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주관 '실손 청구 간소화' 토론회
보험업계 "소비자 청구 편의 높여야"

<대한금융신문=유정화 기자> 실손의료보험의 청구전산화 도입을 놓고 보험업계와 의료계의 날선 공방이 또 한 번 재현됐다. 청구 방식이 번거로워 보험금 청구 자체를 포기하는 가입자들이 많다는 점을 이유로 정부와 보험업계가 추진 중인 간소화 방안에 의료계는 반대 입장을 표했다. 환자 개인정보 유출과 악용이 우려된다는 명분이다.

1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대한의사협회는 전날인 12일 대한의사협회 용산 임시회관 회의실에서 '민간(실손)보험 의료기관 청구 의무화 무엇이 문제인가' 주제로 토론회를 개최했다.

현재 실손보험 가입자가 보험금을 타기 위해서는 진료비 영수증이나 진단서, 소견서 등을 종이 형태로 발급받아 팩스나 우편으로 보내거나 설계사를 통해 보험사에 보내야 한다. 앱을 사용하는 경우에도 종이 서류를 발급받은 후 사진을 찍어 앱에 올려야 한다.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 방안은 보험업법 개정을 통해 건강심사평가원이나 민간전문중계기관을 설립해 의료기관과 보험사를 중계하는 안이다.

의사협회는 지앤넷과 레몬헬스케어 등 핀테크 업체들이 이미 병원과 업무협약을 통해 전산으로 진단서류를 보험사에 전달하고 있어 별도 입법이 필요하지 않다고 했다. 실손보험이 환자와 보험사, 즉 민간 간의 계약인데 병원이 실손보험 청구를 대행하는 건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전산화 의무화가 환자 개인정보 유출 가능성을 높인다고도 지적했다.

이준석 법무법인 지우 변호사는 "자료 전송 과정에서 환자의 개인정보 유출 위험이 있고, 그것이 문제가 될 경우 환자와 보험회사의 편의를 위해 추가 업무를 수행한 의료기관이 해당 문제로 인해 법적 분쟁에 휘말림으로써 의사와 환자간 신뢰관계 훼손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보험업계는 전산 청구를 허용해 소비자 편의를 높일 필요가 있다고 맞섰다. 아울러 제3자인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을 통해 의료정보를 건네받기 때문에 보험사가 오용할 우려가 없고, 병원 역시 실손보험 통해 수익을 누리고 있어 소비자 후생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박기준 손해보험협회 장기보험부장은 "환자가 실손보험을 청구하기 위해 실손의료보험 표준약관상 제출해야 할 서류들은 의료기관에서 발급해줘야만 가능하다. 발급절차가 어렵고 번거로워 소액 보험금 청구를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며 "의료기관 협조만 있으면 가능하지만 의료계에서 환자와 보험회사에게 의료기관과 무관하다는 이유로 서류확보 업무를 떠넘기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환자들은 다수 의료기관에 방문한 후 한번에 청구할 수도 있어, 환자들이 실질적으로 편해지기 위해서는 모든 의료기관이 참여해야 하며, 이를 위해서는 협조의무 관련 법적 근거가 필요하다"면서 "실손보험이 병원의 마케팅으로 활용되는 상황에서 자료전송의무에서만 의료기관이 보험계약과 관련이 없다고 하는 것은 설득력이 부족하다"고 했다.

한편 현재 정무위원회에는 전재수, 고용진, 김병욱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이 각각 대표발의한 실손보험 청구 간소화를 골자로 하는 보험업법 개정안이 계류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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