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대 은행 외화대출금 평균잔액 2년 새 36%↑
환율상승분, 차주 원리금·이자 부담으로 연결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해외 진출 확대와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외화 자금조달 수요 증가에 은행권 외화대출 취급액이 빠르게 늘고 있다.

환율 변동성 위험이 큰 상황에서 기업이 짊어진 과도한 외화 빚은 기업 자체는 물론 은행의 부실을 키우는 기폭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가 나온다.

24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신한·국민·우리·하나 등 4대 은행에서 취급한 지난해 외화대출금 평균잔액은 63조9196억원으로 지난 2018년 46조8445억원과 비교해 36.45% 늘었다. 

은행별로 보면 KB국민은행이 7조4605억원에서 14조4061억원으로 84.5% 늘며 증가폭이 가장 컸고, 뒤로는 신한은행 40.8%, 우리은행 28.1, 하나은행 14.3% 등이 순을 이었다.

외화대출이 전반적으로 크게 는 건 은행들이 정부의 신남방정책에 힘입어 해외시장을 적극적으로 두드린 결과로 풀이된다. 정부는 지난 2018년부터 신남방정책을 통해 동남아 진출을 지원했다. 이에 부응해 은행들은 최근 몇 년간 해외점포 확대 전략을 활발히 펼쳤다.

여기에 코로나19 사태로 인한 실적 악화로 자금조달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수출입, 해외진출 등 우리 기업과 현지 가계의 생활비 충당을 위한 대출 수요가 급증한 점 역시 영향을 미쳤다.

문제는 최근 미국 국채 금리 급등세에 금융 시장 내 안전자산 선호 심리가 높아지면서 환율이 상승세를 타기 시작했다는 거다. 지난해 12월 1081.70원까지 하락했던 원·달러 환율은 이달 들어 1120~1140원 선에서 등락을 반복 중이다.

환율이 오르면 외화대출을 원화로 환산했을 때의 대출잔액이 늘어난다. 환율상승분은 고스란히 차주의 원리금 및 이자 부담으로 이어지는 셈이다.

외화대출 잔액(평가액)이 늘면 은행의 위험가중자산(RWA·빌려준 돈을 위험에 따라 다시 계산한 것)도 커지며, 이는 곧 자본비율에도 영향을 미친다.

자본적정성의 지표인 자본비율은 은행이 보유한 총자본을 위험가중자산으로 나눠 계산한 값으로, 분모인 위험가중자산이 늘면 자본비율은 하락한다. 통상 환율이 100원 상승하면 보통주자본비율(CET1)은 약 28bp(1bp=0.01%포인트) 하락할 것으로 계산된다.

일각에선 코로나19 금융지원 정책 중 하나인 대출 만기연장 및 이자 상환 유예 조치가 부실 위험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만기 도래 시점에 환율이 상승할 경우, 차주의 환차손이 더욱 커져 유예 조치로 틀어막아 뒀던 연체율이 급증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거다.

이에 대해 은행권 관계자는 “외화대출 대부분은 상환능력이 낮고 환차손 대응, 자금관리 능력이 부족한 개인사업자나 중소기업보다 미회수 위험이 낮은 대기업 중심으로 취급돼 연체율 부담이 적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또 “대출 유예 조치의 경우 국내 소재 중소기업, 소상공인만을 대상으로 해 대부분 해외 현지에서 이뤄지는 외화대출은 해당 범위가 적다”며 “실제로 현재 만기연장과 이자 상환 유예를 신청한 외화대출금은 소액에 그친다”고 덧붙였다.

금융당국 역시 외화대출금 급증세를 두고 비교적 느긋한 태도를 보였다.

금융감독원 관계자는 “은행의 손실흡수 능력 등을 감안하면 현재 외화대출 취급 규모가 건전성에 미치는 영향은 크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충당금도 잘 쌓아두고 있는 상태”라며 “당국 차원에서도 국내외 경기회복 지연의 불확실성을 대비한 모니터링을 지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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