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DC 대중화 통한 결제시장 재편 기대
“미래 살길” 플랫폼·블록체인 연구 박차

신한은행 CBDC 플랫폼 개발 시나리오.(이미지=신한은행)
신한은행 CBDC 플랫폼 개발 시나리오.(이미지=신한은행)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은행권이 중앙은행 디지털화폐(CBDC) 도입 이슈로 들썩이고 있다. CBDC 유통 핵심기관으로 지정되면 간편결제 기업들이 주름잡고 있는 결제시장의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에서다. 일각에선 벌써부터 CBDC 유통 경쟁력을 갖추기 위한 물밑작업이 한창이다.

25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은행은 최근 CBDC 파일럿 시스템 컨설팅을 마치고 올 하반기부터 정식 시스템 구축과 테스트에 돌입한다.

CBDC란 중앙은행(Central Bank)과 디지털화폐(Digital Currency)를 합친 것으로, 각국 중앙은행이 디지털 방식으로 사용하는 형태의 화폐를 말한다.

블록체인, 분산원장 기술 등을 이용해 전자적 형태로 저장한다는 점에서 암호화폐와 유사하지만, 중앙은행 보증으로 안정성이 높고 일반 지폐처럼 가치 변동이 거의 없는 게 특징이다. 디지털 기술의 발전과 코로나19 영향에 주요국가의 CBDC 도입 움직임이 빨라지는 추세다.

이주열 한은 총재도 전일 배포한 서면 간담회 답변에서 “가상환경에서 CBDC 시스템을 조성하고 자금 이체, 대금결제와 같은 기능을 비롯해 발행, 유통, 환수 등 단계별로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는지 점검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한은의 CBDC 발행 가능성 시사에 은행들은 군침을 흘리기 시작했다. CBDC를 카카오페이, 네이버페이 중심의 간편결제 시장 구조를 재편할 기회로 생각해서다.

은행들은 CBDC가 은행을 중심으로 유통될 가능성이 크다 보고, 향후 CBDC가 대중화돼 핀테크 기업의 간편결제보다 이용률이 높아지면 결제시장 내 은행의 위상이 달라질 것이라 기대하고 있다.

실제로 지난달 8일 한은이 발표한 CBDC 관련 외부연구용역 보고서를 보면 한은이 CBDC 발행을 전담하고 한은법상 거래가 허용되는 은행 등 금융기관이 공급과 회수를 포함한 서비스를 담당하는 ‘혼합형’이 유력한 CBCD 유통 방식으로 거론된다.

또 보고서에선 핀테크 기업이 CBDC 유통 기관으로 참여할 경우 한은과의 예금·대출 등 일련의 거래 내용에 따라 한국은행법 제79조(한은과 금융기관 외 민간과의 거래 제한)의 개정이 필요할 수도 있다고 분석하기도 했다.

은행들은 이미 CBCD 유통시장 선점을 위한 준비에 나섰다.

가장 진도가 빠른 곳은 신한은행이다. 신한은행은 LG CNS와 함께 CBDC 플랫폼을 개발, 지난 8일 시범구축을 완료했다. 해당 플랫폼은 발행된 CBDC를 개인 및 가맹점에게 지급하고 고객들은 발행된 CBDC를 활용해 조회, 결제, 송금, 환전, 충전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KB국민은행은 한은의 CBDC 설계 결과가 나오면 기술 검증과 전자 지갑 구현, 관련 파일럿 테스트를 적극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 2019년 LG CNS와 함께 블록체인 기반의 전자화폐인 ‘마곡 페이’를 운영한 이력이 있다.

하나은행도 CBDC 발행에 대비해 내부적으로 인프라 구축에 나섰으며, 우리은행은 CBDC를 포함한 디지털 가상 자산에 대한 기술력을 확보하기 위해 블록체인 플랫폼 구축 및 관련 기업에 지분 투자하는 방식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CBDC 현실화, 대중화까지는 시간이 좀 걸리겠지만 향후 핀테크 기업과 경쟁에서 생존할 핵심사업이 될 것이란 판단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있다”며 “CBDC 유통 자체에 대한 수익성보단 유통과정에서 파생할 수 있는 다양한 서비스 구현을 기대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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