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서양에서 사랑받던 나무, 5월이면 지천으로 피는 꽃
9000년 전 중국 지아후 유적에서도 술재료 흔적 발견

산사나무는 동서양에 두루 자라는 나무다. 서양에선 오월의 꽃으로 불릴 정도로 생활과 밀접하게 결합돼 있으며 동양에서도 술과 약으로 사용할 만큼 친숙한 나무다. 지금도 생산되는 ‘산사춘’에도 산사나무 열매가 들어간다.
산사나무는 동서양에 두루 자라는 나무다. 서양에선 오월의 꽃으로 불릴 정도로 생활과 밀접하게 결합돼 있으며 동양에서도 술과 약으로 사용할 만큼 친숙한 나무다. 지금도 생산되는 ‘산사춘’에도 산사나무 열매가 들어간다.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5월 1일은 노동절이다. 우리나라에선 ‘근로자의 날’로 부르고 있는 날이기도 하다.

권위주의 정부 시절, ‘노동’이라는 단어가 가진 이념적 정체성이 부담스러워 중립적인 단어로 대체해서 부른 기념일이 21세기의 두 번째 10년을 사는 지금까지 우리를 규정하고 있다.

노동절은 ‘하루 8시간 노동’을 요구하며 지난 1886년 5월 1일 시카고에서 벌인 시위에 기원하고 있다.

지금은 당연하게 받아들여지고 게다가 주 단위 노동시간도 지속해서 단축하고 있지만, 이렇게 당연한 일들은 모두 누군가의 희생을 토대로 만들어졌다.

그런데 5월 1일 ‘메이데이’는 노동절보다 더 근원적인 역사를 갖는 행사이다.

오월절. 겨울을 벗어나 봄을 맞아 본격적인 농사를 앞두고 유럽의 농민들은 숲에서 축제를 벌였다. 숲으로 들어가 축제를 벌인 것은 귀족들의 눈을 피하기 위해서였다.

그것을 유럽인들은 ‘메이데이’라고 불렀고, 그 행사의 하이라이트 중 하나인 긴 깃대에 리본을 달아 회전하면서 격자무늬를 만들었던 나무 봉을 ‘메이폴’이라 칭했다.

이날을 기념하며 장식했던 꽃은 5월이면 지천으로 폈던 ‘산사나무꽃’이었으며, 이를 유럽인들은 ‘메이플라워’라고 부른다. 그리고 종교의 자유를 찾아 102명을 태우고 지난 1620년 영국을 떠나 신대륙을 향한 배의 이름도 같은 ‘메이플라워’다. 이처럼 5월의 꽃, 산사나무는 서양사 곳곳에 깊이 관여하고 있다.

이쯤 되면 노동절을 상징하는 꽃도 ‘메이플라워’가 아닐까 생각해볼 수 있다.

답은 ‘맞다’ 이다. 시카고 시위 5년 후인 지난 1891년 5월 1일 프랑스 노르 지방의 푸르미라는 소도시에서 피에 물든 노동절 시위가 발생한다.

시카고 시위 이후 미국 바깥에서 열린 첫 번째 시위였다. 이 시위에서 군인들의 발포로 마리 블롱도라는 18살의 여성 노동자가 사망한다.

산사나무 꽃은 5월에 꽃을 피운다. 그래서 ‘메이플라워’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으며, 1891년 5월 1일 프랑스의 소도시에서 발생한 노동절 시위 때 이 꽃을 들고 나온 18세 소녀의 죽음 이후 노동절은 ‘메이데이’라는 이름도 얻게 된다.
산사나무 꽃은 5월에 꽃을 피운다. 그래서 ‘메이플라워’라는 이름을 가지고 있으며, 1891년 5월 1일 프랑스의 소도시에서 발생한 노동절 시위 때 이 꽃을 들고 나온 18세 소녀의 죽음 이후 노동절은 ‘메이데이’라는 이름도 얻게 된다.

시위는 평화로웠다고 한다. 그리고 그녀의 죽음으로 이날 시위의 상징이 된 마리 블롱도는 흰색 옷을 입고 산사나무꽃을 한 아름 안고 걸었다고 한다.

하지만 프랑스 정부군은 그들에게 발포했으며 모두 10명이 숨지게 된다. 그리고 이 시위가 유럽 전역에 노동절 시위를 확산시킨 도화선이 된다. 

서울 근교의 산이나 전국 어디를 가든 하얀색의 핀 산사나무를 흔하게 발견할 수 있다. 서울의 주요 궁궐에도 산사나무는 눈에 자주 띌 만큼 많이 식재돼 있다.

즉 산사나무는 동서양을 가리지 않고 잘 살아남는 나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동양에서 산사나무는 약과 술로 더 많은 인연을 맺고 있다. 5월에 하얀 꽃을 피운 산사나무는 9월이면 붉은색의 능금처럼 생긴 열매를 가지가 꺾일 만큼 흐드러지게 매달고 있다.

현재까지 발견된 고고학적 유적 중 가장 오래된 술은 중국 허난성 지아후에서 발견되었다.

9000년 전 유적지에서 발견된 도기 파편을 분석한 결과, 쌀과 꿀, 그리고 포도와 산사나무 열매의 성분이 같이 발견된 것이다.

당과 당으로 변할 수 있는 탄수화물을 모두 모아서 술을 빚었다는 이야기다.

이런 전통은 우리나라에서도 발견된다. 고조리서에 등장하는 ‘산사주’가 그것이다.

그 전통은 지금도 생산되는 ‘산사춘’이라는 술에도 이어져 있다. 또 위장에 좋은 약성을 가지고 있어 편과 정과 등으로 만들어 먹었을 정도로 산사나무는 우리에게 친숙한 약재이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지금도 산사 열매는 침출주의 재료로 쓰이고 있다.

그런데 요즘은 산사나무를 기억하거나 추억하는 경우가 거의 없다.

화려한 봄꽃처럼 다채로운 색을 보여주지 않아서일까. 하지만 5월이면 어김없이 하얗게 산을 뒤덮는 산사나무는 동서양에서 각각의 쓰임새를 갖고 존재감을 확인받던 나무다.

영국의 산업혁명 전 인클로저가 진행될 때 양떼 목장의 울타리가 돼준 것도 산사나무였으며, 5월제는 물론 메이데이를 빛내주던 꽃도 그 나무의 꽃이었다.

우리에게 술과 약이 돼준 것도 산사였으며, 지금도 여전히 아름다움을 전해주기 위해 이 나무는 꽃을 피우고 있다.

산사나무는 그렇게 항시 인류와 함께한 나무였다. 다만 사람들이 추억하지 않기에 주목받지 못했을 뿐이다. 이제는 5월 첫날쯤이면 산사나무에 담긴 뜻을 생각해보자.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