 이익 확보가 힘들 것이라는 제언이다. 7개 전업계 카드사의 결제부문 세전이익은 2017년 3000억원에서, 이듬해 적자전환 후 2년 연속 마이너스 1000억원대 규모로 추산된다.

카드업계는 이처럼 이미 카드수수료사업은 적자로, 부수업무를 통해 본업의 손실을 메우고 있다고 토로한다. 카드사들의 카드수수료 수익은 하락곡선을 그리고 있다. 2019년 새로운 가맹점수수료율이 적용된 후 카드수수료 수익은 전년보다 2398억원 감소했고, 지난해 상반기 역시 945억원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카드수수료 우대가맹점 범위를 연매출 기준 ‘5억원 이하’에서 ‘30억원 이하’로 늘리면서 전체 가맹점의 84%였던 우대가맹점이 96%까지 확대된 영향이 컸다.

카드사의 결제업무를 대행하고 이때 발생하는 전표매입을 주 수익원으로 삼은 BC카드(비씨카드)의 타격이 유독 두드러졌다. 비씨카드는 전체 매출의 약 87%가 매입업무에서 발생하는 구조다.

지난해 비씨카드의 별도기준 당기순이익은 697억원이었다. 이는 직전년과 비교해 39.6%(458억원) 감소한 수치로, 홀로 역성장을 거뒀다. 업계에서는 이동면 전 비씨카드 사장이 불과 역임 1년 만에 물러나게 된 데는 이 같은 저조한 실적이 한몫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적격비용 산정체계와 우대수수료를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적격비용 산정이 가맹점수수료를 지속적으로 인하시키는 장치로 작용하기보다는 실질적인 시장가격체계를 합리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역할을 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현재 우대가맹점 수수료율은 카드사의 마진을 보장하지 않는다. 통상 카드사들의 카드수수료 원가는 약 1.5%다. 그러나 지난 2019년부터 우대수수료가맹점의 수수료 상한은 최저 0.8%에서 최대 1.6% 수준으로 이로 인한 손실을 카드사가 감내하고 있는 실정이다.

카드사의 수수료 인하 여력을 추정하고, 이를 근거로 우대수수료율을 낮추기 때문에 카드결제가 발생할수록 오히려 적자 규모가 확대되고 있다.

무엇보다 정책 대상인 영세·중소가맹점이 부담하는 실질 수수료는 카드매출에 대한 세제 혜택을 감안하면 이미 마이너스 수준으로, 추가 인하는 무의미하다는 게 카드업계의 중론이다.

한 카드사 관계자는 “우대수수료율이 있는 이상 적격비용 체계를 바꾼다 한들 어떻게 할 수 없는 영역으로, 이미 카드수수료율은 원가 수준”이라며 “카드사의 실적이 수수료 인하의 기준이 되는 현 체계는 불합리하다”고 말했다.

다른 카드사 관계자는 “과거 카드결제가 가능한 가맹은 그렇지 않은 가맹점과 비교해 매출액이 월등하게 높았다. 소비자들은 각종 혜택과 소비여력이 생겨 지출이 증가, 이는 곧 가맹점 매출 증대로 이뤄져 너도나도 카드가맹점으로 등록했다”고 언급했다.

이어 “지금은 카드 의무수납제로 가맹점주들이 혜택을 체감하기 어려워지면서 카드사들이 하는 것 없이 수수료만 챙긴다고 여기게 됐다”며 “카드결제 서비스를 당연하게 여기고 있는 인식부터 바뀌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지난 2019년에는 신규 영세·중소가맹점을 대상으로 한 우대수수료 환급제도가 신설됐다. 카드사들은 지난해 하반기 발생한 수수료 환급금 499억원을 이달 17일까지 신규 영세·중소가맹점에 전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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