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반수가 가계대출 비중 50% 이상
기업대출 늘려 건전성지표 높일 듯

<대한금융신문=박진혁 기자> 저축은행들의 대출 포트폴리오 조정이 예고되고 있다. 금융당국이 시중은행 수준의 건전성을 요구하고 나서면서다. 저축은행의 가계대출 문턱이 높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

20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3년 내에 대형 저축은행에게 바젤Ⅱ와 Ⅲ를 도입하는 등 새로운 건전성 규제를 적용한다.

바젤Ⅲ는 국제결제은행(BIS) 산하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가 지난 2010년 은행의 자본 확충 기준을 강화하기 위해 고안한 규제다. 현재 저축은행은 비교적 규제 강도가 약한 바젤Ⅰ을 적용받고 있다.

저축은행업계는 바젤Ⅲ가 적용되면 자본·대출 취급 전략을 개편해야 한다고 본다. 바젤Ⅲ 하에서는 가계대출에 대한 리스크가 높게 평가되고 기업대출에 대한 리스크는 낮아진다.

시중은행에 적용된 바젤Ⅲ에서는 신용등급이 없는 중소기업 대출에 대한 대출과 BBB 등급 기업에 대한 위험가중치(RW)를 100%에서 각각 85%, 75%로 하향했다.

반면 가계대출의 경우 신용대출은 100%로 유지됐으며, 부동산 담보 대출의 경우 주거용은 35%에서 20~105%로 상업용은 100%에서 60~110%로 차등 적용한다. 이에 은행들은 건전성 지표인 BIS 기준 자기자본 비율을 높이기 위해 기업대출 비중을 늘리는 것이 유리하다.

실제로 시중은행들은 바젤Ⅲ를 도입함에 따라 의무적으로 신규 대출 중 기업대출 비중을 50% 이상으로 유지하고 있다. 이 영향으로 지난해 말 국내 은행지주회사 8곳과 비지주 은행 8곳의 BIS기준 총자본비율은 15.00%로 전년(13.91%) 대비 1.09%포인트 상승했다.

금감원은 대형 저축은행의 기준을 총자산 1조 이상이나 2조 이상 가운데 고심하고 있다. 지난해 총자산 2조 이상 저축은행은 10개 업체(SBI·OK·한국투자·페퍼·웰컴·애큐온·유진·OSB·모아·JT친애)다. 이 가운데 가계대출 비중이 50% 이상인 업체는 6곳이다.

이들 저축은행에 현 시중은행 기준 바젤Ⅲ가 적용되면 가계대출 비중이 높아 건전성이 상대적으로 낮게 평가될 수 있다.

6개 업체의 가계대출 취급액과 총 대출 중 비중은 △SBI 5조1059억원(54.2%) △OK 4조2059억원(52.7%) △페퍼 2조2831억원(61.08%) △웰컴 2조567억원(58.55%) △유진 1조3705억원 (51.4%) △JT친애 1조1622억원(62.22%) 등이다.

다만 이번 건전성규제 상향이 저축은행 본연의 서민금융 역할을 제한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한 저축은행 관계자는 “장기적으로 바젤Ⅲ 도입이 저축은행의 건전성 측면에서 옳다”며 “다만, 저축은행은 서민금융 역할을 해야 하는데 개인신용대출 취급이 제약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그는 “시중은행에도 바젤Ⅲ가 적용되는데 수년이 소요됐다”며 “저축은행은 코로나가 진정된 이후에 단계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