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양 땅 지리산 절경에서 맛볼 수 있는 고품격 막걸리
20살 ‘꽃잠’, 볼혹 ‘은가비’, 주기율표 닮은 ‘여여’ 생산

경남 함양 지리산 둘레길 제3코스에서 별무리 민박집을 운영하고 있는 송승훈 대표는 지난 2016년부터 소규모 주류제조면허를 내고 어머니의 손맛으로 빚었던 술을 생산하고 있다. 농사철 농주로 마셨던 단양주와 제사에 올렸던 삼양주 등 3종류의 술을 만들고 있다. 사진은 지리산옛술도가의 발효실과 송승훈 대표’.
경남 함양 지리산 둘레길 제3코스에서 별무리 민박집을 운영하고 있는 송승훈 대표는 지난 2016년부터 소규모 주류제조면허를 내고 어머니의 손맛으로 빚었던 술을 생산하고 있다. 농사철 농주로 마셨던 단양주와 제사에 올렸던 삼양주 등 3종류의 술을 만들고 있다. 사진은 지리산옛술도가의 발효실과 송승훈 대표’.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꽃잠. 깊게 잘 잔 잠을 의미하는 단어다. 또는 신혼부부의 꿀 같은 단잠을 뜻하기도 한다.

그런데 단어의 뜻인 잠과 관계없이 누룩으로 빚은 가양주 방식의 막걸리를 즐기는 애주가들에게 이 이름은 요즘 잘 나가는 막걸리 이름으로 알려져 있다. 그것도 젊은 층의 사랑을 듬뿍 받는 술로 말이다.

전라북도 남원에서 시작하는 지리산 둘레길 제3코스의 끄트머리에 ‘별무리’라는 이름의 민박집이 있다.

지역은 도의 경계를 넘어 경상남도 함양 땅. 민박집 앞에는 지리산의 여러 봉우리들이 이어달리고 있다.

누가 먼저할 것도 없이 봉우리들은 깃발을 들고 일어서는 의병처럼 늠름하기만 하다.
 
그 봉우리 사이사이로 난 둘레길을 걷는 길손들에게 하룻밤을 내어주는 민박집.

이 집에선 지난 2016년부터 자신들의 막걸리를 만들고 있다. 처음 시작은 민박 손님들에게 판매하려고 했던 술이 입소문을 타고 서울과 대도시 주점을 찾는 젊은 고객들에게 전파되어 지금은 잘 나가는 술 중 하나가 되었다.

술도가 이름은 ‘지리산옛술도가’(송승훈 대표, 48). 옛날 방식 그대로 일일이 손으로 술을 빚으니 딱 어울리는 이름이다.

송 대표의 술은 어머니의 술이다. 바쁜 농사철을 새참으로 내기 위해 단양주 방식으로 어머니가 빚었던 술이 앞서 말한 ‘꽃잠’이다.

그리고 제사용으로 빚었던 술이 삼양주 방식으로 빚은 막걸리 ‘은가비’와 같은 삼양을 하지만 대략 100일 정도 발효 숙성시키는 ‘여여’라는 이름의 술이다.

이 술 중 가장 많이 찾는 술이 꽃잠이다.

열흘 동안 발효시킨 이 술은 탄산이 가득하고 신맛이 술의 중심을 잡으면서 단맛과 잘 어우러지게 만들어진 술이다.

여름철 특히 청량감이 도드라져 탄산을 즐기는 소비자들에게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은가비’는 밑술에 두 번 밥을 더 주는 삼양으로 만들어진다. 한 달 동안 정성 들여 만들면 맑은 청주 부분이 별로 없는 막걸리가 완성된다.

은가비는 국어사전에 등재돼 있진 않지만, ‘은은한 가운데 빛나는’ 정도의 의미로 통용되는 단어다. 술맛도 그렇다. 꽃잠보다 훨씬 점잖으면서도 단맛과 알코올감이 적절하다.

그래서 송 대표는 이 술을 40대의 ‘불혹’ 같은 술이라고 표현한다. 술을 만드는 과정도 그렇고 술맛도 딱 흔들림 없는 불혹을 느낄 수 있다는 것이다.

지리산옛술도가에서 생산하는 술은 세 종류이다. 단양주로 열흘 동안 발효시키는 막걸리 ‘꽃잠’과 한달동안 3양주 방식으로 빚는 막걸리 ‘은가비’, 그리고 100일 동안 발효숙성시키는 삼양주 약주 ‘여여’ 등이다. 이 술도가에서는 술을 빚고 남은 지게미를 활용해 돼지등심을 육포로 만들어 안주로도 판매하고 있다.
지리산옛술도가에서 생산하는 술은 세 종류이다. 단양주로 열흘 동안 발효시키는 막걸리 ‘꽃잠’과 한달동안 3양주 방식으로 빚는 막걸리 ‘은가비’, 그리고 100일 동안 발효숙성시키는 삼양주 약주 ‘여여’ 등이다. 이 술도가에서는 술을 빚고 남은 지게미를 활용해 돼지등심을 육포로 만들어 안주로도 판매하고 있다.

이에 반해 꽃잠은 질풍노도 하는 20살 청춘이란다.

술을 빚을 때마다 조금씩 다른 맛을 내는 것이나, 강한 탄산을 분출하는 모습이 마치 파이팅을 외치는 청춘의 모습처럼 보이는 것이다. 그래서 더욱 정성껏 빚어야 하는 술이기도 하다. 

100일 동안 발효 숙성시키는 ‘여여’는 앞의 술들과는 결이 다르다. 송 대표의 표현에 따르면 ‘주기율표’ 같은 술이란다.

술의 본연의 모습은 사람 마음에 작용하는 것인데, 그 작용하는 감정을 있는 그대로 느끼게 한다는 것이다.

주기율표에 있는 원소들이 각각의 특징을 온전히 가지고 있듯 ‘여여’는 술 마시는 사람의 감정의 결을 그대로 보여준다는 것이다.

지리산옛술도가의 술은 모두 ‘백세’를 한다. 백세는 쌀을 백번 씻는다는 의미다. 도정 기술이 좋아져서 요즘은 실제 백세 하는 술도가는 많지 않다.

하지만 쌀을 씻는 과정에서 술에 부정적인 영향을 주는 성분을 최대한 줄여낼 수 있다는 생각에 송 대표는 고집스럽게 백세를 하고 있다다. 한마디로 정성을 의미하는 듯싶다.

송 대표가 생각하는 어머니의 술은 “누구나 만들고, 누구나 마시는 술, 곧 민중의 술”이다.

바쁜 농사철, 농주 한 잔과 소금 한 톨이 주는 의미는 남다르다. 힘든 노동을 이겨내는 에너지원이자 미네랄을 바로 이 조합이 가져다주기 때문이다.

그래서 더 정겹다고 말해야 하는 걸까. 애틋하기도 하다.

아직 코로나로 인한 팬데믹이 종식되지 않아 온전하게 민박을 열고 있진 않지만, 지리산 둘레길을 간다면 반드시 거쳐 가야 할 이유가 차고 넘치는 곳이다.

풍광도 그렇고 술도 그렇다. 주인장과의 고담준론은 여행의 격을 한층 높여주기 충분하기까지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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