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형사 규제 준수위해 대출 줄이나
중소업체로 차주 이동시 부실 위험

<대한금융신문=박진혁 기자> 금융당국이 자산 건전성 확보를 위해 캐피탈사의 레버리지 한도를 낮추겠다고 밝혔지만 중소 캐피탈(자기자본 6000억원, 자산 3조원 미만)은 오히려 대출 취급 확대로 레버리지가 상승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캐피탈사들이 레버리지 규제 준수를 위해 영업자산 매각과 자본확충에 나서고 있다.

금융위원회가 지난달 21일 캐피탈사에 적용되는 레버리지 한도를 기존 10배에서 8배로 단계적 하향한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레버리지 비율은 기업이 어느 정도 타인자본에 의존하고 있는가를 측정하는 지표로 기업의 부채 의존도를 의미한다. 자기자본 대비 총자산(자본+부채)으로 계산한다.

그간 금융당국은 캐피탈사의 과도한 외형확대 방지를 위해 10배의 레버리지 규제를 운행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캐피탈업계의 유동성 위기로 자본 건전성이 흔들리자 레버리지 한도를 8배로 축소하기로 결정했다.

레버리지 한도는 오는 2022~2024년까지 9배, 2025년 이후 8배로 조정된다. 직전 1년간 당기순이익 30% 이상을 배당금으로 지급하면 레버리지 배율을 1배씩 추가 축소해야 한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지난해 9월 단순 레버리지 기준 8배를 상회하는 캐피탈 업체는 △KB(8.7) △하나(8.1) △신한(8.2) △IBK(8.2) △BNK(8.3) △NH(9.0) △우리(9.1) △DGB(8.6) △한국(8.5) 9개사다.

해당 업체들은 대부분 금융그룹 차원에서 비은행 부문 수익을 늘리기 위해 고레버리지를 활용하는 대형 캐피탈이다. 때문에 레버리지 규제 강화는 표면적으로 중소형 캐피탈보다 대형사에게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대형 캐피탈들이 레버리지 규제 강화에 대한 대응력을 보유했기 때문에 기간 내에 기준을 준수할 수 있을 것으로 분석한다.

이미 레버리지 준수를 위해 움직인 업체도 있다. DGB와 IBK 캐피탈은 지난해 4분기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을 확충했고 신한 캐피탈은 리테일 영업자산을 매각했다.

나머지 KB, BNK, NH, 하나, 우리, 한국 등 6개 캐피탈 업체도 △영업자산 축소 △배당 하향 △자본확충 등의 방법으로 레버리지를 관리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업계는 대형 캐피탈이 영업자산을 축소하는 방법으로 선택하면 오히려 중소 캐피탈의 레버리지 배율은 상승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대형 캐피탈이 영업자산 축소를 위해 대출 취급을 줄이면 차주들이 중소 캐피탈로 이동할 것이라는 지적이다.

금융당국의 규제로 시중은행에서 대출이 막힌 차주들이 제2금융권으로 이동하는 상황에서 대형 캐피탈까지 대출을 줄이면 중소캐피탈과 대부업으로의 차주 이동이 가속화될 수 있다.

실제로 이미 차주의 이동이 나타나고 있다. 지난달 여신금융협회에 공시한 16개 캐피탈사 중 13개의 캐피탈 업체는 고신용자에게 8% 미만 금리의 대출을 취급하고 있다.

한국 신용평가 김예일 선임연구원은 “대형사가 영업 자산을 줄이면 풍선효과로 중소 캐피탈의 영업 취급이 확대될 수 있다”며 “최근 중소 캐피탈이 고위험 고수익 자산을 확대하는 것도 리스크 요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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