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예할부·신차교환으로 부담 낮춰
지난해 순익 전년대비 42% 급증

<대한금융신문=박진혁 기자> #30대 회사원 A씨는 해외차를 구매하기 위해 수입차 브랜드 전시장에 방문했다. 사회 초년생이라 연봉이 적고 신용등급도 낮았지만, 브랜드와 연계된 캡티브 캐피탈사를 통해 쉽게 대출을 받을 수 있었다.

“어차피 집도 못 살 텐데 차라도 좋은 걸 사려구요.” 수입차 전시장에 방문한 A씨의 말이다. 지난해 MZ세대(1980~2000년대 초반 출생 세대)의 수입차 개인신규등록 대수는 6만5601대로 전체(17만5681대)의 37.3%를 기록했다. 수입차를 구매한 개인의 3명 중 1명이 MZ세대란 의미다.

구매 장벽 낮춘 캡티브 캐피탈 약진

BMW, 벤츠 등 유명 수입차 브랜드들은 각자의 캐피탈사를 갖고 있다. 이른바 ‘캡티브 캐피탈’이다. 이들은 유예할부·신차교환 등 금전적 부담을 낮추는 방식으로 젊은 고객을 유치하고 있다.

유예할부는 일정부분 선납금을 내고 나머지 금액에 대한 이자만 내다가 약정기간이 끝나면 잔금을 한 번에 갚는 방식이다. 인터넷에서 유예할부의 약정기간 동안 이자만 내는 방식을 강조해 ‘월 10만원으로 외제차 구입’ 등의 프로모션을 진행하는 것이 대표적이다.

신차교환 금융상품도 최근 인기를 끌고 있다. BMW 파이낸셜의 스마트 할부 프로그램은 약정 기간 후의 중고차 가치를 보장해 준다. 예를 들어 1억원의 차를 36개월 할부로 구매하면 선입금 1000만원에 3년 후의 자동차 가치인 6000만원을 인정해주고 나머지 3000만원에 대한 이자와 원금을 납입하는 방식이다.

한 수입차 딜러는 “젊은 층도 요즘 해외차를 많이 구입한다”며 “유예할부와 신차교환 등이 당장의 부담은 덜할 수 있지만 약정 기간이 만료되면 한 번에 갚아야 하는 부담이 있다”라고 말했다.

MZ세대의 수입차 구매에 힘입어 지난해 수입차 브랜드의 캡티브 캐피탈 4개사(BMW, 벤츠, 폭스바겐, 르노)의 당기순이익은 1947억7742만원으로 전년(1368억1280만원) 대비 42.3% 급증했다.

차량 판매가 증가하면서 오는 19일 폭스바겐 파이낸셜은 1000억원 규모 회사채를 발행할 예정이다. 폭스바겐 파이낸셜은 지난 2014년과 2015년 회사채를 발행했지만 배기가스 조작 사건에 부진을 겪어 지난 6년간 공모채를 발행하지 않았다. 이번 회사채 발행은 신차 판매가 회복되면서 할부와 리스 등 금융영업을 위한 자금 조달 필요성이 생겼기 때문이다.

시장 축소 되는데 수입차 브랜드는 신설

캡티브 캐피탈사를 뺀 나머지 캐피탈사들은 자동차금융을 점차 축소하는 분위기다.

지난해 현대캐피탈을 제외한 22개 캐피탈사의 포트폴리오에서 자동차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은 37%로 2년 전인 지난 2018년(43%) 대비 6%포인트 감소했다. 카드사들의 자동차금융 진출이 늘면서 경쟁이 심화된 영향이다.

반면 수입차 브랜드들은 늘어나는 판매량에 캡티브 캐피탈들을 신설하는 추세다.

지난 12일 지프는 KB캐피탈과 제휴 협약을 체결하고 지프 파이낸셜 서비스를 공식 출범했다. 지프 파이낸셜은 출범부터 브랜드 80주년을 기념해 주요 모델에 선납금 10%에 최대 80개월 무이자 할부 혜택을 제공하는 등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월에는 볼보그룹의 금융 서비스를 담당하는 볼보 파이낸셜이 한국에 볼보 파이낸셜 서비스 코리아를 설립하기도 했다.

한 캐피탈사 관계자는 "고객이 수입차를 구매할 때 해외 캡티브 캐피탈들은 권유나 상담 등 한번은 이야기를 꺼낼 수 있는 위치에 있다"라며 "다만 상환능력이 없는 고객에게 할부를 취급하면 카푸어 등 사회적 문제가 발생할 수 있어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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