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속노련 출현…기존노조와 창구단일화 시도
단협 성공할 경우 평협 향후 2년간 활동 무산

26일 삼성화재 블라인드에 올라온 게시물 캡처.
26일 삼성화재 블라인드에 올라온 게시물 캡처. 현재는 해당 게시물이 삭제된 상태다.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삼성화재의 ‘노노갈등’이 첨예해지고 있다. 복수노조 체제로의 전환이 임박하자 기존 노조가 신설 노조를 무력화하려는 시도도 포착되고 있다. 

29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삼성화재는 지난 25일 전국금속노조연맹 금속일반노조의 교섭 요구 사실을 공고했다. 교섭 요구자는 김만재 대표(한국노총 금속일반노조 위원장)다. 단체협상 신청기간은 다음달 2일까지다. 

이 노조는 별도 필증이 필요 없는 금속노조련 산하 지부다. 이제껏 삼성화재 내부엔 한노총 산하의 삼성화재노동조합 한 곳 뿐이었다. 

갑작스런 복수노조화에 삼성화재 직원들 사이에선 갈등의 골이 깊어지고 있다. 당초 삼성화재의 복수노조화는 삼성화재평사원협의회(이하 평협)의 노조 설립으로 이뤄질 예정이었다. 

평협은 지난 22일 서울지방고용노동청에 노동조합 설립 신고서를 제출했다. 하지만 신고서 제출 4일 뒤인 지난 26일 노동청의 보완요구를 받았다. 이 사이 삼성화재노조와 금속일반노조의 교섭 창구단일화 시도가 발생한 것이다.

만약 삼성화재노조, 금속일반노조와 사측간 창구단일화 및 단체협상이 성사되면 평협은 노조설립을 하더라도 향후 2년간 임단협을 할 수 없다. 평협은 삼성화재노조의 ‘노조 무력화’ 시도가 있었다고 본다. 삼성화재노조와 금속일반노조는 모두 한노총 소속이다. 

실제 지난 26일 삼성화재 블라인드에 올라온 게시글에서는 “노동청을 압박해 평협 노조신고에 보완을 하도록 만들었다. 이를 통해 노동청의 15일의 답변 유예기간을 득하였다. 또 별도 필증이 불필요한 금속련 지부를 설립해 단체교섭 요구를 했으며 7일간 단협 신청기간인 차주 금요일까지 평협노조의 필증이 나오지 않는 쾌거를 득했다”라고 쓰여 있었다. 현재는 해당 게시글이 삭제된 상태다.

그간 삼성화재의 복수노조화가 이뤄지면 삼성화재노조와 평협노조간 갈등이 격화될 것이란 전망이 있어왔다. 노동조합법상 기존 노조와 신설 노조는 교섭 창구 단일화를 거쳐야 한다. 창구 단일화에 실패하면 전체 조합원 과반을 확보한 노조가 대표 교섭권을 가진다.

평협은 지난달 노조 전환 찬반 조사를 진행했으며, 임직원 5800여명 중 과반 이상인 3076명이 동의했다. 사실상 과반노조가 될 가능성이 매우 큰 상황이었다. 평협은 현재 약 1500명의 노조원 신청이 들어온 상태다. 삼성화재노조는 600여명 수준으로 알려졌다.

홍광흠 평협 회장은 ”본인들이 가장 혐오하던 노조무력화 전략을 제도와 외부단체를 악용해 평협노조를 탄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와 반대로 삼성화재노조는 지난 26일 노동청에 최영무 삼성화재 대표이사와 홍광흠 평협 회장을 ‘부당노동행위(지배개입)’ 혐의로 고소했다. 이와 함께 노동청에 ‘노조의 필수요건인 간부들의 자주성이 결여된 조직’이라며 노조 설립에 대한 이의제기를 신청했다. 

삼성화재노조는 사측이 노조 와해 목적으로 복수노조 설립에 관여했다고 주장한다. 사측이 회사의 자금지원을 받던 평협을 노조화해 기존 삼성화재 노조의 노조활동을 위축시키려는 행위를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삼성화재노조 관계자는 “평협은 노조 전환 이후에도 기존 평협을 이어가겠다는 표현을 사용하고 있다. 사측의 금적전, 물리적 지원도 그대로 받겠다는 것”이라며 “이러한 내용을 노동청에 신고했다. 이에 대한 판단은 노동청의 몫”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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