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매금융 부문 사업 철수 발표 “시기는 미정”
높은 대출한도 못 쓸라…신규 취급 문의 쇄도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국내 소매금융 사업을 접겠다는 의사를 밝힌 한국씨티은행에 신규 대출 취급 상담이 급증하고 있다.

은행권 대출 문턱이 전반적으로 높아지면서 사업 운영 중단으로 인한 대출 회수, 연장 불가 등에 대한 우려보다 ‘있을 때 받아두자’라는 대출 막차 수요가 쏠린 것으로 보인다.

6일 씨티은행 한 창구 직원 따르면 최근 영업점에는 신규 대출 취급 여부를 묻는 문의 전화가 쏟아지고 있다. 지난달 16일 개인 고객 대상의 소매금융 사업 철수 계획 발표가 가져온 후폭풍이다.

씨티은행은 사업 재편 방안이 확정될 때까지 상품과 서비스를 변동 없이 지속 제공할 것이란 입장이다. 그러나 철수 전략이 구체화하기 시작하면 기존 계약은 유지하되, 신규 대출 등은 중단할 가능성이 크다는 관측이 나오면서 대출을 미리 받으려는 선수요가 늘어나는 분위기다.

수익 부문에서 가계대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높은 씨티은행은 그동안 은행권 평균보다 월등히 높은 한도를 무기로 신용대출 시장에서 공격적인 영업을 펼쳐왔다.

특히 외국계 은행이라는 점에서 당국의 눈치를 상대적으로 덜 보는 씨티은행은 최근 정부의 가계대출 속도 조절 주문에 신용대출을 틀어막기 시작한 여타 은행과 달리 종전과 같은 태도를 유지해 고객들의 발길이 더 잦아졌다.

씨티은행의 가계대출 연간 가계대출 취급액은 지난 2016년부터 2019년까지 11조원대를 유지하다 코로나19 사태 이후인 지난해 12조6403억원으로 늘어났다.

일부 고객들 사이에서는 씨티은행의 소매금융 사업 철수 후 기존 대출 건에 대한 대출금 일시 회수 및 만기 연장 불가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나오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전혀 문제 될 게 없다는 설명이다.

씨티은행의 소매금융 출구전략으로는 기존 금융기관에 매각하는 방식이 가장 유력하게 거론된다. 이 경우 포괄양수도로 기존에 집행된 대출 채권 등이 인수자에게 그대로 이관된다. 고객 입장에서는 운영 금융사만 바뀔 뿐 계약을 같은 조건으로 유지된다.

또 매각에 실패해 단계적 사업 축소가 결정되더라도, 씨티은행은 기존 고객이 남아 있으면 계약관계가 유지되는 한 끝까지 영업을 유지해야 한다.

앞선 지난 2013년 국내 소매금융 시장에서 철수한 HSBC은행도 만기가 끝나지 않은 장기 대출을 아직 사후 관리하고 있다. 당시 HSBC은행은 산업은행에 매각을 시도하다 실패하자 인력구조조정과 고객자산 이전 등으로 사업을 정리한 바 있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은행의 사업 중단이 기존 상품 이용에 미치는 영향이 없다는 사실이 공공연하게 알려지면서 고객들도 씨티은행 대출 이용에 대한 대출금 일시 회수 및 만기 연장 불가 가능성에 대해 개의치 않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오히려 최근에는 씨티은행의 국내 시장 철수 이슈가 여타 은행보다 심사 문턱이 낮고 한도가 높은 상품을 이용하지 못할까 ‘막차 수요’를 유도하는 요인이 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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