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금융소비자보호법(금소법) 여파로 은행들의 상품 판매 중단이 줄을 잇고 있다. 아직 금소법 규정을 어떻게 적용할지 명시한 시행세칙이 나오지 않아 ‘위반사례 1호’가 되지 않기 위해 몸을 사리는 모습이다.

24일 금융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은 금소법 시행관련 볍규 준수를 위해 오는 25일부터 펀드일괄 상품 및 연금저축펀드계좌의 비대면 가입과 ‘자유로 우대적금’, ‘NH주거래 우대적금’ 등 10여종의 비대면 예·적금 가입을 중단키로 했다. 판매 재개 시점은 공지하지 않았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스마트텔러머신(STM)에서 입출금 통장을 개설하는 서비스를 오는 25일부터 4월 말까지 한시 중단한다.

STM은 은행 창구를 찾지 않아도 신분증 스캔 등을 통해 통장을 발급받고 비밀번호를 변경할 수 있는 지능형 현금자동입출금기(ATM)다. 지금까지는 약관이나 상품 설명서를 보여주고 넘어갔지만 하지만 금소법이 시행되면 상품 설명서를 고객에게 직접 줘야 한다.

국민은행은 출력만으로는 상품 설명서 전달이 어려운 점을 감안해, 전자메일 전달 등 시스템 업그레이드를 추진할 계획이다.

하나은행도 비대면으로 진행되는 딥러닝 인공지능 로보어드바이저 ‘하이로보’의 신규 거래를 25일부터 5월9일까지 한시 중단한다고 공지했다.

하나은행은 일단 하이로보 일반펀드 및 개인연금펀드 신규·리밸런싱·진단거래를 일시 중단하는 대신 이미 고객이 보유한 하이로보 펀드 조회 및 추가 입금, 개별 환매는 계속 서비스한다는 방침이다.

은행들이 잇단 비대면 판매를 중단하는 이유는 금소법 때문이다. 금소법은 규정을 어떻게 적용할지 명시한 시행세칙이 아직 나오지 않아 현장의 부담이 크다는 거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금소법이 시행되면서 관련한 전산시스템을 구축해야 하는데 아직 불완전한 측면이 있다”며 구체적인 법 적용 기준이 모호해 우선은 법률리스크를 피하는 데 집중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금소법은 일부 금융 상품에만 적용하던 ‘6대 판매 규제(적합성·적정성 원칙, 설명 의무, 불공정영업행위·부당권유행위·허위과장광고 금지)’를 모든 금융 상품으로 확대하도록 했다.

금융사가 이를 위반할 경우 관련 상품 수입의 최대 50%까지 ‘징벌적 과징금’이 부과된다. 과태료는 최대 5000만원에서 1억원으로 처벌은 3년 이상 징역 및 1억원 이하 벌금에서 5년 이하 징역 및 2억원 이하 벌금으로 각각 상향된다.

한편 금융당국은 금소법 시행을 앞두고 혼란스럽다는 목소리가 커지자 애로 및 건의사항 등 현장의 의견을 청취하기로 했다.

금융위원회 관계자는 “오는 12월까지 금소법 안착을 위한 지원 체계를 운영해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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