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의요율로 저가수주해 보험업규정 위반
중소사 횡행…요율산정 실태 파악 필요성 ↑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AIG손해보험이 보험계약을 따내기 위해 무리하게 낮은 가격으로 의무보험을 판매한 정황이 포착됐다. 보험료를 산출하는 과정에서 AIG손보가 알고도 법규를 위반했을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는 여전히 의무보험에서 보험료 덤핑 관행이 횡행하고 있다고 지적한다.

24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손해보험협회는 조만간 AIG어드바이저(AIG손보의 자회사 보험대리점) 소속 설계사 및 AIG손보의 보험업법 위반 행위에 대한 제재심의를 열고, 제재금 수위를 논의한다.

골프장에 의무보험인 영업배상책임보험을 판매하는 과정에서 설계사와 AIG손보의 법규 위반 가능성이 협회 모집질서문란 센터에 신고 됐기 때문이다. 이 설계사는 지난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골프장과의 수의계약을 통해 1년 단위로 의무보험을 판매해왔다. 

문제가 된 건 작년부터다. 지난해 3월 개정된 보험업 감독규정(제7-73조)에서는 통계가 없는 경우가 아니라면 의무보험의 보험료 산출 시 보험개발원의 참조순보험요율(이하 통계요율)을 사용하도록 하고 있다. 정책성보험인 만큼 어떤 보험사에서 가입해도 계약자가 비슷한 보험료를 낼 수 있도록 모든 손보사의 요율 사용을 제한한 것이다.

그러나 AIG손보는 감독규정을 어기고 기존에 쓰던 재보험자협의요율(이하 협의요율)로 보험료를 산출, 정상가격 이하로 영업배상보험을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협의요율은 보험사와 재보험사의 협의에 따라 보험료가 결정된다. 보험사고 시 대부분의 보험금 지급을 책임지는 재보험사만 허락한다면 보험계약을 따내려고 무리하게 보험료를 낮춰 받아도 된다는 의미다. 

협회는 이를 보험계약자에 대한 특별이익제공에 해당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 경우 해당 보험계약의 연납보험료와 통계요율과 협의요율간 보험료 차이를 합산한 금액이 제재금 산정의 기준이 된다.

협회의 상호협정 규정상 특별이익제공은 보험사와 모집종사자 모두에게 적용 가능하다. 다만 설계사는 보험상품을 판매만 할 뿐 보험료를 산출할 수 없다. 결국 AIG손보가 법규 위반을 알면서도 협의요율을 사용했는지 여부가 이번 제재심의 쟁점이 될 전망이다.

손보사들은 대체로 쉬쉬하는 분위기다. 통상 의무보험 가입대상이 되는 업종은 감독규정 개정 이전에도 통계요율을 사용해 보험료를 산출해왔다. 하지만 중소형사의 경우 대형사와의 가격경쟁을 위해 여전히 협의요율을 사용하는 경우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골프장 등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업종에서는 공공기관처럼 입찰 방식이 아닌 수의계약을 통한 보험가입이 주로 이뤄진다. 보험사가 어떤 요율을 사용해 보험료를 산출했는지 신고나 제보가 아니면 알기 어려운 이유다. 정책을 보조하는 성격의 의무보험 특성상 비슷한 사업장마다 전혀 다른 보험료가 책정되면 보험계약자간 형평성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 

제제심 결과는 금융감독원에 보고된다. 금감원도 법규 위반이 명확하다고 판단될 경우 따로 조사에 나갈 수 있다. 보험사의 의무보험 요율산정 실태 파악을 위한 전수조사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통계요율 사용이 일반적이나, 여전히 꽤나 많은 의무보험에서 협의요율이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안다”라며 “이번 제재심의 자체를 민감해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