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보험 비용 2조2천억…5년새 33% ↑
IFRS17 대비 보장성 확대로 부담 커져

<대한금융신문=유정화 기자> 지난해 국내 생명보험사들의 재보험 비용이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새 국제보험회계기준(IFRS17) 도입에 대비해 보장성 상품을 확대하려는 체질 개선 과정에서 재보험료가 늘어난 것으로 풀이된다.

16일 생명보험협회에 따르면 국내 23개 생보사들의 지난해 재보험 비용은 2조2288억원으로 전년 동기(2조901억원) 대비 6.64%(1387억원) 늘었다. 재보험 비용은 지난 2016년 1조6787억원에서 꾸준히 늘어나 5년 동안 33% 증가했다.

재보험은 보험사가 인수한 계약의 일부를 다른 보험사에 인수시키는 것으로 일종의 보험을 위한 보험이다. 보험이 개인이나 기업이 불의의 사고로 입게 되는 경제적 손실을 보상해 주는 제도인 반면 재보험은 이에 따른 보험사의 보상책임을 분담해주는 제도다.

교보라이프플래닛의 증가폭이 업계에서 가장 컸다. 교보라이프플래닛은 전년 대비 47.4% 늘어난 13억1600만원의 재보험료를 냈다. 그 다음으로 DB생명이 786억원에서 1082억원으로 37.7% 증가한 재보험 비용을 지출했다.

업계 1위 삼성생명은 재보험 비용으로 5293억원을 지출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4428억원)과 비교하면 19.53%(865억원) 늘어난 액수다. 그 뒤를 이어 AIA생명(2257억원), 라이나생명(1914억원), 한화생명(1844억원), 오렌지라이프(1447억원) 등이 재보험 비용이 큰 편이었다.

재보험에 투입하는 비용이 확대된 데는 최근 생보사들의 상품 포트폴리오 전략이 영향을 미쳤다. IFRS17 도입 시 저축성보험은 보험사들에 부채로 인식되기 때문에 생보사들은 보장성 상품 영업을 확대하는 추세다. 보장성보험 상품 판매가 증가하면 할수록 비례적으로 위험이 그만큼 늘어나기 때문에 위험분산을 위한 재보험이 확대된다.

보험사들의 신상품 출시 역시 재보험 비용과 맞물려 있다. 보험사들은 시장포화와 저금리 등 보험산업 성장세가 둔화되면서 수익 개선을 위해 상품개발 역량에 집중하고 있다. 보험사들은 신규로 개발한 상품의 위험을 정확히 파악하기 힘들 때 재보험 출재를 늘려 위험을 회피한다. 일정 기간 경험이 축적이 되면 재보험 출재를 줄인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최근 고객의 다양한 니즈를 반영하기 위한 신상품 출시가 늘었다"며 "위험률 통계가 부족하다보니 안정적으로 손익을 관리하기 위해 재보험 비용이 커졌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생보업계가 저출산·저성장·저금리 등 3중고로 수익성 개선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이다. 업계는 IFRS17 따른 추가 지출로 대형사와 비교해 재무적 여력이 부족한 중소형사들이 받는 압박이 클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는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보장성 보험에서도 치매보험, 건강보험 등 제3보험 판매가 늘면서 재보험 비용이 커진 것"이라면서 "특히 중소형보험사들은 언더라이팅 역량 강화로 안정적으로 손해율을 관리해 재보험 출재를 낮추고자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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