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익 쏠쏠, 책임 떠안는 구조는 부담”
은행연, 거래소 평가 가이드라인 배포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게티이미지뱅크)

<대한금융신문=안소윤 기자> 은행들이 가상화폐 거래소와의 제휴 여부를 놓고 고민에 빠졌다.

가상화폐 거래소와 손을 잡으면 고객 유치, 예치금 확보 등 이득을 얻을 수 있지만 그만큼 각종 사고 발생 시 감당해야 할 리스크도 커 수지타산 계산에 골머리를 앓는 모습이다.

14일 은행권에 따르면 NH농협은행과 신한은행은 오는 7월 가상화폐 거래소와의 실명 입출금계좌 개설 계약이 끝난다. 농협은행은 빗썸과 코인원, 신한은행은 코빗과 관계를 맺고 있다. 케이뱅크도 지난해 6월부터 제휴 중인 업비트와의 계약만료 시점이 임박한 것으로 알려진다.

지난 3월 개정된 특정금융정보법(이하 특금법)에 따라 가상화폐 거래소는 오는 9월 24일까지 은행의 실명계좌와 연동해야 한다. 실명계좌 연동이 되지 않으면 고객이 거래소에 입출금할 수 없게 되므로 사실상 영업이 불가능하다.

하지만 신규 가상화폐 거래소 제휴는 물론 은행과 현재 실명계좌 개설 제휴를 맺고 있는 4개 거래소조차 재계약을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최근 가상화폐 시장 과열로 거래 시세가 요동칠 때마다 거래 체결 지연, 입출금 오류 등 사고가 잇단 발생하고 있는 데다 특금법 도입으로 자금세탁방지(AML) 관리 책임이 커지면서 은행들이 거래소와의 제휴에 더욱 보수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편으론 은행들이 가상화폐 실명계좌를 발급해주면서 벌어들일 수 있는 수수료 수익과 예치금 증가 등 긍정적 효과를 쉽게 놓지 못할 것이란 의견도 나온다.

국민의힘 윤창현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케이뱅크는 업비트로부터 펌뱅킹 이용 수수료로 50억4100만원을 받았다.

NH농협은행은 빗썸에서 13억원, 코인원에서 3억3300만원 등 총 16억3300만원의 가상계좌 이용 수수료를 받았고 신한은행은 코빗으로부터 가상계좌 이용 수수료 5200만원과 펌뱅킹 이용 수수료 9300만원 등 총 1억4500만원의 수수료 수익을 올렸다.

특히 케이뱅크는 업비트에 계좌를 제공한 후 올해 신규 가입 계좌 수가 대폭 확대됐다. 지난 1월 28만개, 2월 64만개, 3월 80만개로 꾸준히 늘면서 수신잔액도 지난해 말 3조7453억원에서 지난달 10조원을 넘겼다.

농협은행도 지난해 월 8만~10만개 수준이던 신규요구불 계좌 가입수가 지난달 26만개 수준으로 급증했다. 신한은행의 경우 코빗 제휴 계좌 수를 7만개로 한정해 관리 중이다.

은행권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 디지털자산 수탁업체에 지분투자를 하는 등 가상화폐 시장에 관심을 보이면서도, 정작 거래소와의 제휴는 고심하고 있다”며 “정부와 당국이 가상화폐에 부정적 입장을 취하고 있는 데다, 거래소에서 문제 발생 시 전적으로 책임을 떠안게 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렇다고 수수료 수익과 신규고객 대거 유치라는 달콤한 메리트를 놓을 수가 없어 거래소와의 관계를 섣불리 끊지도 못하고 있다”며 “최근 은행연합회로부터 나온 거래소 위험평가 가이드라인을 토대로 관련 부서가 평가해 재계약 여부를 결정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은행연합회는 지난달 말 은행들에 ‘AML 위험평가 방법론 참고자료(지침)’ 배포했다. 해당 가이드라인은 거래소 위험도·안전성·사업모델 등에 대한 평가를 거쳐 계좌 발급 여부를 결정토록 규정한다.

지침에는 △ISMS(정보보호관리체계 인증) 여부 △특금법 의무 이행 위한 조직 내부 통제 체계·규정·인력의 적정성 △가상자산 사업자 대주주 인력 구성 △가상자산 사업자가 취급하는 자산(코인 등)의 안전성 △가상자산 사업자 재무적 안정성 등이 핵심 점검 사항으로 명시돼 있다.

저작권자 © 대한금융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