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해상·삼성생명, 독점권 만료 이전에
같은상품 출시…사전 합의해 신고 않기로
“특정 보험사간 이익공유 형태로 변질”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배타적사용권을 받은 보험사와 친분이 있거나 이해관계가 맞으면 얼마든지 (기간 만료 이전에) 똑같은 보험상품을 판매할 수 있다. 독점판매 기간 동안 발생하는 이익을 특정 보험사끼리만 나눠 갖고 있는 것.”

한 보험사 상품개발자의 토로다. 배타적사용권은 새로운 보험 상품을 개발한 보험사에게 부여하는 한시적 독점판매 권한이다. 문제는 일부 보험사들이 배타적사용권의 기간이 끝나기도 전에 똑같은 담보를 베껴서 출시하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배타적사용권을 받은 보험사와 이해관계만 맞아떨어지면 얼마든지 어겨도 된다는 분위기마저 엿보인다.

23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현대해상이 지난 5일 출시한 ‘마음드림메디컬보험’에는 여성 난임치료비 담보가 포함됐다. 여성 난임치료비는 손해보험협회 신상품심의위원회가 지난 2월 MG손해보험의 새로운 위험률 개발을 인정해 6개월의 배타적사용권을 부여한 담보다.

다른 보험사들은 오는 8월까지 난임치료비와 유사한 담보를 판매할 수 없다. 현대해상이 사실상 배타적사용권 침해 행위를 한 것이다.

MG손보가 신상품심의위원회에 신고하지 않은 건 현대해상의 입장이 반영됐다는 후문이다. 현대해상은 지난 2014년 일반보험(만기 1년) 형태로 난임치료비 담보를 출시한 바 있다. 이에 배타적사용권을 받더라도 같은 상품을 팔 수 있게 해달라는 요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MG손보가 개발한 난임치료비 담보는 장기보험 상품이다. 엄밀히 따지면 새로운 위험률을 개발한 상품이라는 게 업계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신상품심의위원회도 이 점을 인정해 비교적 긴 6개월의 배타적사용권을 부여했다.

배타적사용권 침해에 대해 서로 합의를 보는 관행은 손해·생명보험사간에도 발생하고 있다.

삼성생명은 지난 1월 출시한 ‘올인원암보험 2.0’에 항암양성자방사선치료 특약을 포함시켰다. 이 또한 앞서 하나손해보험이 지난해 12월 배타적사용권 3개월을 획득한 담보다. 출시 한 달 만에 배타적사용권 베끼기가 발생한 셈이다. 

삼성생명은 똑같은 상품을 개발하던 과정에서 하나손보의 배타적사용권 획득 사실을 파악했다는 입장이다. 이에 하나손보도 판매기간 동안 삼성생명에 이의제기를 하지 않겠다는 협의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보험업계는 배타적사용권이 유명무실해졌다고 지적한다. 생명·손해보험협회의 신상품개발이익보호에 관한 협정에서는 배타적사용권 침해사실이 발생하면 획득한 회사가 신고를 하도록 하고 있다. 신고하지 않는다면 판매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의미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배타적사용권이 특정 보험사끼리 이익을 공유하는 형태로 변질되고 있다”라며 “협회가 신상품 개발을 한 보험사의 이익을 보호하겠다며 심의위원회를 구성해 심사를 하는 자체가 의미가 없어진 상황”이라고 말했다.

배타적사용권 베끼기 관행이 대형 보험사 중심으로 이뤄지고 있다는 점도 뒷말이 무성하다. 상품개발 인력이 부족한 중소형사 입장에선 신상품 개발을 재보험사에 의지하는 경우가 많은데, 대형 보험사가 중간에 개입하는 경우도 많다는 것이다.

다른 보험사 관계자는 “재보험사는 자사 상품을 최대한 많이 판매할 수 있는 보험사에 공급하길 원한다. 배타적사용권은 중소형사가 받게 하더라도 대형사가 기간 만료 이전에 판매할 수 있게 신고하지 않는 관행이 발생한 배경”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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