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창성 인정에도 1년만에 중단
수요 예측 실패로 판매량 저조

<대한금융신문=유정화 기자>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한 보험상품의 판매 중단이 이어지고 있다. 독창성을 인정받았으나 정작 소비자들로부터는 큰 호응을 이끌어내지 못한 것이 주된 원인으로 풀이된다.

28일 보험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하나생명의 '무배당 건강검진 안심보험' 상품 판매가 중단됐다. 이 상품은 생명보험협회로부터 지난 2019년 10월부터 지난해 4월까지 6개월간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했다. 독점적 판매권한이 사라진 지 1년도 채 지나지 않아 판매가 중단된 셈이다.

배타적사용권은 협회가 새로운 위험담보나 새로운 제도, 서비스를 개발한 보험사에 독점 판매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하는 제도다. 다른 보험사들은 사용권이 인정된 기간 동안 유사한 상품을 판매할 수 없다.

건강검진 안심보험은 업계 최초로 건강검진 후 3대 만성질환인 이상지질혈증, 고혈압, 당뇨 질환의심 판정의 '진단확정' 이전 단계인 '질환의심'을 보장했다. 또 보험사가 가입가능 대상자를 자동으로 추출해 상품을 안내하고 고객의 보험금청구 절차 없이 보험금 지급이 이뤄지도록 했다.

협회 신상품심의위원회도 건강검진 안심보험의 위험률과 프로세스의 독창성을 인정했다. 신위험률 3종 개발로 중증질환으로 악화하지 않도록 하는 예방 기능을 수행하는 점에서 독창성과 진보성을 높게 평가했다. 보험금청구 절차 프로세스를 구축한 점도 편의성 측면의 유용성을 인정했다.

이 상품은 시장의 기대에도 부진한 판매 실적을 기록하면서 판매가 중단됐다. 하나생명 관계자는 "판매 중단은 예상했던 실적보다 저조한 판매량 때문"이라며 "개발한 신위험률과 프로세스를 새로운 상품으로 대체하기 위해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2017년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한 농협생명의 '농사랑NH보장보험'도 지난해 상품 판매가 중단됐다. 이 상품은 농작업 중 농업인에게 많이 발생하는 5대 골절과 재해 손상을 보장했다. 협회 신상품심의위원회도 농업인에 특화된 보장내용을 발굴하고 영농도우미 제도와 연계했다는 점에서 진보성과 유용성을 인정했다.

상품 자체 판매는 중단됐으나 배타적사용권 특약이 다른 신상품에 스며든 경우도 있다. 삼성화재가 지난 2018년 독점판매권을 획득한 '간병보험 새시대 간병파트너'는 판매가 중단됐지만 새로운 위험담보로 인정받은 특약은 '삼성화재 건강보험마이헬스파트너'에서 판매되고 있다.

지난 2016년 이후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한 △흥국화재 '(무)더 좋은 직장인 안심보험' △한화손보 '(무)타임브릿지 건강보험' △농협손보 '무배당 NH치매중풍보험' 등 다수의 상품도 판매 중단됐다.

일각에서는 소비자 수요 예측에 실패했다는 지적을 내놓는다. 보험사 한 관계자는 “배타적사용권을 획득했다고 해도 반드시 실적과 연계되는 건 아니다”면서 “독창성에 집중하다보니 변화하는 소비자 수요를 예측하지 못하면서 조기 판매 중단된 사례가 적지 않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일반적으로 보험사들은 향후 4~5년간의 수요를 예측하고 신상품을 개발한다"면서 "특약의 경우 수요가 충족될 때는 다른 상품에 추가 탑재하는 경우가 빈번하지만, 반대인 경우도 많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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