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당근·채찍 강수 두며 취급 확대 주문
비금융정보 활용 ‘씬파일러’ 고객유치 분주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은행들이 중금리대출 취급 규모를 늘리라는 당국 주문에 새로운 고객층 유입 방안을 적극 모색하고 있다.

28일 은행연합회에 따르면 기업·국민·농협·신한·우리·하나 등 6개 은행에서 지난 3월 취급한 신용대출 중 중금리대출 비중은 평균 6.3%를 기록했다.

통상 은행권에선 연 6% 이상 10% 이내 금리를 중금리대출로 본다. 중금리대출은 일반적으로 정부가 보증하는 정책상품과 각 금융사가 자체 신용평가를 통해 취급하는 4등급 이하 중·저신용자 대상의 민간상품이 있다.

은행들이 취급하는 중금리대출 대부분은 일정 요건에 맞으면 고신용등급이어도 이용할 수 있는 정책상품이다. 지난해 기준 은행권의 4등급 이하 신용대출 공급규모는 14조4000억원으로, 이 가운데 중금리대출로 집계되는 금액은 2000억원에 불과하다.

은행들이 민간 중금리대출을 적극적으로 영위하지 않은 건 연체, 미회수 등 높은 리스크에 비해 얻을 수 있는 기대수익이 적었기 때문이다.

금융당국은 중‧저신용자에 대한 중금리대출 공급을 확대하고자 최근 은행에 당근과 채찍의 투 트랙(two track) 강수를 뒀다.

일단 민간 중금리대출을 ‘신용점수 하위 50% 차주(기존 4등급 이하)에게 공급되는 업권별 금리상한 이하의 모든 비보증부 신용대출’로 요건을 변경하기로 했다.

그동안은 사전공시된 중금리대출 상품만 취급실적으로 인정함에 따라, 고신용자에 대한 중금리대출을 실적으로 보면서도 중‧저신용자에 대한 저금리 대출은 인정 못받는 경우가 있었다.

금융당국은 제도개편을 통해 ‘중‧저신용층에게 공급되는 모든 중금리대 대출’을 중금리대출로 인정해 관리하고 규제 인센티브를 부여한다는 방침이다.

또 가계부채 증가율 목표 관리 재개 시 중금리대출은 일부 예외를 검토하기로 했다. 당국은 총 가계부채 규모를 산정할 때 중금리대출을 조금만 인정하게 되면 은행들이 중금리대출을 더 많이 취급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금융감독원이 실시하는 경영 실태 평가에도 중금리대출 실적을 반영하기로 했다. 은행들은 앞으로 자율적으로 연간 중금리대출 공급계획을 마련해 공개하고, 분기별로 실제 실적을 비교·공시해야 한다. 사실상 취급액이 적은 은행에 페널티가 부과되는 효과가 발생하게 된다.

이에 은행들은 최근 중금리대출 영업 대상이자 금융거래 사각지대에 놓인 ‘씬파일러(Thin Filer·금융이력부족자)’층을 주요 타깃으로 한 고객 유치에 활발한 모습이다.

비금융 데이터를 활용한 대안 신용평가 모델을 만들거나 씬파일러 고객 수요에 맞춘 대출상품을 속속 출시하고 있다.

KB국민은행은 지난해 ‘소매 신용평가 전략모델’ 개발 프로젝트를 완료하고 올해 상반기 중 이를 순차적으로 가계여신에 적용할 계획이다.

NH농협은행의 경우 금융거래 이력이 짧고 신용등급이 낮은 사회초년생도 최대 2000만원까지 쉽고 간편하게 대출을 받을 수 있는 ‘NH씬파일러 대출’을 출시했고, 하나은행은 ‘배달의민족’ 운영사인 우아한형제들과 제휴해 그동안 신용평가등급 산정이 어려웠던 개인사업자 맞춤 상품을 개발 중이다.

중금리대출 활성화라는 특명을 안고 출범한 카카오뱅크의 움직임은 더욱 분주하다.

금융당국은 최근 인터넷은행으로부터 자체 중금리대출 비중 목표치를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또 이번 중금리대출 공급계획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신사업 진출을 제한하는 방법을 검토하겠다는 으름장을 놓기도 했다.

카카오뱅크는 올해를 중금리대출 확대를 위한 원년으로 삼겠다고 밝힌 상태다.

지난 1월부터 고신용자 대출 증가를 억제하는 여신 방안을 실행 중이며 자체 신용에 기반한 민간 중금리대출 상품 금리를 최대 0.60%포인트 인하했다.

씬파일러를 위한 새로운 신용평가시스템(CSS)을 개발하고 있고, 올 하반기에는 중금리대출 신상품 출시도 계획하고 있다. 이 상품을 통한 대출 공급 규모는 ㅎ녀재 미정이나 기존 중금리대출 상품 공급액보다 훨씬 클 전망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기존 은행권에는 재무, 담보 등 금융 정보 위주로 신용평가 심사 관행이 굳어져 있던 게 사실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다양한 비금융정보 활용성이 커지면서 금융 이력이 부족한 고객들이 새로운 유치 타깃으로 떠오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신수익 창출과 사회적 책임, 금융당국의 중금리대출 활성화 정책에 발맞춰 씬파일러 고객 수요를 포용할 수 있는 혁신적 서비스와 상품을 내놓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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