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뱅킹 이용 등 떠미는 창구 직원들
‘직원추천란’ 두곤 적합성원칙 해석 분분
금융위 “현장 상황 몰랐다…검토할 것”

모바일뱅킹을 통해 금융상품 가입 시 기입할 수 있는 '직원 추천란'.
모바일뱅킹을 통해 금융상품 가입 시 상품을 추천한 직원을 명시할 수 있는 '직원 추천란'.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A씨는 최근 외화예금 개설을 위해 은행에 방문했다. 40분여를 기다려 은행원을 마주했으나 금소법으로 인해 대면 영업 절차가 복잡해졌다며 상품 상세내용 확인도, 가입도 모바일뱅킹으로 하는 게 낫다는 설명을 들었다. A씨는 상품 상담을 위해 대기한 시간이 아까웠지만, 은행 업무에 시간을 더 소요할 수 없어 모바일뱅킹을 이용하기로 했다. 은행원은 자리에서 일어나는 A씨에게 외화예금 상품명을 적어주면서, 상품 가입 시 직원 추천란은 비워주길 당부했다.

일선 은행 창구에서 일부 고객에 대한 상품 상담 및 판매를 꺼리며 모바일뱅킹 이용을 회유하는 일이 자주 벌어지고 있다.

금융소비자보호법(이하 금소법) 위반 리스크를 우려한 직원들의 책임 회피성 행태인데, 비대면 거래에서 소비자가 판매자의 가입 권유 여부를 직접 명시할 수 있는 ‘직원 추천란’에 대한 명확한 유권해석이 나오지 않아 혼선이 빚어지고 있다.

지난 3월 25일 시행된 금소법은 일부 금융 상품에만 적용하던 ‘6대 판매 규제(적합성·적정성 원칙, 설명의무, 불공정영업행위·부당권유행위·허위과장광고 금지)’를 모든 금융 상품으로 확대해 적용하는 것을 규정한다.

이를 위반한 금융사는 관련 상품 수입의 최대 50%에 대한 징벌적 과징금이 부과되며 판매 직원도 최대 1억원의 과태료를 물을 수 있다.

직원들은 규제비용 리스크 사전 차단을 위해 대면 영업 현장에서도 모바일뱅킹을 활용하는 방식을 택했다.

금융당국에서 소비자가 모바일뱅킹으로 특정 상품명을 직접 검색해 가입하는 건 ‘판매 권유’를 받겠다는 의사표시로 보기 어렵다며 금소법의 적합성 원칙을 적용하지 않겠다는 유권해석을 내놓았기 때문이다.

대출 등 대면 안내가 필수적인 상품 영업만 진행하고 업무 대부분을 고객이 직접 모바일뱅킹에서 처리하도록 적극 권유하는 식이다.

다만 이 경우 모바일뱅킹 상품 가입 단계 중 ‘추천(권유) 직원’ 기재 부분에 있어 논란의 소지가 발생한다. 소비자가 상품을 직접 검색해 가입했다면 추천 직원을 명시해도, 비대면 거래 적합성 원칙 적용 예외 상황에 해당하는가에 대한 의문이다.

이 문제를 두고 은행들은 저마다 다른 해석을 내놓고 있다.

은행별 금소법 대응 전담팀에 문의한 결과 A 은행에서는 소비자가 주도한 비대면 거래인 만큼 선택 기재사항인 직원 추천란 역시 금소법 적합성 원칙과 별개로 보는 게 맞다 설명했다.

반면 B 은행은 직원 추천란 자체가 소비자가 상품을 권유받았다는 증빙이 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제시했고 C 은행에선 은행마다 ‘직원 추천란’을 둔 의도가 다르다는 점에서 섣불리 판단하기 힘들다고 밝혔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영업 현장에서 고객에게 상품 이해정도에 따라 빠른 가입이 가능한 모바일뱅킹 이용을 권유하면서도, 추후 비대면 상품 가입을 추천한 사실이 금소법 위반에 문제 되진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직원들에 있어 추천란 등록 횟수는 실적평가에 좋게 반영되지만, 규제 리스크 부담이 더 큰 게 사실”이라며 “아직 당국 차원의 세부적인 지침이 없어 명확한 직원 행동강령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금융위원회 금융소비자정책과 관계자는 “창구를 찾아온 고객에게 모바일뱅킹 이용을 회유하는 일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는 사실을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해당 관행이 (소비자보호에) 위험한 건 사실”이라며 “현장의 애로 및 건의사항을 검토한 후 직원 추천란 등 문제가 될 수 있는 부분을 개선해 나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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