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트코인 김프’ 활용한 외인 환치기 횡행
은행, 영업점에 ‘목적 확인 철저’ 경계령만
금감원 “대응책 아직…실체 확인 어려울듯”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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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외국인들이 취득 경위가 불분명한 현금다발을 들고 해외송금을 요청하는 일이 빈번해지면서 은행들이 전 영업지점에 해외송금 경계령을 내렸다.

가상화폐를 이용한 외국인들의 ‘환치기’가 의심되는 상황이지만 금융당국과 은행 모두 손쓸 방법을 찾지 못하고 있다.

12일 은행권에 따르면 시중은행들은 최근 전 영업지점에 국내 거주 외국인 또는 대리하는 한국 국적자 등 해외송금을 원하는 고객에 대해 자금의 출처와 용처 등 자금 증빙 과정을 더욱 엄격히 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최근 외국인등록증도 없이 여권만 있는 외국인들이 급여 등 출처가 확인되지 않은 연간 최대한도 금액을 한 번에 해외로 송금해달라는 요청이 급증한 데 따른 조치다. 외국환거래법상 연간 5만불(약 5600만원)까지는 취득 경위 증빙 없이 해외송금이 가능하다.

해외송금 의심거래가 빈번하게 발생하면서 은행들은 ‘코인 열풍’을 탄 비트코인 환치기 사례로 의심하고 있다.

비트코인 환치기는 국내에서 거래되는 비트코인 가격이 해외보다 비싸게 거래되는 이른바 ‘김치 프리미엄(이하 김프)’를 이용해 차익을 거두는 수법을 말한다.

외국인이 자국 거래소에서 비트코인을 구매하고, 해당 비트코인을 국내 거래소에서 소액의 전송 수수료만을 부담한 후 비싸게 팔아치운 다음 투자원금과 차익을 자국으로 보내는 식이다.

환치기는 외국환거래법 위반에 해당하는 불법행위다. 국부 유출로 간주돼 적발 시 3년 이하 징역 또는 3억원 이하 벌금이 과해지는 형사처벌 대상이 된다.

은행들은 당분간 외국인의 해외송금 시 금액에 상관없이 거래 목적과 송금 사유에 관한 확인을 철저히 한다는 방침이지만, 실질적으로 금융범죄를 방지할 수 있을지는 의문이 제기된다.

고객에게 외국환거래법상 문제가 되지 않는 해외송금에 대해 증빙 요구를 언제까지나 지속할 수 없는 데다, 여러 날 혹은 여러 명의로 쪼개 송금 요청을 하게 되면 의심의 정황마저 포착하기 힘들기 때문이다.

시중은행 한 관계자는 “외국인의 당발 송금, 가상화폐계좌 관련 거래는 대부분 자금세탁방지시스템을 통해 영업점(1차), 본점(2차)에서 수시로 테마모니터링을 실시한 후 의심거래 발생 시 금융정보분석원에 보고한다”고 말했다.

그는 “다만 은행 등 금융기관은 의심거래라는 표현 그대로 '의심스러운 거래'의 정황을 보고할 뿐이며 불법재산, 범죄재산이라는 물증을 확보할 수 없기에 외환거래를 차단할 방법은 없는 상황”이라며 “관련해 영업점 대응방안을 현재 외환사업부에서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금융당국에서도 문제 해결에 대한 갈피를 잡지 못하고 있다.

금융감독원 외환감독국 관계자는 “최근 김프가 다시 생기고 있다는 건 파악하고 있었으나, 환치기 문제와 관련해선 아직 대응방안을 마련하고 있는 단계는 아니다”라며 “문제가 지속한다고 하면 별도로 파악해보겠으나 액면으로는 규정 한도금액 내로 거래되고 있을 것이기 때문에 실체를 확인하긴 쉽지 않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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