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5-12 16:20 (수)
[기획] 실손보험료 폭탄 인상…과잉진료 타깃 된 백내장
[기획] 실손보험료 폭탄 인상…과잉진료 타깃 된 백내장
  • 박영준 기자
  • 승인 2021.03.22 08:4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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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과잉진료와 의료쇼핑으로 실손의료보험이 병들고 있다. 올해도 실손보험을 운영하는 보험사들은 적자폭을 감당하지 못하고 최고 20% 이상의 보험료를 인상했다. 작년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영향으로 병원을 찾는 사람들은 줄었지만 보험금 누수는 여전한 상황이다. 최근 몇 년간 지속해서 과잉 진료와 의료 쇼핑의 먹잇감이 된 건 백내장 수술이다. 일부 안과에서는 백내장 수술을 간단한 노안교정술처럼 소개하다보니 증상이 모호하더라도 수술을 하는 일명 ‘생내장’ 사례마저 발생하고 있다. 실손보험으로 대부분의 치료비가 해결된다는 점을 이용한 거다. 정말 아파서 병원 가는 실손보험 가입자들의 보험료가 오를 수밖에 없는 대표적인 이유로 거론된다.


실손 이용한 ‘생내장’ 어쩌나

#김 씨(58세, 가명)는 최근 책이나 스마트폰을 볼 때 글씨가 잘 안보여 안과를 찾았다. 노안 증상이 있다는 말에 다시 병원을 찾은 김 씨는 백내장 진단을 통해 수술을 권유받았다. 시야가 뿌옇게 보이거나 좁아지는 백내장의 대표 증상은 전혀 나타나지 않은 상태였다. 다초점렌즈삽입술을 받은 김 씨는 수술 직후 며칠간 돋보기 없이도 살 수 있겠다고 생각했지만, 문제는 3개월 뒤였다. 시야가 좁아 보이고 물체가 울렁거리는 부작용(망막열공)으로 시력교정 이전보다 불편한 생활을 하게 됐다.

백내장 수술은 수정체가 혼탁해져, 이를 적출하고 인공수정체로 교체하는 수술이다. 위 사례는 수술 받을 필요가 없는 사람마저 수술을 권하는 생내장으로 통한다. 일부 안과에서 백내장 수술이 시급하지 않은데도 노안 교정효과를 강조하며 다초점 인공수정체 삽입술을 유도, 부작용 위험을 키운다는 의심을 받는 이유다.

초기 백내장과 노안을 동시에 교정할 수 있다며 시행하는 생내장 수술은 본인의 수정체를 적출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단순히 노안 교정을 위해 수술했다가 부작용 때문에 다시 병원을 찾을 경우 재수술에는 상당한 위험이 수반될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지난 2018년 대한안과학회의 ‘백내장 진단 및 치료지침’에 따르면 백내장 수술은 난시, 망막 열공(찢어짐) 등의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어 백내장의 진행정도, 망막질환, 합병증 등을 확인한 후 신중하게 수술을 결정해야 한다고 밝힌 바 있다.

백내장 수술이 생내장으로 까지 번지게 된 원인에는 실손보험을 이용한 과잉진료 문제가 거론된다. 단순 노안 교정을 위해 안과를 찾아갔는데 “실손보험이 있으면 저렴한 비용으로 치료가 가능하다”라며 백내장 수술을 부추기는 경우다. 

실제 손해보험 5개사의 백내장 관련 실손보험금 지급 추이를 살펴보면 지난 2018년 1801억원, 2019년 3012억원, 지난해 4520억원으로 매해 기하급수적인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심지어 코로나19로 병원 이용이 적었던 지난해에 가장 많은 보험금 지급이 이뤄졌을 정도다. 

특히 지난해 12월에만 백내장과 관련해 567억원의 보험금이 지급됐다. 전년동월(293억원)과 비교하면 93.6%나 급증한 수치다. 보험업계는 지난해 9월 백내장 수술 시 고가의 비급여 검사비가 급여화되면서 청구금액이 크게 늘어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비급여 검사가 급여화되면서 줄어든 수익을 백내장 수술에 사용되는 다초점 렌즈비를 부풀리는 식으로 기존과 진료비 총액을 맞춘 것이다. 실제 모 안과에서는 진료비에서 지난해 8월만 해도 91만6000원이었던 다초점 렌즈비를 그 다음달인 9월부터 480만7000원으로 부풀려 받는 사례가 있었다.<표 참조> 진료비를 아무리 더 받더라도 대부분의 치료비를 보장하는 실손보험의 특성을 이용해 진료비를 부풀린 것으로 풀이된다. 

작년 12월 백내장 관련 보험금이 폭증한 건 올해 1월부터 의료기관의 비급여 진료비용 사전설명이 의무화된 영향도 크다. 다초점렌즈 가격을 진료비에 포함시켜왔던 전과 달리 가격을 사전에 설명해야하기 때문이다. 

