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코로나 대책, 경제에 국한되면 안 되는 까닭
경제적·사회적 양극화 악화…장기적 치유책 절실

(이미지: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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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다시 복원될 수 있을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으로 인한 펜데믹이 발생한 지 1년을 넘어서면서 ‘포스트코로나’에 대한 문명사적 분석이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던져진 핵심 질문이다.

복원가능성. 지난해 연초 발생한 코로나19 사태는 세계 경제를 급격하게 후퇴시켰다.

경제학자들은 올해 들어 백신이 공급되면서 최소한 일국 차원의 경제회복 가능성을 조심스럽게 점치고 있다. 최소한 내년부터는 정상으로의 복귀가 가능할 것이라는 것이다.

하지만 정말 복원이 가능한 것일까. 단순하게 바라보면 후퇴한 경기는 경제학자들이 말하듯 고무줄처럼 원래의 모습으로 되돌아올 가능성이 크다.

그런데 문명사적 시각에서 전염병으로 인한 펜데믹은 다르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우선 학력격차다. 언택트 환경에서 이뤄지는 수업의 학업성취도가 달라, 학력의 양극화를 초래하고 있고, 심지어 미국의 경우 대학진학을 위한 시험인 SAT가 전면 취소되거나 제때 치르지 못해 고교 졸업생 중 일부가 대학진학의 꿈을 접어야 한다는 뉴스까지 등장할 정도로 사회적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지난달 말 <타임>의 보도에 따르면 지난해 미국의 가을학기 졸업생의 대학진학률이 전년도에 비애 6.8% 감소했고, 빈곤율이 높은 지역의 고등학교에선 무려 11.4%나 줄었다고 한다.

즉 취약계층일수록 펜데믹에 의한 교육 차별이 심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2월말 <월스트리트저널>의 보도도 유사한 내용을 담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해 학업격차가 발생하고 결국 장기적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일부 경제학자들은 물리학 용어인 ‘이력현상(hysteresis)을 인용하고 있다.

사전에 정의된 이력현상은 물질의 물리량이 현재의 물리적 조건만으로 결정되지 않고, 이전부터 그 물질이 겪어 온 상태의 변화 과정에 의하여 결정되는 현상을 말한다.

강자성체의 자화(磁化)나 탄성의 변형 등이 여기에 해당한다.

종이와 고무줄을 들어 쉽게 정리하면 다음과 같다.

이 물건들을 각각 양손에 쥐고 꽉 쥐면 모두 구겨지는데 손을 펴면 고무줄은 원상태로 돌아오지만, 구겨진 종이는 다시 펴지지 않는다. 바로 이것을 이력현상이라 말한다.

즉 사회현상에 비유한다면 큰 충격의 영향이 오랫동안 지속된다는 뜻이다.

이 기사에 따르면 1970~80년대 유럽의 경기침체 기간 실업률이 상승했는데, 이후 경제가 살아나도 이전 수준으로 회복하지 못하고 구겨진 종잇장처럼 복원되지 않았다고 한다.

또 2007~2009년의 금융위기 이후 미국의 노동시장에서도 이력현상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현재의 펜데믹에 의한 교육 손실이 빈곤계층의 소득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그런데 학업과 경제적 측면에서의 양극화만이 문제가 아니라고 한다. 출산율에서도 문제는 똑같이 발생하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이야기다.

가뜩이나 저출산 고령화 사회로 접어든 우리나라의 경우 팬데믹으로 결혼 자체를 연기하는 인구가 늘면서 출산율도 급격하게 줄고 있다는 것이 통계청의 인구동향조사에서 나타나고 있다.

지난 2월말 발표된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는 지난해 3만3,000명 자연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런데 문제는 중산층 이하의 계층에서의 결혼율과 출산율이 모두 더 낮다는 점이다.

경제적인 측면은 물론 사회적 측면에서도 양극화가 더욱 깊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코로나19에 더 노출되는 취업환경을 감수해야 하고, 소득마저 줄고 있는 가운데 결혼과 출산까지 양극화되고 있는 상황에 부닥치고 있다.

그래서 포스트코로나에 대한 대책은 경제적 측면에 국한되면 안 된다.

경기회복과 빈곤층의 소득 복원도 중요한 요소이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양극화를 완화하고 회복할 기회를 주기 위한 대책이 여러 관점에서 준비돼야 한다. 이젠 그런 일머리를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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