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중립시대, ESG경영 강화 차원 탈석탄 선언
KB·신한·하나·우리·NH 전담조직 만들어 대처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산업혁명 이후 세계 경제를 일군 원동력은 석탄이다.

특히 전 세계가 경제개발에 나선 20세기는 ‘석탄의 세기’라고 칭할 만큼 핵심 에너지원으로 종횡무진 활동한 자원이기도 하다.

하지만 석탄의 운명은 여기까지였다.

지난 20세기 말, 석탄은 경제성에서 석유에 밀리면서 천덕꾸러기가 된다. 급기야 21세기에는 기후변화에 대한 세계인의 우려가 커지면서 종언을 고하고 있다.

수억 년 동안 광합성으로 형성된 화석연료는 수천 년 동안 육체 에너지로 유지되던 인류의 생존 토대를 획기적으로 변모시켰다.

그리고 예상을 뛰어넘는 화학에너지를 기반으로 농경사회를 산업사회로 바꿔갔다. 석탄의 쓰임새가 얼마나 빠르게 늘어났는지는 석탄 생산량 통계만 봐도 알 수 있다.

전 세계 석탄 생산량은 1800년에 연간 약 1000만 톤에 불과했지만, 100년 뒤인 1900년에는 100배나 늘어난 10억 톤에 달했다.

석탄의 대체재인 석유의 정제기술이 1900년에 등장했지만, 여전히 석탄은 석유를 압도적으로 누르며 핵심 에너지원의 지위를 유지한다. 지난 1990년의 석유와 석탄은 각각 30억 톤, 50억 톤이 생산됐다.

구소련의 서기장인 레닌은 공산주의를 전기화와 소비에트 권력의 결합으로 설명했으며, 미국의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전 국토의 전기화를 자신의 중요한 업적으로 꼽을 정도였는데, 이 모든 것은 석탄 에너지를 이용한 결과들이다.

그런데 21세기의 석탄은 기후변화의 중죄인으로 취급되면서 여러 국가가 ‘탄소중립’을 선언하고 나섰다.

지구의 온난화와 대기오염 등의 주범이 화석연료인 탓에 국제사회가 한목소리로 탄소절감을 주창하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2050년까지 탄소중립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규제와 법으로만 탄소중립을 끌어낼 수는 없다. 민간영역에서 역할을 해줘야만 가능한 것이 에너지 정책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금융권에서 석탄발전소 건설을 위한 프로젝트 파이낸싱 등에 참여하지 않거나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적극 참여하는 등 ‘탈석탄 금융’ 정책을 펼쳐야 확실하게 탄소중립의 시대를 맞을 수 있는 것이다.

이러한 분위기를 반영하듯 지난해부터 국내 금융회사들이 적극적으로 탈석탄 금융 선언에 나서고 있다.

KB금융지주가 지난해 9월에 입장을 밝힌 이후 신한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NH농협금융 등이 모두 화석연료 제로 정책을 핵심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 밖에도 삼성그룹의 금융 5사, 한화그룹의 금융 6사, 그리고 DGB금융 등 지방 금융그룹들도 석탄 프리 선언을 하면서 거의 모든 금융회사가 동조하는 분위기가 만들어지고 있다.

화석에너지의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ESG 경영이 업계의 핵심 화두로 떠오른 결과이기도 하다.

환경과 책임, 투명 경영을 위해 조직을 체질적으로 바꿔 단순히 매출과 이익이라는 잣대로 경영을 판단하기보다 더 ‘선한 기업’이 돼 선한 사회를 같이 만들어가는 공공성의 이미지를 더 강화하기 위한 노력이다.
 
금융지주사 차원의 ESG 전담조직이 만들어지고 내부 규정과 전략도 이에 맞춰 변해가면서 금융권 문화 전반에 바뀌고 있는 것이다.

‘ESG변혁’이라고 할 만큼 금융권의 관심은 지대하다.

이러한 노력은 KB금융그룹의 ‘세상을 바꾸는 금융’, 신한금융그룹이 제시하는 ‘미래를 함께하는 따뜻한 금융’, 하나금융이 말하는 ‘함께 성장하며 행복을 나누는 금융’ 등의 제시어로 표현되고 있다.

금융회사들의 선한 영향력이 국가의 기간산업의 방향까지도 영향을 주는 시대가 도래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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