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찰가능성에 무게
“입찰 참여 어렵다”

<대한금융신문=박영준 기자> 병사들의 실제 치료비를 보상해주는 ‘병사 실손의료보험(병사 실손보험)’의 예산이 150억원 규모로 확정됐다. 당초 보험사들이 예상한 300억원 규모에 한참 못 미치는 금액이라 예산증액 없이는 시행 자체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나오고 있다.

병사 실손보험 단체가입은 국방부의 ‘2020~2024 국방중기계획’에 포함된 장병복지사업 중 하나다. 병사의 민간 의료서비스 이용량이 매해 증가하면서, 의무 복무하는 병사들의 의료지원 방안 마련이 필요해진 것이다.

29일 관계당국 및 보험업계에 따르면 국방부는 지난 26일 전 보험사를 대상으로 병사 군 단체보험(병사 실손보험) 제안요청서를 발송했다.

예산은 153억원으로, 최저 가격을 입찰한 보험사가 사업자로 선정된다. 대상자는 현역병 32만5417명, 상근예비역 1만5992명으로 총 34만명 규모다. 보험기간은 보험개시일부터 10개월간이다.

현재는 군복무 기간 중 현역병이 민간 의료기관을 사용하면 자비 부담을 해야 한다. 단체보험이 체결되면 병사들은 질병·상해로 인한 입원 의료비(3000만원 한도), 통원의료비(25만원 한도), 3대 비급여(도수치료·비급여주사·MRI 최대 350만원)를 보장받을 수 있다. 

턱없이 부족한 예산…변수는 삼성화재

보험사들은 입찰 참여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턱없이 부족한 예산규모 탓이다. 국방부의 제안요청서대로라면 병사 실손보험의 통원의료비 한도는 개인 실손보험과 같다. 때문에 150억원의 보험료를 받아선 적자가 불 보듯 뻔하다는 게 대다수 보험사들의 입장이다.

입찰 참여가 가능한 보험사는 삼성화재, 현대해상, DB손해보험, KB손해보험 등 대형 4개 손해보험사로 좁혀진다. 중소형사의 경우 부담해야 할 위험규모가 커 공동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하더라도 주간사 역할을 맡기 부족하다는 평가다.

대부분의 상위 손보사들은 유찰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현재 예산이나 조건으로 볼 때  수지타산이 맞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변수는 삼성화재다. 현대·DB·KB와 달리 삼성화재만 병사 실손보험 입찰참여 여부를 저울질하고 있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보험조건이나 보험료를 볼 때 입찰 참여가 어려운 수준”이라며 “다른 보험사도 맞추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유찰된 이후 예산증액이나 담보조건 변경 등을 살펴볼 것”이라고 말했다.

유찰 가능성 높아, “예산액 늘려야”

병사의 민간 의료서비스 이용량은 매년 10% 이상 증가하고 있다. 2014년 84만건이었던 병사의 민간 의료기관 이용건수는 지난해 127만건으로 증가했다. 병사가 부담하는 민간 병원 의료비 비용도 연평균 14.9%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에만 이 금액이 312억원을 기록했다.

의료 이용시 병사가 내는 10%의 자기부담금을 제외해도 300억원에 가까운 보험금이 지급될 수 있다는 의미다. 여기에 실손보험 가입으로 늘어나는 의료이용량을 계산할 때 보험금 지급규모는 지금보다 1.5배 이상 커질 수 있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병사들이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군 의료시설에 대한 기피현상이 생길 수 있다는 점에서다.

실제 국방부가 보험연구원에 의뢰한 ‘병사 군 단체보험 신설 방안 연구’ 용역 결과에 따르면 군 단체 실손보험의 병사 1인당 연간 보험료는 최소 5만9000~9만8000원 수준이다. 개인 실손보험과 동일하게 25만원의 통원의료비를 보장할 경우 240억5000만원의 예산이 소요될 것으로 추산했다. 

한 보험업계 관계자는 “개인 실손보험에 이미 가입한 사람들도 대상에 포함됐고, 실손보험과 조건도 크게 다르지 않다. 현재 예산으로는 손실을 알면서 뛰어드는 격”이라며 “예산액 자체를 늘리지 않는 한 병사 실손보험은 언제 시행될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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