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주 이동과 리스크 관리 원인
업계 “저축은행 취지와 어긋나”

<대한금융신문=박진혁 기자> 대형·지주계 저축은행들이 1금융권의 고신용자를 흡수해 저금리 신용대출 취급을 확대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저축은행의 역할론에 대한 우려가 나온다.

1일 저축은행 중앙회 공시에 따르면 지난 2월 대형·지주계 저축은행 9개사 중 전년 동기 대비 10% 이하 금리의 신규대출 취급 비중을 늘린 업체는 6곳이다.

대형·지주계 저축은행 9개사는 저축은행 자산 상위 5개 업체와 지주계 저축은행 중 10% 이하 금리 대출을 취급하지 않는 우리금융 저축은행을 제외한 NH, KB, 신한, 하나 등 4개 업체다.

저금리 대출을 늘린 6개 업체의 10% 이하 신규대출 취급 비중과 전년 동기 대비 증감은 △NH 47.53%(+45.94%) △신한 17.78%(+14.29%) △SBI 2.52%(+2.39%) △웰컴 7.21%(+5.6%) △페퍼 5.56%(+2.02%) △한국투자 3.85%(+2.75%)로 특히 지주계 저축은행에서 급증했다.

업계는 차주의 이동과 원인으로 꼽는다. 정부의 대출 규제로 인해 시중은행에서 대출이 막힌 고신용 차주들이 2금융권으로 이동했다는 분석이다.

지난해 저축은행 총여신은 77조6000억원으로 전년 말 65조원 대비 12조6000억원(19.4%) 상승했다. 또 같은기간 전업카드사의 카드론 잔액은 35조4000억원으로 전년 9.2%(3조원) 증가했다.

또 대부업에도 중·저금리 신용대출이 등장하는 등 차주의 이동이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에 일각에서는 저축은행의 역할론에 대해 우려가 나온다.

본래 저축은행은 서민과 소기업을 대상으로 금융편의를 확대하기 위해 만들어졌지만 오히려 금융 기회가 줄었다는 지적이다.

특히 지주계 저축은행의 경우 시중은행에서 대출이 막힌 우량 차주를 같은 계열 저축은행으로 유도하는 교차판매가 자주 이뤄진다.

저축은행이 안전한 차주를 위주로 대출을 취급하다 보니 취약 차주들은 대출을 받기가 더 힘들어진 상황이다.

지난해 저축은행의 전체 가계신용대출 대비 고금리 대출 잔액 비중은 27.2%로 전년 대비 15.3%포인트 하락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어쩔 수 없다는 시각도 있다.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해 시장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서 건전성 관리를 위해 고신용자 위주로 대출을 편성하고 있다는 것이다.

저축은행업계 관계자는 “대출 만기연장과 이자 상환유예 등 정부의 금융지원 정책이 언제까지 지속될지 모르는 상황”이라며 “보수적으로 대출을 운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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