일각에서는 오는 6월 심평원의 비급여 진료비용 공개가 기존 병원급에서 의원급으로 확대되면서, 의원급의 다초점렌즈 가격이 공개되는 영향도 있다고 본다. 이에 일부 안과들이 환자에게 서둘러 수술을 받도록 권유하는 행위가 늘었다는 분석이다. 

60대 이상서 이젠 4050도 타깃

백내장 수술은 통상 60~70대가 받는 수술로 알려져 있다. 건보공단에 따르면 지난 2018년 기준 60대 이상이 전체 수술인원의 78.7%를 차지한다. 최근에는 40대와 50대의 수술인원이나 건수가 크게 증가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15년에서 2018년 사이 40대와 50대의 수술인원은 각각 17.3%, 38.0% 상승했다. 같은 기간 수술건수도 31.7%, 54.2% 급증했다. 이는 같은 기간 70대의 수술인원(6.2%)과 수술건수(7.5%) 증가율을 크게 웃도는 수치다.

다른 연령대의 수술인원이나 건수 증가율이 같은 기간 인구 증감률과 유사한 경향을 보이고 있음에도, 40대와 50대의 수술이 급증하는 건 자연증가분이라고 보기 어렵다는 게 보험업계 시각이다. 

백내장 수술의 범위가 중년층에 확대되는 영향으로는 일부 안과가 백내장 발병 여부 확인이 가능한 검사결과를 발급하지 않는데 있다는 것도 꼽힌다. 일반적으로 백내장 증상에 따라 안과에 내원하면 백내장의 진행정도, 수술 여부를 확인하기 위해 세극등현미경 검사를 받게 된다. 

세극등현미경 검사는 일종의 청진기 역할이다. 백내장의 종류, 중증도 및 그외 눈의 질병 유무를 확인할 수 있는 가장 기초적인 검사로 대부분의 안과에서 실시하고 있다. 

한 보험사 보험사기조사(SIU) 관계자는 “영상을 촬영해도 보관하지 않거나, 환자의 요구에도 제공하지 않는 사례가 발생하고 있다. 생내장이 의심되는 정황”이라며 “백내장 진단은 사실상 의사의 재량으로 봐도 무관할 정도로 어떤 기준을 찾기 힘들다”라고 말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지난 2018년 상반기 2225억원이던 노년백내장 입원치료비(건강보험 요양급여)는 2019년 상반기 2695억원으로 21.1% 급등해 요양급여비용(입원) 증가율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요양급여비용 증가율 2위(상세불명 병원체의 폐렴), 3위(감염성 및 상세불명 기원의 기타 위장염 및 결장염), 4위(기타 추간판장애)의 증가율이 각각 4.0%, 9.3%, 12.0%라는 점에서 진료비 증가율이 20%를 웃도는 건 매우 높은 수준이란 평가가 나온다.

한 손보업계 관계자는 “다초점렌즈삽입술의 증가, 중증도가 낮은 백내장 환자에 대한 수술 증가 경향을 주요 요인으로 판단하고 있다”라며 “라식·라섹 수술 열풍이 지면서 일부 안과에서 수익감소에 대응하고자 백내장 다초점렌즈삽입술을 간단한 시력교정술인 것처럼 권유하면서 수술이 크게 증가했다는 일부 의견도 있다”라고 말했다.

높아지는 손해율…보험료 인상 주범

코로나19로 병원 이용량이 감소하는 상황에서도 실손보험금 지급은 꾸준히 늘고 있다. 일부 과잉 진료 항목이 손해 증가를 이끌고 있다는 게 보험업계 중론이다. 

실손보험의 손실액은 실손보험 가입자들에게 받은 보험료(위험보험료)에서 나간 보험금(발생손해액)을 빼는 식으로 구해진다. 실제 지난해 3분기 기준 실손보험의 손실액은 1조7383억원으로 전년동기(1조5921억원)보다 1462억원 증가했다. 보험료 인상으로 같은 기간 위험보험료가 5783억원 증가했지만, 발생손해액이 7245억원으로 더 크게 발생한 영향이다.

매해 보험료 인상이 이뤄지고 있음에도 보험사들이 실손보험에서 적자에 허덕이는 이유다. 일부 병원의 과잉진료와 가입자의 의료쇼핑 행위가 전체 실손보험 가입자의 피해로 이어지는 상황이다.

덕분에 지난 2011년부터 현재까지 실손보험 판매를 중단한 보험사는 총 12개에 달한다. 이들 또한 기존에 보유한 실손보험 계약으로 꾸준히 손실을 보고 있는 상황으로 알려졌다.

올해 주요 4개 손해보험사의 실손보험 인상률은 상품유형에 따라 평균 11.9∼19.6%로 파악된다. 2009년 9월까지 팔린 구실손보험이 각사 평균 17.5∼19.6%, 이후 2017년 3월까지 팔린 표준화실손보험이 각사 평균 11.9∼13.9% 올랐다.

3개 주요 생명보험사는 구실손보험을 평균 8∼18.5%, 표준화실손보험을 평균 9.8∼12.0% 각각 인상했다. 올해 실손보험료 인상률은 최근 5년간 최고 수준이다. 일부 과잉진료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실손보험료 인상 폭탄이 이어질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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