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7-25 06:30 (일)
[응답하라 우리술 200] ‘별유천지비인간야’ 춘천 지시울양조장
[응답하라 우리술 200] ‘별유천지비인간야’ 춘천 지시울양조장
  • 김승호 편집위원
  • 승인 2021.05.17 0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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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소영 대표, 부친과 소통 위해 시작한 술빚기, 상업양조로 연결
항아리 발효·소줏고리 증류 등 모든 과정 손으로 하는 전통 고수
지난해 춘천에 세워진 술도가 ‘지시울’의 전경. 근사한 소나무들이 호위모사처럼 건물을 감싸고 있다. 이 건물의 지하에 잘 구획된 양조장 공간에서 ‘화전일취’라는 제목의 술이 발효되고 증류된다.
지난해 춘천에 세워진 술도가 ‘지시울’의 전경. 근사한 소나무들이 호위모사처럼 건물을 감싸고 있다. 이 건물의 지하에 잘 구획된 양조장 공간에서 ‘화전일취’라는 제목의 술이 발효되고 증류된다.

<대한금융신문=김승호 편집위원> 의암호를 끼고 경춘가도를 따라 춘천을 향한다. 새로운 술도가를 찾아 나선 길. 봄은 춘천에도 깊이 내려앉았다.
 
도착한 양조장의 이름은 ‘지시울’. 마을의 옛 이름을 따서 술도가의 이름으로 삼은 것이다.

지시울이라는 단어에 왠지 시적 운율이 느껴진다. 한 마을에 수십 명의 박사가 배출되었다 하여 일명 ‘박사마을’이라고 불리는 곳이기도 하다.

그런데 이것은 시작에 불과했다. 마을 초입에 자리한 양조장 건물과 주변의 풍광은 그 자체로 ‘별유천지비인간야(別有天地非人間也)’다.

대문을 들어서면 넓게 펼쳐진 잔디밭이 보이고 건물 앞으로 몇 그루의 소나무가 호위무사처럼 서 있고, 건물 뒤편으로 조금 올라서면 술의 부재료로 사용할 수 있는 식물들이 제법 심어진 텃밭이 나온다.

마치 술을 위한 공간으로 하나의 운문이 완성되는 느낌이다.
 
차(茶)를 공부하면서 우연히 손에 넣은 이 건물은 원래 누군가의 별장이었다고 한다.

이 집을 8년 전에 경매로 받아 살림집으로 만든 것. 이렇게 남다른 분위기의 공간이다 보니 술을 만드는 곳이라기보다 술을 마시고 싶은 공간으로 더 다가온다.

형식이 내용을 규정한다고 하던가. 이런 공간에서 빚어지는 술은 경치만큼 맛있을 것 같았다. 그리고 예상은 적중했다.

아버지와 소통하기 위해 술을 빚기 시작했다는 지시울 양조장의 유소영(54) 대표.

인생의 멘토였던 아버지의 생신 때 친구분들과 함께 나눌 수 있는 술을 만들어야겠다는 것이 그가 술을 빚기 시작한 소박한 이유였다.

아버지와의 소통을 위해 술을 배우기 시작한 유소영 대표는 후회하지 않지 않기 위해 상업 양조를 하기로 결정하고 ‘화전일취’라는 술을 생산하고 있다. 사진은 좌측부터 화전일취 ‘약주’와 ‘탁주’ 그리고 ‘증류소주’ 들이다.
아버지와의 소통을 위해 술을 배우기 시작한 유소영 대표는 후회하지 않지 않기 위해 상업 양조를 하기로 결정하고 ‘화전일취’라는 술을 생산하고 있다. 사진은 좌측부터 화전일취 ‘약주’와 ‘탁주’ 그리고 ‘증류소주’ 들이다.

그런데 일이 커졌다. 아버지와 나눌 수 있는 공통의 화제가 생긴 건 좋았지만, 술 공부 삼매경에 32만km의 거리를 오가며 술을 배우게 된 것이다.

그리고 지난 2018년 봄부터 한국전통주연구소(소장 박록담)에서 배운 술은 시간이 흐를수록 유 대표를 고민에 빠지게 했단다.

배우면 배울수록 선택의 기로에 내몰리는 느낌이 강하게 들었다는 것이다.

안 하면 후회할 것 같아서 시작한 술 공부지만, 돈 많이 들어가는 고급 취미로 끝낼 것인가, 아니면 양조장을 차려 상업 양조로 나설 것인가의 갈림길에서 방황하게 된 것이다.

빚은 술이 맛있다고 다 성공할 수 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더 그랬던 듯싶다.

그러나 유 대표는 자신의 살림집 지하에 양조장을 내기로 한다. 재미있어 시작한 일인데다 여기서 그만두면 미련이 남을 것 같아서란다.

지하 공간을 알뜰하게 공간 구분을 해서 작업장과 발효실 및 숙성실을 갖췄다. 그리고 빚는 모든 술은 항아리에서 발효 및 숙성시킨다. 손이 많이 가는 방법을 선택한 것이다.

유 대표는 막걸리와 약주, 소주 등 3종류의 술을 빚는다. 술 이름은 ‘화전일취(花前一醉). 꽃 앞에서 같이 취한다는 정도의 뜻이다. 양조장의 입지를 고려해 박록담 소장이 지어준 이름이다.

막걸리와 약주는 멥쌀과 찹쌀로 두 번 빚어 술을 완성한다. 80일 정도 발효시키고 40일 정도 더 숙성시킨다.

그러니 지시울양조장의 술은 최소 4개월 정도 걸려야 세상에 나올 수 있다.

소주 증류도 다들 사용하는 동증류기를 마다하고 질그릇으로 만든 소줏고리를 사용한다.

예전부터 만들던 방식을 고수하고 싶었단다. 비록 몸은 고되지만, 후회하지 않기 위해 시작한 일이라서 자신을 더 엄격하게 다독인 듯싶다.

그렇게 만들어진 술, 화전일취는 지난 2월 ’2021대한민국주류대상‘ 약주 부분에서 대상을 수상한다. 제법 근사하게 세상에 유 대표의 술을 내놓은 것이다.

알코올 도수 15%의 약주는 감미와 두터운 알코올감이 꽃향기와 함께 훅 들어온다. 맛의 균형감도 좋다.

상을 받은 술에는 다 그만한 이유가 있다는 생각이 새삼 들었다. 12%의 막걸리는 감미와 산미가 잘 어우러져 있다.

최근 한 TV 프로그램에 소개돼 많이들 찾는 술이라고 한다. 소주는 65%로 증류해 숙성시킨다고 한다.

판매되는 소주는 52%와 38% 두 종류다. 귀하게 축하해야 할 일이 있을 때 쓰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술이다.

유 대표는 보이차와 자신의 술을 같이 즐기길 바란다. 지시울의 정원에서 이 둘을 ‘차곡차곡’ 즐길 수 있는 날을 기대해본다.

아마도 이런 시음은 숲이 제 색깔을 진하게 뿜어내는 봄이 제격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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